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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을 전부터 그렇게 읽고 싶었는데 당최 짬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집에서 읽지 못하고 제주도까지 들고 갔는데
간신히 자유시간 빼서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펼쳐보고 왔어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제야 완독합니다.
운동권 스님, 좌파, 독설왕, 청개구리 스님 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조계종에서 제적된, 수행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前 명진 스님입니다.
그래서 책에도 스님이라는 뒷말은 빠져 있더군요.
어찌 보면 그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고 더 자유로워진 느낌마저 듭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해야 할 말은 했던 사람이었기에
종단의 기득권을 흔드는 귀찮은 존재였고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텐데
독자가 봐도 이렇게 책을 쓰시면서 사는 지금이
더 자유롭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 어떤 단체의 제재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고자 하는대로
사는 게 명진 스님이 얘기하는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최상의 행복이란 삶에서 다양한 흥망성쇠를 마주함에도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
명진 스님이 인용한 부처님의 말씀이 공감이 가요.
크고 작은 일들에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될 때면
사람이 참 예민해지고 나 자신이 싫어지곤 합니다.
평상시에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즉, 우리 모두는 완전하지 않지만
내 머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자아의 존중감이 비대하게 강조되다 보니
늘 남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때문에 끊임없이 긴장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잘 사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가정사,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
세속의 연을 뒤로 하고 출가하며 수행했던 이야기들,
봉은사 주지로서 지내면서 정치인들과의 에피소드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명진 스님이 지금까지 어떠한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고
자기검열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 만큼은 지키려 노력했던 저자가 보였습니다.
굉장히 솔직하고 자조적이기도 하고 울분에 차서
뱉어내는 뜨거운 한 마디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를 통해서 명진 스님의 영상들을 본 적이 있고
그의 행동들을 보면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는 본인도 전에 출가한 몸이지만
종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왕권도 무너진 지금 왜 여전히 신권은 존재하는지에 대해
역설하면서 무조건적인 믿음은 때로는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하죠.
자신이 몸 담았던 곳이지만 너무나 아끼기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그 종단에서 썩은 적폐들은 이러한 쓴소리가 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엿보입니다.
결코 의심없이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믿기를 결정하라는 당부의 말이
아직도 제게는 울림으로 남아있어요!
내 편이라고 해서 한 치의 의심없이 '좋아요' 를 누르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생명이든 하루를 산다는 건
다른 생명에게 빚지는 일이다.
우리가 먹는 것 가운데 생명 아닌 게 없다.
......
우리 모두 생명의 커다란 사슬 속에 살고 있다.
보이지 않은 것들까지도 보이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세에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울까요....;;
결코 현재 쥐고 있는 것이 영원한 것이 없고
찬란하게 빛이 났던 것들도 언젠가는 그 빛도 힘이 없어질 것을
우리 인간들은 참으로 어리석어 알 수가 없지요.
우리는 이렇게 깊은 뜻까지 다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태어나 잘 사는 게 뭔지 그렇게 궁금하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사실 저자 본인도 수행하면서 찾아가는 중이라고 하니,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지 않습니까?^^
다만 명진 스님이 혹자들보다 조금 더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면
제 머리로 생각하며 살고 행동한다는 것이죠!!
현재 자기에게 할당된 양에 만족하지 못하고
갈수록 바라는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이 개인이 쌓아가는 철학보다 앞서가는 한
잘 산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안녕감" 이라고 하죠.
정해진 수치가 없고 개인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에 집착하지 않을 때 나의 행복지수는 늘 상위에 랭크하게 될겁니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은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아 보여요.
바위를 산 위로 끊임없이 굴리는 벌.....
올려 놓으면 어김없이 다시 내려가고
또 그 바위를 올려야 하는 "무의미의 반복".
우리의 삶을 유의미하게, 주도적으로 가꿔 나갈 때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이 책을 이곳에서 펼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제가 참 좋아하는 공간, 애월 해안도로에 있는 스타벅스 제주애월 DT점 입니다.
제주도 보름살기를 위해 두 딸을 데리고 여름휴가 찐~ 하게 보내고 오면서
하루 시간을 빼서 책 읽는 시간을 만들었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만들어 보는 노력을 할 때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 그리고 예쁜 애월 해안도로,
제주도에서만 파는 음식을 먹으며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를 읽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행복 그 자체입니다.
인생은 홀로 가는 길이다.
나 자신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타인도 도울 수 있다.
그리고 남을 행복하게 해줄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
스스로 제대로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는 성찰이 있을 때,
내 이웃의 삶을 살피는 따뜻한 온기가 있을 때,
우리의 훌륭함은 나날이 성장할 수 있다.
명진 스님이 말하는 잘 사는 법처럼 나의 행복도 챙기면서 동시에
이웃과 연대하며 생각하는 대로 실천해가다 보면,
내가 사는 공동체에 기분좋은 변화도 생길 수 있겠죠.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감을 지켜보면서 희망을 경험하는 삶을
모두와 함께 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