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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책표지 컬러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에세이 한권 만났습니다.
다산책방에서 나온 모리 마리 산문집, <홍차와 장미의 나날>.
1962년 미국영화 "술과 장미의 나날" 이 아니라
<홍차와 장미의 나날> 입니다.
술보다는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에 따라
제목을 지은것이 재밌습니다.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귀족은 정신적 귀족, 모리 마리.
저자의 태생적 배경은 돈이 없이 시작되진 않았습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모리 오가이의 첫째딸이거든요.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만큼이나 유년 시절에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했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독특했고 두 번의 결혼 생활이 파국을 맞으며
또 한번의 인생의 격동기를 겪게 됩니다.
일본의 대문호 장녀였지만 이혼 후 생활비를 걱정할 정도로 가세가 기울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유전자가 있었는지 재능을 보이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해요.
하지만 모리 마리 본인라는 사람 자체가
기질적으로 "어린아이인 채로 어른이 된 사람" 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솔직하고 제멋대로에 때로는 괴팍한 성격을 보이기도 해서
나름의 유명세(?) 도 지니게 되는 저자입니다.
단, 하나...... 모리 마리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바로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갖춘 덕분이었어요.
보기와는 다르게 모리 마리가 만든 음식을 먹고 나면 사람들이
모리 마리를 다시 보게 될 정도였다고 하니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재능에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호화로운 가난의 미학" 을 알려주는 이 책은
그녀가 좋아하고 아끼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대요.
음식을 주제삼아 엮은 모리 마리의 컬렉션 그 첫번째책이라고 보시면 될듯 합니다.^^
모리 마리 삶 단편들을 에피소드처럼 묶었고
그 중심에 다양한 요리와 레시피들이 등장하지요.
모리 마리,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메이지풍 서양요리와 양배추말이.
요리하는 것, 차가운 홍차, 적포도주와 자두를 섞은 음료를 좋아하고
반대로 손이 많이 가거나 기교가 필요한 요리는 잘 못 만든다는 모리 마리.^^
때로는 분노조절도 잘 안되고 사랑에 있어서는
가끔씩 '남편이라는 사람'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큰~ 사랑도 받았고 영향도 많이 받아서
모리 마리 일가의 식생활이나 사생활들도 이 책 속에 많이 담겨져 있어요.
그야말로 자신의 전부에 대해서 가감없이 드러낸 책으로 보입니다.

요리를 할 때 간을 맞추는 일을 일종의 시를 쓰는 일이라고 말하는 모리 마리.
그만큼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모리 마리는 요리를 통해 그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혼 후 삶의 전반이 여유롭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마음만은 귀족처럼 사는 모리 마리였습니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 에서 요리에 대해서 얘기할 때 눈이 반짝거릴듯한
모리 마리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저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생각해 봤어요.^^
생각해 보니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더라구요.
바로 이 순간, 커피 한잔 하면서 달달한 생크림 카스테라와 함께
책 한권 펼쳐보는 이 시간이 제게는 행복입니다.
그저 이렇게 앞으로도 쭉~~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고 싶어요.
모리 마리처럼 현재에 만족하며 그렇게 큰 욕심 부릴것도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