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설한은 한빙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린 소녀가 어느샌가 표독한 강호인이 되어버린 듯한 그 모습이 낯설어서였다.
그가 처음에 빙궁에 들었을 때에는 천진난만한 아기였는데, 아니, 빙궁을 떠나기 전만 해도 그러했는데...
자신의 사촌 동생의 모습이 참 많이 달라보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무영검주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여성이구나...라는 생각이 하나, 헛된 피 흘리지 아니하는 무림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둘...
“안 자고 뭐하느냐.”
창가에서 달빛을 받으며 미홍이 말했다.
“아...그게...”
“빙아가 그렇게 예쁘냐?”
그의 말에 설한은 얼굴을 붉혔다.
“한빙이 몇살인데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단지...마음이 어지러워서...”
“검주를 생각한 게로군.”
미홍이 들고 있던 옥퉁소로 설한의 허리께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강호에 한번 출행한 남자 생각에 여인, 아니면 무공인 것이지.”
“......”
“오늘 본 빙아의 모습을 잊지 마라. 무영검주는 잊어도 된다.”
“.....네?”
“여자란, 강호의 여자란...관세음보살과도 같단다.얼굴이 한 개는 아니거든.”
“...남자는요?”
“보고 싶은 얼굴만 보는 게 그게 남자란다. 그리고 그건 얼굴을 갖지 못한 강호의 여자는 단명한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잘 알게 될 게다. 무영검주와는 자주 만날 지도 모르고...”
“.......”
“자, 잠이 안오면 내 퉁소 음률이나 하나 들어볼테냐? 황산에 꽃지다. 라는 새로운 곡이란다.”
보따리를 엉덩이에 깔고 미홍이 중얼거렸다.
“항상 미워하지도 못하고, 항상 사랑하지도 못하네. 천개의 얼굴에 천개의 번뇌를 담나니...
마음에 그대를 모셔놓고 꽃 한송이를 피운다. 꽃송이 피듯 그대 얼굴 피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달빛을 받으며 퉁소를 연주하고 듣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