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목사가 끌려갔다는 말을 듣고 이준구는 재빨리 길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를 처음 불러들였던 거리의 변호사도 불러 들였다.
“뭔일이랍니까?”
노숙자들 중 몇 명은 이미 준구에게 고용되어 있었다. 그들은 준구가 이야기해주지 않고 침통한 얼굴로 사무실안에서 빙빙 돌고 있자 같이 불안해했다.
사무실에서 반쯤은 머리가 벗어진 남자가 방안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은 좀 웃긴 일이었지만 같이 웃지도 못하니 불안할 따름.
“모르겠어요. 아까전부터 대표님이 저렇게...”
그렇게 다들 웅성거리고 있는데 20분 후에 지윤이 들어왔고, 30분 뒤에는 변호사가,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길준과 은미가 같이 들어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담담한 어조로 길준이 물었다.
“허목사님이 무슨 일로 끌려가셨답니까?”
“예측 못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길준의 물음에 비아냥섞인 어조로 지윤이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신부님.”
“애초에 기독교 단체에 맡긴 게 잘못이죠. 부패의 온상 아닙니까.”
길준은 냉담한 어조로 맞대꾸했다.
“이준구씨가 추천한 인물로 허목사님만한 분이 없었다는 건 신부님도 아실텐데요.”
“...미인가 단체에 맡기는 것도 해결방법입니까? 여기 변호사님도 계시니 답변은 더 잘 아시겠군요.”
변호사는 얼굴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있어서 안쓰럽게 보였다.
“변호사님, 정말 입니까?”
길준이 한자 한자 똑똑 끊어 질문했다.
“미인가 단체이고, 뉴스에서 나오는 가혹행위가 저질러졌다는게 정말입니까?”
“가혹행위까지는 모르겠고, 미인가 단체인건 지금 막 확인했네.”
“이준구씨. 확인 안 해보셨습니까?”
이 사람은 한번도 대장 노릇은 안 해봤던 것 같은데, 목소리며 행동이 마치 오랫동안 대장노릇, 회장노릇한 것 같다. 라고 은미는 생각했다.
물론 해야 할 시점이 늦어진 건 사실이었다. 만약 제대로 대처를 했더라면 이 일이 일어날 일이 없었을 테니까.
어째서 왜 처음부터 제대로 일을 꾸려나가지 못했을까.
자신이 처음부터 길준의 옆에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었다.
“한번도, 단 한번도 허목사님이 그런 분...”
“전문성의 부족일따름입니다.”
길준은 조용하게 한마디했을 뿐이었다. 딱히 충격받은 것 같지도 않았다.
“허목사님을 다시 모셔오려면 가혹행위가 없다는 걸 증명하면 됩니다.그건 변호사님이 도와주실테고. 그 단체가 미인가단체인 것은 우리와 상관없으니 넘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시설을 세울 때 이지윤 신부님의...”
“싫습니다!”
딱 잘라서 지윤이 소리를 질렀다.
“거절합니다!”
차가운 길준의 눈과 뜨겁다 못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정도의 혐오감을 보이는 지윤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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