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이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언제 도착할까?
출소일이라고 했을 뿐, 그는 몇 시에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조용히하라고 한 후 가게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수업을 당당히 째고 들어왔는지 부장도 부실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너 수업은 어쩌고?"
"선생님이 여기 계실 것 같아서. 마침 제 감이 맞았네요."
그 녀석은 웃지도 않고 폼을 잡았다. 물론 난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대로 꿀밤을 먹이려다가, 잠시 멈췄다.
"부장."
"네. 선생님."
"너 라이벌을 만나고 싶어서 그러지?"
"아..."
"나가자.."
나는 어디에나 들고 다니던. 마크 코어스 핸드백을 들었다. 한때 그 남자가 사랑하던 나는 이제 명품이라면 들고 보는 어디에나 보는.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이에 스토커 짓을 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 몇년간 교도소에 있었다. 한때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그 빛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선생님."
부장이 말했다.
"정말 나가고 괜찮으신 거에요? 작별 하실 거 아니였어요?"
"작별할거야."
내 싹뚝 지르는 답변에 부장은 잠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선생님...저기..."
"너에 대한 대답은 겨울에 할 거야."
사랑에 대해서 답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사람을 품는 것에 대해서라면 답은 있다.
그 노란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여러개 찾아봤다. 노란색만을 내는 것이라면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결정한 레시피는...
"이게 정말 맞는 걸까요? 선생님?"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한테 상처만 주는 거 아닐까요? 그냥 모른다고 하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 분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대학시절 고백했다가 교생실습 때 다시 찾아온 남자에게 생각해보자고 한 후 돌려보냈다. 무척 싫은 남자였다. 그 점을 지적하는 그에게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다.
[아, 노선생님이라면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알고 있어."
나는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선생님. 저 외출증!"
"에이. 성가시게 하네. 지금 외출증이 문제야!"
"선생님!"
대리석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약 700미터 거리의 철문. 너머에 있는 모퉁이의 아이스크림 가게..
잘되지도 못되지도 않는 그런 가게. 거기에 나, 노란 손수건을 나무에 매달리라.
힐을 벗어던지고 달린다. 아직 그가 있을 거다. 항상 그를 향해서 고정되어 있던 내 안테나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아, 오셨군요."
길노인이 싱긋 웃었다.
"그. 사람 왔나요?"
당신을 용서할 게요. 하지만 사랑은 할 수 없어요.
그 대답보다는 용서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라고 해야 할까.
물론 지금.
"돌아갔습니다. 선생님."
"그 레시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길노인은 빙긋 웃었다.
"잘 먹고 간다.고 하더군요.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그 레시피, 틀린 거였는데..."
나는 울어버린다.
그가 잘 먹던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망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건 샛노란색의 달고 신 맛이 있는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었다. 길노인의 아들은 거기에 살짝 레몬과 파인애플을 가미한 트로피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었다.
왜 잊고 있었던걸까. 내게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
"선..생님...?"
용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 하나없다고 오해하고 떠나버리면...그 사람이 상처받으면...
아니, 내가 상처받는게. 두려운 거겠지...
정문에서 등을 돌리고 살짝 눈가를 훔치는 내게 부장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다.
"노란 색을 내려는데 너무 집중했어요...그래서. 시고 노랗게 만들려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다가...레몬과 파인애플을 같이 넣어서 갈았죠, 시트러스. 아이스크림이었어요...(글쟁이주: 레시피는 유명 과일 브랜드 돌의 아이스크림기계 요나나스 레시피에서 따왔습니다.광고는 아닙니다.)하지만 그 사람이 즐겨먹던 아이스크림은 아니었어요..."
"선생님...뒤에..."
"선생님,취직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약간 긴 머리에 샛노란티셔츠를 입은 그가 서 있었다.
"아...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아,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말이죠. 이제 같이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1년전까지 음침하다고 불린 그 사람이 맞나?
"저도 이제 신경통이 있어서 청소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숙식해결하고 아르바이트로 일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보다 미남이니 손님도 많이 오겠죠?"
"......"
그 남자는 내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직접 말을 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이미 우리 둘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더 이상 연애를 다시 시작하자거나, 용서해달라거나...그런 말은 필요가 없었다.
"가자."
"선생님? 그게 다에요?"
"너, 수업 중간에 째고 나왔지. 들어가면 혼날 각오 해."
"하지만 선생님도 수업 중간에 째고 나오셨잖아요."
"흔한 관용구 하나 들려주리?"
"예?"
"넌 학생이구, 난 선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