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야스의 생애를 그리다-대망 12권
드디어 대망 1부 12권을 다 읽었다. 1권과 12권 사이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났고 죽었다. 내가 반한 오다이도 중간에 죽었고, 소설에서 내가 좋아했던 인물들도 다 죽거나 늙었다. 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소설 주인공으로 선호하느냐 아니냐와는 다르게, 그들은 모두 소설 속에서 살아 있었다. 작가의 지나친 미화로 다소 흐릿해진 이에야스하고는 다르게.
박진감 넘치는 초중반 묘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실물과는 조금 다르게 미화되어 있어서, 현실감이 좀 떨어졌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손녀딸을 사랑하는 할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잘 다루어진 것 같았다.
노망부리는 듯 하다가 공격하는 너구리 전법도 주인공 같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미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후반부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죽지 않길 바랬는데, 결국 비참한 것 까진 아니지만 힘들게 사망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독한 작가의 수법에 넘어가버린 나머지 불쌍하다고까지 생각했다.
불쌍하다?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를 잇는 일본 근현대까지 이어내려온 도쿠가와 가문의 창립자가 불쌍하다니...
신불이 어쩌고 저쩌고 해대는 바람에 주인공이 뭐라도 읊을 양이면 “아 또 그놈의 신불이냐.” 라고 투덜거렸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그 생각에 어느정도 동의하게 된다.
그렇지...싸움이란 일어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되도록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옳겠지. 그것이 신의 뜻이다. 라고 동의해버리는 것이다.
다소 불만이 있다면 그 신불 타령 해대기 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망발이라던가,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에까지 무력을 떨쳤다. 이런 건데...아니, 그건 무명을 떨친 게 아니고, 민폐를 끼친 거라고, 국가적인 민폐.
우익에 가까운 묘사덕에 후반부부터 나한테서 점수가 왕창 깎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에 보니, 태평양 전쟁 당시 참전했었다고 한다.
물론 출판사야, 좋은 책을 들여 오는 게 목적이니...야마오카 소하치같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나같으면 다른 출판사에 뺏길 일이 있어도 판권 안 들여오겠다. 나같으면.
책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사놓으면 안되잖아. 죽은 사람이지만, 그 일족한테라도 인세가는 건 솔직히 나는 별로다.
전쟁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 일본인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역이다.(이건 내가 창작한 게 아니고, 출판사에서 붙여놓은 후기에 있다.)라니 그런 얼빠진 소리가 어디에 있는지?
하여간에 12권을 다 읽고, 느낀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장장 12권을 쓰면서 역사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 것도 감탄스럽다.
어쨌든 12권을 읽으면서 소설가로서의 재능및 노력을 혼신의 힘을 다해 펼친 작가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물론 다음에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다른 저작이 들어와도 안 읽을 예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