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랑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는 성안시라는 곳이 배당되었다. 성안 백작 민시길.

“어서 나가시죠. 백작님.”

“아,네.”

주례의 재촉을 받고 그는 대기실에서 실내로 향했다. 실내는 바깥의 찬란한 햇살이 비쳐 눈부셨다.
그는 얼굴을 밖으로 돌리려 애썼다. 지금 이 시간이면 경인의 결혼식이 중반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없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가 다희처럼 격한 성정이 아니었다는 데 있었다.
경인은 얼마 후에는 안정을 되찾고 그를 바라봤듯이 다정한 얼굴로 기혁을 볼 것이다.
그녀는 중산층의 여인이었다. 집을 원하고, 돈을 원하고, 다정한 남편과 아이들을 원했다.

다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녀는 분노했다고 들었다. 그가 보낸 편지를 갈갈이 찢어발기고, 왕을 향한 쇳소리를 질렀다고.
아마 그녀는 시길은 결코 공적인 자리에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결코 그를 자신의 마음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그도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공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선택했겠지...나의 마돈나.-

왕실의 주례가 천천히 주례사를 읊었다. 그는 그의 옆에서 반지를 기다리는 공주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여윈 손가락에 치수가 약간 큰 반지를 끼워주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으로 미나 공주님과 부마 민시길 백작의 결혼식이 완료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눈부신 섬광들.
그는 공주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섬광은 더 요란하게 터졌다. 그들의 결혼의 시작을 알리 듯이.

-당신을 배반했고 앞으로도 배반하겠지. 우리는 애초에 만나지 않는 것이 옳았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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