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미인이라고 착각할 뻔도 할만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더욱 미인이었다.
“여기서 무얼 하시오?”
소금 덩어리로 폐허가 된 이 땅에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한 그 미모가 부자연스러웠다.
“무얼 하다니요? 가끔 이렇게 손님들이 오시니 객주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수리!”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 황제국의 패설사관과 공동으로 화미인 유적지를 개발(명목은 그랬다.)하고자했으니 미리 귀띔을 받은 자들이 객주를 벌이지 말란 법도 없다.
“수리?”
어째 귀에 익은 이름이다 싶었지만 생각이 잘 안났다.
“제 남편이랍니다.”
“......”
수리라는 자가 휘적휘적 다가왔다. 눈에는 핏발이 섰고, 입가에는 마른침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대충 인사를 하고는 우리들의 말고삐를 잡았다.
“저쪽에 마굿간이 있으니 말을 쉬게 하고, 따라오셔서 두부라도 따끈하게 한점 잡수시지요.”
“헌데..."
털보 아우(이름이 털보이다.)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이 유적지에 여러번 와봤지만 객주가 생긴 건 한번도 못 봤는데...그 사이에 언제 온게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면 길이 생기는 법이죠. 소금 구더기에선들 장사꾼이 그냥 지나갈리 있겠습니까요?”
수리라는 자가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맞대꾸를 했다.
“그거야 맞는 말이겠소만은...”
나는 적파마를 그의 손에 넘겨주고는 말에서 내렸다.
“그럼 따끈한 술에 두부 한점 먹어볼까...”
“매운탕도 하나 들이라 할까요?”
객주의 여주인의 말에 동생들이 환호했다.
“하나가 뭐요. 여러 개!”
“말씀대로 합지요.”
여인의 눈매가 여우를 닮은 것이 마치 옛 이야기에 나오는 요괴 생각이 났지만...
그건 패설사관의 직업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여주인의 말과 동시에 객주가 생겨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다 고된 여행에서 시작된 망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끈한 술부터 한잔 드시고...”
여주인이 직접 술을 한 사람 한사람에게 따라주었다.
남주인은 직접 잡아온 것이라면서 매운탕을 금새 끓여 식탁 하나하나에 놓아주었다.
맛은 일품이고, 술은 입에 달았다.
그리고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그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