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날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창문은 늘 그랬듯이 먼지로 더러웠다. 그건 그의 게으름 탓이었지만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는 새가 싫었다. 특히나 그것들의 배설물은 더욱이나!

그는 새가 싫었다. 특히나 그것들의 배설물은 더욱이나!

하지만 정부에서는 언제부턴가 특정 해초류를 먹고 싸는 그것들을 유망자원으로 분류했다. 당연하게도 그 전에는 면허라도 받아서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당연히 새들에 대한 살인면허가 있었다. 빌어먹을 정부

인권과 조권의 힘중에서 정부는 조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게 무슨 인간을 위한 정부인가.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정부에 항의서한을 작성했지만 답변은 불가였다. 별 다른 설명도 없었다.

하여간 그 이후부터 그는 세상에 절망해서 방안에 틀어박혔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사들이고, 전화번호부로 수리공을 호출했다.

청소하는 것만은 직접 했는데 그나마도 창에 새똥을 싸는 그 새들이 건물에 새로운 거주자로 등장하자, 그는 청소하는 것도 어느 정도 포기하기 시작했다.

찌르레기가 지저귀고, 뻐꾸기가 슬프게 우는 계절이 순서대로 왔다가 사라졌다.

그래도 그는 봄의 상쾌한 바람과 여름의 미칠 듯이 푸른 신록을 거부했다.

그에게는 모든 새가 적이었다. 적을 눈앞에 두고 쏘지 못하는 그 격렬한 감정은 그를 침대에서 못 일어나게 만들었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쏘고 싶어도 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빌어먹을 조권 때문에.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결국 창문청소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너무 더러워서 건물의 미관을 해친다는 항의때문이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세제와 수세미를 여러개 구입한 후 어정쩡한 자세로 창문을 한 개 두 개 닦기 시작했다.

한 손은 방쪽에 두고 발을 창턱에 가로 두고 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서 수세미에 적셨다.

그 자세는 결국 자신이 거부했던 세상에 대한 항의처럼 읽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창문에 잔뜩 눌어붙어 있는 새똥때문이었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잠시 기력을 잃은 사이에 그 적들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그의 닫힌 창문으로 투척했던 것이다. 그는 분노했지만 억지로 가라앉히면서 천천히 그것들을 닦기 시작했다.

천천히 닦아나가면서 그는 일말의 선의 경지에 도달했다.

왼손으로 다섯 번, 오른손으로 다섯 번, 연인의 등을 쓰다듬는 심정으로 그는 천천히 고동색 격자무늬 나무틀을 닦았다. 엄청난 양의 먼지와 함께 수세미에 뭔가가 묻어 나왔다.

반짝거리는 어떤 것이.

반짝?

그의 신경회로가 잠시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것은 황금과 닮아 있었다.

포수로 일했을 당시에 박제취미로 인해서 그와 긴 고객 관계를 유지했던 보석상이 그에게 황금을 식별하는 법을 가르쳐줬던 기억이 잠시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는 결국 오래된 연락처를 뒤져 보석상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쉽게도 황금은 아니네.”

 

그는 낙담했다.

 

하지만.”

 

보석상은 오랫동안의 노련한 장사꾼이었다. 그는 잠시 혀를 말면서 어떡하면 이 불쌍한 남자를 자극하지 않고 보석을 손에 넣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오랫동안의 우정을 위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황금보다 더 좋은 물건이지.”

 

?”

 

자네도 알잖는가. 특정 해초류를 먹은 특정 부류의 새들은 순수한 에너지 자원으로 쓸 수 있는...”

 

“......”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있어서 새란 증오해 마지 않을 종들이었다. 특히나 그 배설물들은.

 

창문을 새로 달아줄테니 저 창을 내게 통째로 넘기게. 어떻게 하다가 저 물건들이 이 창문에만 가득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군.”

 

“.....”

