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은 환호성을 받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하얀 얼굴에 입가에 붙은 점으로 인해서 홍일점이라는 별명을 다시 얻게 된 여배우 나다희는 관객들 중 눈을 빛내는 한 귀족 아가씨를 보았다.
그녀는 옆에서 아직 인사 중이던 민시길을 꾹 찔렀다.

“아직 막 내려가지 않았어요. 누님.”

민시길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 나다희에게 말했다.

“어머, 더 이상 홍일점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었어. 너, 내게 그렇게 정열적인 눈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하, 누님도. 그건 다 옛날 일이죠.”

귀족의 아들인 민시길은 약간 맹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연기에 탁월한 천재였다.
메소드 연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의 투명한 마음이 마치 역을 비추는 것 같았다.
다만 흠이 있다면 얼굴이 지나치게 해사해서 악역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머, 그거 정말 믿어도 되는 이야기야?”

나다희는 관객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있는 노구진을 가리켰다.

“그럼 나, 안심하고 구진 네 집에 가서 살아도 되는 거지?”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연출, 각본가. 노구진.
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집안의 아들로서 시골 무대에서 나다희는 본 이후로 집안의 패물이란 패물은 다 훔쳐 달아난 인물이었다. 그는 걔중 가장 좋은 물건만 남기고 다 팔아먹고 그 좋은 물건을 미끼로 나다희는 사려고 했다.

“근데 그 집에서 누님을 받아줄 까요?”

아무리 해사한 얼굴이라도 독설은 독설이다. 민시길은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을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여씨 집안의 장녀, 여경인을 바라보았다.

“저 귀족 아가씨네 집에서도 절 안받아 줄 것 같은데요?”

“응? 아는 사이야?”

손들을 다 붙잡고 만세!를 외친 후 배우들은 사라졌다.
아직까지 후진 지역이라 이런 일류 극단이 오면 쉽게 놓아주질 않는다.
다섯, 여섯 번이나 앙코르를 외쳐댄 통에 배우들은 차례차례 다시 나와 대사를 읊어야 했다.

“예전에 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민시길은 말했다.

“사실 경인이하고는 사돈에 팔촌 정도로 인연이 있거든요. 그것도 경인이 어머님이랑.”

“역시 귀족 자제분이셔.”

능글능글 거리면서 막 뒤에서 지켜보던 구진이 다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거 놔~ 아직 네 사람 아니야.”

다희가 부드럽게 말하는 척 하면서 노구진의 손을 밀쳤다.

“이거 왜 이러시나…시길이가 결혼하면 우리도 결혼한다고…그러지 않았어? 오늘 여씨 집안에서 배우 민시길을 데려가겠다는데…”

“어머, 정말?”

눈을 동그랗게 뜬 다희가 다시 구진의 손을 홱 밀쳤다.

“알고 있었지? 둘다?”

“어…엄.”

구진이 약간 꿀린 데가 있는지 신음소리를 냈다.

“아…네.”

길이의 대답에 다희가 화를 냈다.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지.”

“아니, 그게 누님은 빼고 오라고 해서.”

“야!”

구진이 시길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그 말은 하면 안되는 거 몰라?”

“…음…몰랐어요.”

“쳇. 바보 멍청이. 연기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구진의 말에 다희가 울먹였다.

“역시. 내 소문이 너무 멀리 퍼졌어…”

“아니야.”

주연 배우가 풀이 죽으면 연출가는 죽을 맛이다. 구진이 지금 그 상황이었다.
어찌어찌 이번 무대는 넘어갔지만, 이렇게 풀이 죽어버리면 다음 무대가 큰일이었다. 특히나 나다희는 시길처럼 발성이 탁 트인 것도 아니고, 기분파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쁠 때 세워놓을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다희를 사랑하기도 했고, 연출가로서의 그도 배우인 다희를 아꼈다. 그러므로 다희의 사소한 걱정거리는 그의 것이기도 했다.

“그 영감이 설마 여기까지 왔겠어?”

“시길이 아는 사람이 있다잖아. 그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해!”

