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제작년이 되었네요.


2017년 가을에 읽었던 책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츠바키 문구점>.


일본의 전통문화 대필가의 모습을 통해서 삶에 대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했던


오가와 이토의 일본소설을 그때 처음 접하고 나서


추후에 나오는 소설들마다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이번에 작가정신에서 나온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이라는 점 외에도


예쁜 일러스트까지 합세했고 일본의 전통문화와 다른듯 닮아있는


발트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까지 있어서


 이 책 단연 소장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가 있나 싶으시죠.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 <마리카의 장갑> 을 읽다 보면


일본의 전통문화를 낯선 환경과 주인공들에게 옷을 입힌건가 싶지만


사실 라트비아의 전통문화가 소설속에 녹아들어 있는 거랍니다.


 




책의 제본상태로 책에 대한 만족도를 재단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겠지만


<마리카의 장갑> 은 양장상태도 넘 깔끔하게 간만에 잘 빠진 책이네요.... ㅎㅎㅎ





정령들이 새로운 탄생을 축하한다고 믿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어느 집.


사우나 오두막에서 가족의 환영과 축복속에 건강한 여자아이, 마리카가 태어납니다.


몹시 추운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는 누구나 엄지장갑을 가지고 있고,


마리카의 엄지장갑은 할머니가 떠주셨지요.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마리카, 그리고 마리카와 동갑인 루프마이제공화국.


오가와 이토의 소설 초반에는 마리카와 루프마이제공화국, 이 둘이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울창하고 청정한 숲을 사랑한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


대대로 이어져오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고유문화가


세상의 진리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정의를 중시하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






p. 21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에 루프마이제공화국은 숲이 울창합니다.


숲에는 보물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 보물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숲의 은혜는 동물들과 함께 누려야 하는 공유 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하거나 가로채면 안 됩니다.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처럼 들려옵니다.


처음부터 내 것인 것 없이 태어나는 것이 인간인데


사람이 품을 수 있다는 욕심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지구인들이 너무 많아요.


오가와 이토의 소설 곳곳에는 이렇듯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고,


루프마이제공화국 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통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런 나라에 이민가서 살고 싶어집니다. ㅎㅎㅎ


욕망으로 점철된 진흙탕같은 나라 말고


가족같은 공동체 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순수함을 간직한 곳으로~~~!




 


자연의 숭고함을 존중하는 것 만큼이나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는  음식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살아가면서 무엇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음식을 빼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푸드 앞에 우리는 "소울" 을 담아서 얘기할 정도니까요. ㅎㅎㅎ


소울푸드~~~ ㅋㅋㅋ


<마리카의 장갑> 을 읽다 보면 음식을 통해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어 가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책은 그때부터 이미 선물입니다.


음식에 대해서 애정이 남다른 일본만큼이나


라트비아 역시 그 나라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다양한 음식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6개의 장에는 각각 흑빵, 시마코프카 (약과 같은 술), 꽃차,


자작나무 주스, 도토리 커피, 오이 피피가 주인공 아닌 주인공이 되어


소설 속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윤활유 역할을 하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들이 이 음식들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소설입니다.


오가와 이토의 소설에는 이렇듯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지요.^^



전통문화를 숭고하게 여기는 일본의 작가 오가와 이토가 써내려간 소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라트비아 역시 전통 종교가 있고 각각의 모티브에 따라


신이 존재함을 믿는 문화가 이질감없이 다가왔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사실 얼음제국의 강점하에서


 엄혹한 현실을 견뎌내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했고 여유로웠으며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살아가지요.


호두 한알을 다시 땅에 심어서 호두가 열리면


다 함께 배부르게 먹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마리카의 장갑> 소설에서 이런 문장들을 내내 읽어가는데


마음이 여전히 얼음제국과 같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세상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는 것이 행복한건지를 말해주는 듯 해요~~!!


자연의 일부, 동물들과의 교감도 어렵지 않게 해내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의


마리카와 야니스.


엄지장갑을 뜰 줄 알아야 어른으로 인정받으며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했던 어린 시절 마리카는 노력해서 결국


결혼용 장갑도 직접 뜰 수 있을만큼 어른이 되었어요.


그렇게 우연히 야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 아이는 없지만 동물들이 아이가 되어준다고 여기며


현재에 만족하는 삶이 너무나 평온해 보입니다.





p. 99


먼저 편견 없는 마음으로 대해야 해.


벌이면 벌, 개미면 개미에게 경의를 표하고 진심으로.


아무런 거짓 없이 당신이 좋아요, 하고 전하는 거야.


인간이 우월하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생물은 모두 대등하니까.






인연이 없었던 그 누군가의 선의가 있었기에


사랑하는 야니스와 재회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마리카.


야니스는 먼 여행을 떠나 마리카 옆에는 없지만


야니스의 장갑이 마리카에게 돌아왔으니


이제는 야니스와 영원히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트비아에서 떡갈나무는 남성의 수호신,


보리수는 여성의 수호신으로 여긴다지요.


경건하고 순박한 사람들과 자연을 숭고하게 여기는 그들의 전통문화 덕분에


그 멀게 느껴졌던 라트비아라는 나라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 <마리카의 장갑> 덕분이겠죠.^^



 

 

 

오가와 이토 작가의 인터뷰가 실린 부록과 함께


<마리카의 장갑> 소설이 끝난 후 뒷면에는 오가와 이토가 직접 다녀온


라트비아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소설 다음에 갑자기 여행 에세이가.... ㅎㅎㅎ


실제로 소련에 반세기에 걸쳐 점령당했던 라트비아인들은


노래와 춤, 민속 의상까지 금지당했지만


그들의 엄지장갑만은 허용되었다고 해요.


추운 겨울 라트비아인들에게 따뜻함과 삶의 희망이었던 엄지장갑 으로부터


오가와 이토의 소설은 아마도 시작되었나 봅니다.


220페이지의 이 책, 정말 술술 읽히네요.


난해한 캐릭터, 상징과 비유, 복잡한 서사.... 이런 거 없이 투명하고도 맑은 소설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읽고 나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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