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엔야를 듣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였던 서양 판타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 후기에 붙은 프로그레시브 락 가수들의 소개를 보면서였던가...
엔야는 물론 프로그레시브 락 가수는 아니다. 아닌데, 그 가수들의 테이프를 하나씩 수집하면서 따라가다보니 나중에 엔야도 2개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잔잔한 것보다는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했던 당시였기에 엔야는 취향밖이었지만, 어쩌다보니 2개씩이나 사게 된 것이다.
사실 그 정도밖에 안되면 포르테라고 붙이기 민망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다.
단 한곡만으로도 포르테라고 부를 수 있다고.
요즘은 음반을 사지 않고 음원을 구입하고 있어서 더 그럴 수도 있었겠다.
당시에도 엔야는 인기가수였지만...요즘도 베스트니 리마스터링이니 하면서 곡이 제법 되어서 헷갈리게 만들곤 한다.
그 중에 내가 포르테!라고 지정할 수 있는 곡 하나.
엔야는 서양풍의 서정미를 가진 가수지만, 아프리카에 부는 바람?(정확한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이라는 곡은 서양미 이전에 아프리카의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곡의 첫머리에 아프리카풍의 타악기 음과 잔잔히 흘러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발을 구르는 듯한 소리가 아, 기우제를 지낼 준비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하고.
천천히 대기를 흐르는 듯한 엔야의 목소리가 곡을 흐르게 만든다.
그리고 타악 소리는 점점 높아져가고,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의 발구름소리도 점점 커져간다.
엔야의 목소리는 대기를 타고 흘러 폭풍이 되고, 거기서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의 목소리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광란도 아니며, 그렇다고 슬픔도 아닌 그 목소리들은.
오로지 비를 오게 하는 그 순간까지 길게 이어진다.
이곡때문에 나는 엔야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근 15년만에.
엔야의 곡을 15년만에 다시 생각하면서 그 곡과 반대되는 엔야의 본원인 켈트를 튼다.
엔야는 정말 대단한 가수이다. 이렇게 첨부하지 않아도...단지 라이브가 없음이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