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의 끈질긴 채근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 제가 근신처분을 받고 일어경을 이곳에서 읽고 있었던 건 아실겁니다.”

 

“알아. 그래서 내가 여기에 들락거리지도 못했잖아.”

 

“그 근신처분을 황후마마께서 풀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 명령하셨죠. 그리고 그맘때쯤 제후국의 숭문사 하나와 제국의 무장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아... 숭문사는 밀궁에 있잖아. 못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 금강사 실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나는 숭문사를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궁에 살면서 궁의 알 수 없는 까다로운 법도와 머리카락 하나 잘못 움직여도 죽음보다 더 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 그 힘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유랑안 지역에 역기가 보여서 유랑안을 다시 탐색했지요. 거기에는 외국의 종교를 가져온 불순한 선교사가 있습니다. 약간의 환술을 쓸 줄 아는 자인데.”

 

“환술! 나도 그거 보고 싶어!”

 

“마마님. 그건 굉장히 위험한 술법입니다. 그걸 종교에 이용, 수많은 자들이 그 종교로 귀의했습니다. 그 종교는 황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외국에서 공격해서 들어오기 딱 좋았죠. 듣자하니 그 나라에는 왕이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선교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선교사를 두려워하던 그 종교에 들어가기를 거절했던 평민들이었다.

약간의 환술이라고는 하지만, 좀 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조명탄을 터뜨린 후 마취침을 꽂아 마비시킨 뒤, 간을 뽑는 방법이다.

 

그 덕에 유랑안 지역에서는 한동안 노랑머리의 귀신이 간을 뽑아간다는 둥 인심이 흉흉해졌다.

거기에다가 유랑안 지역의 200년 묵은 선녀 전설이 다시 회자된 것도 문제였다.

그 자는 정말 교활하게도 남자와 여자 한쌍을 노렸다.

간은 땅에 산산이 부서져 떨어져 있지만, 시체는 찾을 래야 찾을 수 없다.

절벽에 긴 붉은끈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일 뿐이다.

 

“그거 다른 나라에 있는 천녀전설이잖아.”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황녀님. 별로 듣기 좋은 전설은 아닙니다. 이계인이 내려온다는 전설이니까요. 이계인이 외국인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니...”

 

“아, 그렇지.”

 

전설에 따르면 유랑안 지역에는 달을 타고 내려오는 선녀에게 바치기 위해서 매년 정갈한 남녀 1쌍을 뽑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그냥 전설로 치부되어 형식적으로 남녀 1쌍을 제단에 술만 바치게 하고 결혼시키는 게 끝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로 다시 결혼은 시키지 말고 제단에 바치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의문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그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전설을 그토록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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