“있긴 뭐가 있어. 당신을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우리끼리 가더라도 당신은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돼!”

구진의 말에 살금살금 빠져나가던 시길이 말했다.

“네! 누님. 기다리고 계시면 저희가 올게요…”

“야! 너 혼자 어딜 가는 거야?”

“…부르는 데로 가야죠. 형님도 준비하세요.”

“멍청이.”

분첩으로 얼굴을 두드리면서 다희가 썡하게 말했다.

“저러니 여자들이 안 미치고 배겨?얼마나 멍청한지 저 백치미가 매력이라니까.”

“…부탁이니 다른 놈하고 스캔들은 내도 저 놈이랑은 내지 마라.”

구진은 겨우겨우 다희를 달래서 분장실로 보냈다.
 
“왜 스캔들 내면 안돼?”

분장실로 떠밀려 들어간 다희가 언성을 높였다.

“넌 내 배우니까!”

구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한방 터질 때까지 참아! 내가 뭣 때문에 네 뒷바라지를 하는데! 그리고 저놈하고 스캔들 나면 니들 다 내 손에 죽어!"

"깔깔. 소심도 하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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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알라딘 책장이 알파벳님처럼 로그인 안 하는 동안에 싹 밀릴까 싶어서 로그인은 여러 번 했었는데...
아직도 찾아오시는 분이 있고,  추천 달아주시는 분도 있고...
6월에는 잘 안 들러서 못 봤는데 오늘 봤습니다.
그렇다고 돌아오자니 이미 올리던 글들은 다 완료시켜버려서...;;;;;;;
요즘은 생각나는 것도 별로 없고...
음, 포털에서는 그냥 읽은 책 기록이나 합니다...하루에 몇 페이지 이렇게...
근데 소설이나 소소한 잡글은 여기서 써 버릇해서 그런가.
아직까지 그 포털에서 잘 쓰지를 못해요.
그렇다고 여기 오자니, 계속 조회수가 바뀌는 바람에 마음에 안 들고 그러네요...
이웃님들, 친구 목록에서 빼주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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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사갑니다.

2. 포털로 옮깁니다. 본인 돈이 들어간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낫겠지만, 사실 아직까지 그 정도로 큰 일이 생길지도 없고.

3. 여기 있던 습작들도 같이 갑니다. 검색어로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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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조회수가 어제 그대로이면 어쩌자는 겁니까...
벌써 이틀째 이 모양인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너무 실망해서 화낼 기운도 없습니다...
이러니까 다들 떠나가는 겁니다.
조회수 조작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이렇게 나오면 그동안 화내면 떠나가신 분들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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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7-05-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조회수 수정...누구 바보 만드는군요
미리 캡춰 떠놨습니다. 사과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매운동까지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로크의 바흐가 되겠지만...
현재 100개 묶음 러시아 대가들의 클래식에서...굉장히 맘에 드는 바흐의 연주를 발견...했으나...
쌓아놓는데다가 도로 갖다놓는 바람에 누구 것인지는 확인불가.
첼로 연주곡인것은 맞는데..
왜 그렇게 발견했냐하면...지금 로스트로포비치의 같은 곡을 들었는데 무척 졸리웠기 때문...
로스트로포비치는 대가지만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닌 듯.
그렇다고 내가 들은 연주곡이 정석이라고 보기도 조금 그런 것이...
보통 바흐곡은 기본적으로 좀 덤덤...한 스타일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떄문에...
근데 내가 들은 그 바흐(내가 확실히 내 취향이라고 한)는 곡 전반에 걸쳐서 애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첼로가 흐느끼는 듯한 그 느낌은...확실히 바흐라고 보기는 좀 어려워보이긴 한다.
그래도 내 취향인걸 어쩌나....

처음 클래식을 듣는다면 대가들의 곡으로 먼저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내 경험으로(이번 시디 사면서 느낀 건데)대가들의 연주를 들으면 클래식이 싫어도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는게 내 생각.
마치 만화 스바루처럼 마구마구 끌려들어가니까. 연주자들의 만유인력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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