 

황금보다 더 나은 물건이라지만 그는 굉장히 낙담했다.

적에게 동정받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의 일생에 새는 증오해마지 않을 존재였고, 박제당해야 마땅할 생물이었다.

그것들이 새끼를 까고, 날아다니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그와는 상관없는 일들을 마구마구 자신의 창문 밑에서 벌이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우울해졌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잘못하면 건물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산을 거의 다 써가고 있었던) 남자를 구제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자네도 창문 청소하기 싫을 거 아닌가.”

 

남자의 마음의 빈틈을 예리하게 읽은 보석상의 말에 그는 항복하고 말았다.

3일 뒤 인력공사에서 그의 창문 8개를 떼어가고 새 창문을 달아주었다.

남자는 다시 방안에 틀어박혀서 창문 닦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인터넷으로 의식을 해결하고, 증오스러운 새들을 언젠가 쏴버리기 위해서 총을 품에 안고 기름칠을 했다.

물론 그건 꿈에서만 가능할 일이었다. 조권이 신성하게 수호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가능할 턱이 있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밥을 갖다 차려주시는 저 짐승들에게 증오심을 품는 것도 어려울 듯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1년이 지났다.

보석상은 또 그의 보석을 채취하기 위해서 직접 납셨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창문을 뜯어가고 새창문으로 갈아끼워주었다.

보석상은 남자가 한 곳에 곱게 세워둔 공기총을 보고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포수시절부터 집요하기 짝이 없었던 그 증오심을 아는 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들은 그와 보석상에게 한재산을 불려주었다.

이제 남자는 새들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는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장례비조차 그 새들이 마련해준다고 생각하니 죽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남자는 한가지만을 원했다. 어느 순간, 죽기 직전이라도 좋으니까 저 똥덩어리들을 다 쏴버리고 싶다고. 그게 남자의 마지막 소망이었다.

 

 

그가 세상에 나가지 않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하고 있었다.

물론 인터넷으로도 세상은 알 수 있지만, 그것 외에도 사람들과의 접촉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자료들도 있었다.

그런 모든 것에서 남자는 멀어져 있었다.

어느샌가 남자의 창문은 보물의 집합지로 알려져서 그가 모르는 사이에 어린아이들과 도둑들이 몰래 새똥을 긁어가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거의 대부분을 창문을 닫은 채로 생활했고, 새들과 도둑들은 주로 새벽이나 밤을 이용해서 실례를 했기 때문에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날 통장계좌에 문제가 있어서 직접 와야 한다는 말을 은행직원에게서 들었다.

그는 인간이 싫어서 은둔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새똥을 피하기 위해서 킬힐을 신고, 모자를 꾹 눌러쓴 채 거의 3년만의 외출을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은행직원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녀의 스타킹아래쪽에 든 푸른 멍이 그걸 증명했다.

하여간, 은행에서의 에피소드야 나열해서 더 좋을 것도 없겠지만 남자로서는 그 배설물에 닿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다.

사소한 오류가 있었고, 남자는 계좌의 문제점을 해결한 후 집으로 돌아가 그 빌어먹을 신발을 집어던지고, 모자를 제 자리에 걸었다.

그리고 창문을 무심히 응시하다가 <도둑님>과 눈이 마주쳤다.

도둑은 후다다닥 급하게 창문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그는 딱히 기분 상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적어도 자기 손으로 그 똥을 만지지만 않으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미묘했다.

그건 그의 <재산>이기도 했던 탓이었다. 만지고 즐길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건 그의 재산이었으므로 그는 그것을 지키기로 했다,

그는 총을 잡고 총구를 밖으로 향하게 한 후 창문안쪽에(굉장히 더러웠다.)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었다.

 

<새똥을 긁어가지 마시오. 긁어가면 발포하겠음.>

 

그리고 그는 잠자리로 돌아가 꿈을 꿨다.

기관단총으로 창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대는 자신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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