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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챕터를 구성하고 있는
일본작가 데라치 하루나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
의미상 배치되는 "같이" 와 "혼자" 가 소설의 제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참으로 절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미코와 카에데.
일본사람들의 이름으로 성별을 구별해낼 만큼 알지는 못했기에
처음에는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인줄 알았어요.
책띠에 적혀있는 "여성의 우정"이라는 문구도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읽어내지도 않았었습니다.
읽고 보니 두 여성의 우정, 뭔가 시간이 오래되어서 끈끈한 우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살아가면서 이런 인연이 있을수도 있지....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또 한번 내 안의 편견에 갇혀서 이 책을 시작했었구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중에 한 명이라는 작가 소개에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소설의 구성이 몰입도를 갖게 했어요.
옆 집에 살면서 인연이 되어 40대 중반의 나이를 각자의 삶으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때때로 옆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심한듯 하지만 나에게 마음을 써 주는 사람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 어떤 대상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유미코와 카에데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어요.
처음..... 머리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걸어...." 라고 말하는 거 같다는 문장들이
이 소설의 끝에서도 그렇게 마무리 되는 구성은
몰입도 있는 스토리와 동시에 소설의 구성까지 안정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크게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있는 짜릿함을 주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일상생활을 디테일하게 풀어주면서 공감을 갖게 하는
잔잔하지만 메시지가 확실한 소설이었어요.
여성으로서 두 여성의 우정,
그리고 사람으로서 두 사람의 인연은 역시 아름답고 눈물겹습니다.
같이 걸어가지만 이 삶은 오롯이 나 혼자 가야 할 삶이죠.
그래서 외롭다는 말을 하지만 그 외로움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충분히 멋지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삶이 될거예요.
이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닌
나의 목소리로 "걸어..... 걸어...." 를 말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이 전해집니다.
좋은 소설, 나중에 데라치 하루나 작가의 소설은 신간이 나오면
또 읽고 싶을 거 같아요.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멋진 여자 유미코와 카에데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