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영미소설 오랜만에 읽어봅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이 소설을 같은 여성으로서 책띠에 적힌 글귀들이 그냥 지나쳐지진 않죠.


과거보다는 여성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 여성을 바라보거나,


심지어는 역차별에 대한 혐오를 약자인 여성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사회의 일부 모습들을


우리는 지금 현재, 현실 속에서 마주하며 삽니다.


 강자가 지배하는 이 사회의 관계망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약자에게 이중잣대를 드리우는 자신을 발견한 적은 없는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어지게 하는 소설 <비바, 제인> 을 읽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임프린트 루페에서 나온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의 소설은 처음 읽어봅니다.


유명 정치인과 스캔들에 얽혔지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시작된 것은 아니었죠.


자신이 미숙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 나중에는 받아들이지만


그 당시 자신의 말과 행동에도 책임질 줄 아는 현명하고 강인한 여성이었어요.


아비바 그로스먼 이자 제인 영.

 

비록 사회의 시선이 약자에게 너무나 가혹했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존재가 생기면서


앞날을 위해 자신의 과거 이름을 버리고 잊혀질 권리를 외치며


새 이름을 스스로 지어내야 했지만......


"관계"라는 것은 결코 혼자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방이 존재할 때 나도 가능한 것인데 왜 피해는


약자만, 이 소설속에 여자만 다 뒤집어 써야 하는 걸까요.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들이 난무하는 요즘, 관련 책들도 골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페미니즘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상술을 숨기고 나오는 책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극단적인 페미니즘 낳을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부당함을


고발하고자 출간하는 책들도 있을 거예요.


일방적으로 현상을 알리는 책들과는 또 결이 다르게


문학으로써 페미니즘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진지하게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주목하게 됩니다.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소설이고


스토리 속에서 스캔들 사건이라는 것이 워낙 진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도 같은데 나름 균형을 맞추면서 진행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밝게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스캔들 사건으로 인해


타자에 의해 낙인찍혔고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여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대처하는 태도가 씩씩하고 당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의 스토리 속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들려주는 소설의 구성도


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여주인공의 엄마 레이철, 여주인공의 나중 이름 제인, 여주인공의 딸 루비,


여주인공의 연적? 엠베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던 여주인공 아비바.


그런데 5장이 제법 독특해요.


아비바의 삶 속에 무수히 많은 선택지들을 독자도 함께 걸어보게 합니다.


물론 독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지만


아비바에게는 선택권이 있었고 그에 따라 당당하게 책임졌던 똑똑한 여성이었어요.


다섯명의 여성, 실제로는 네 명의 여성이 들려주었던 소설 <비바, 제인>


유쾌한 심리묘사가 또한 긴장이 계속되는 와중에 이완할 수 있게 해줬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사회의 모습, 스캔들 사건과 주인공을 둘러싼 타자들의 반응,


주인공이 보여주었던 당당한 삶의 태도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과 너무 맞닿아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넌 자유의지를 가진 여성이고, 우리 딸, 몇 가지 선택지가 있어.


넌 그 구두를 샀지만 결혼식 말고 오페라에 신고 갈 수도 있는 거지.


오페라 극장에서 신으면 아주 근사할 거야.


내가 그 구두 얘기를 꺼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리 엄마 말은 늘 피가 되고 살이 됐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어 있는 저 역시


이런 분별력을 갖고 아이에게 조언해주고 정신적인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동체 사회는 서양의 사고&행동양식과 분명히 다른 문화가 있고


아직도, 여전히 약자라 일컫는 여성으로서 살아가고자 할 때,


당당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자유의지로 꾸리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을 기쁘게 여길 줄 아는 아이들로 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누군가를 탓하는 순간 내 삶은 내 것이 아닌게 되죠.


지금의 나도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고


탓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테니까요.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히고 얽히는 이 사회에서


또 하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스캔들 사건에도 불구하고 수치스러웠기를 거부했던 아비바, 그리고 제인.


삶에서 고비가 올 때마다 나 자신을 당당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거부하면서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하는 생(生)이기를 응원합니다.


<비바, 제인> 또 한권의 재밌고 좋은 소설이었어요.^^


제인, 만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