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 무뚝뚝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준구는 길준에게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예전의 길준을 알았다한들 별로 달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준구는 절망에 의해서 성격이 바뀌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정말 절망적. 이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길준이 초면인데도 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절망을 모르는 이의 얼굴은 밝다. 그 밝음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사람들은 아주 잘 알게 된다.

 

 

“오늘은.”

 

 

“네.”

 

 

길준의 말은 짧고 많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 대응방법이 쉬워지기도 했다.

 

 

“배식하러 나가지 않을 겁니다.”

 

 

얼마 전부터 요양원에서 노숙자 배식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과 길준도 섞여서 밥도 하고 배식도 했다. 물론 길준의 기본 표정인 찡그린 상을 하고서.

 

 

“그럼요?”

 

 

“아직 신고하지 않았지요?”

 

 

길준의 말에 준구가 아!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준비는 다 되어 있더군요.”

 

 

길준이 어디선가 찾아낸 듯한 사체 검안서를 코트 주머니에서 꺼냈다.

 

 

“날 속인 죄로 벌을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가시죠.”

 

 

주민센터에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에 대한 형식적인 질문이 오갔지만

총사건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의사가 사체검안서를 잘 꾸며준 탓이었지만 그들은 길준이 강제로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정심이 든 것이었다.

그래서 길준은 전입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해치워버리고, 사망신고도 마무리 지었다.

다만 그 와중에 조금 혼선이 생겼다.

 

 

“희망요양병원이라면...저쪽에 있는 산들바람 요양원 도움도 좀 필요하실거예요.”

 

 

좋은 의도였겠지만 준구는 뜨끔했다. 뭔가 말려드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길준을 쳐다보니 길준은 매우 진지하게 평화롭고 따뜻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굉장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준구는 사회복지사에게 그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양원을 미리 운영한 노하우에 대해서 여쭤보겠다고 한 후 주민센터를 빠져나왔다.

 

 

“그 얼굴.”

 

 

“......”

 

 

길준이 다시 냉랭한 상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아까 전의 그 얼굴.”

 

“......”

 

 

“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보물들을 갖고 있던 어떤 남자의 얼굴이죠.”

 

 

“그 보물.”

 

 

허튼소리를 한다며 짜증낼 것 같던 길준이 의외로 조용하게 말을 받았다.

 

 

“그 남자는 잘 지켰습니까?”

 

 

“...잃어버렸죠. 보물은 그래서 보물이니까요.”

 

 

“.......”

 

 

“잠시나마 당신의 얼굴에서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난 더 잃을 게 없으니까요.”

 

 

길준은 그렇게 말한 후 준구가 운전하는 차에 탔다. 사회복지사가 참고용으로 준 지도에는 차로 약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산들바람 요양원이라...”

 

 

준구의 말에 길준이 말했다.

 

 

“내가 아는 한 아주 훌륭한 요양병원이죠. 아주 훌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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