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주님이 돌아가셨다고요?”

난동을 피운 자들에게 요금을 물린 객잔주인은 채미홍을 알아보고 그와 설한, 한빙에게 방을 내주었다.
황제에게 하사받은 황금검을 가진 자는 어디를 가던, 어떤 일을 하던지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사관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호사겠으나, 사관 중의 사관인 채미홍에게는 결코 호사가 아니었다.

“까마귀가 옥반지를 물고 왔더구나.”

“아, 이런...”

인가를 받으러 가다가 인가 대상자가 사망했으니, 설한과 한방은 어쩔 줄을 몰랐다.
설명들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한때 극북, 극서, 극남, 극동의 최고 무공을 지닌 자들을 일러 극북의 빙궁주, 극서의 모래성주 극남의 열도주
극동의 일화교주라고 칭했다.
그리고 몇년 간의 간격으로 노쇠, 반란,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각각 사라지거나 교체되거나 하였다.
빙궁주의 자리는 요행히 노쇠를 이유로 자리가 1번 바뀌었는데, 바뀌자마자 빙궁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궁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럼 다시 빙궁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한빙의 물음에 미홍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돌아가지 않는 게 좋겠다.”

그리고 미홍은 원래 그의 성격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빙궁주는 살해당했다.”

“......”

둘은 경악했다. 입조차 떼지 못하는 그 둘에게 미홍이 말했다.

“빙궁은 불에 타고, 궁주를 시해한 자가 직접 편지를 황궁의 내명부로 보냈다더구나. 지금쯤 극북으로 황제의 병사들이 가고 있을 게다.물론 멀쩡하게 도착이야 하겠느냐만은...”

“...어째서 빙궁에 황제의...”

설한의 말에 미홍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조항아가 스스로 궁주를 살해했다고 보내면서, 반란의 소지가 있어 자신이 제거했노라고 하였더구나.”

“......”

“너희도 알고 있겠지? 극동의 일화교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너무나도 똑같아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황제를 섬기지 않고 태양으로 얻은 불을 신으로 섬기는 일화교는 언제나 황제치하의 골치거리였다.
일대 천을 자랑하는 일화교주 백지련은 한때 황제를 넘볼 정도의 무리를 거느렸으나, 어느날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잠자는 사이에 목이 베여 효수되었다.
그리고 그의 강함을 흠모하던 일화교는 단단한 구심점이 사라지자 하나 둘 사라져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화교는 백지련이 죽어서 사라졌지만, 빙궁은 설녀들의 근거지. 일반인을 공격할 우려가 있으니 다 죽이자는 말이 나왔단다.”

미홍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저도 그럼 죽겠군요.”

한빙이 말했다.

“죽어야 하는군요...단지 설녀라는 이유만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