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독.

 

아이돌이 되겠어요.

 

 

 

아이독은 본래 아이돌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세상의 사람들은 항상 두 부류로 나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거기서 더 나가면 아이돌이 되고 싶은 사람과 되지 않고 싶은 사람으로 나뉘는데...

아이독은 그러니까 아이돌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돌이 되고 싶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나의 교생시절을 기억하고 찾아온 건 그러니까 1년전 이야기다. 나는 잘 팔리지 않는 가수였고, 그래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선생의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물론 나는 지금도 잘 안팔리기 때문에 학교 선생 노릇을 계속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아이독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하면서 놀래거나 아이독의 사인을 받아달라며 내 책상위에 수북히 쌓아두기도 한다.

 

아이독이 어쩌다가 아이돌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이독은 시를 랩처럼 읽는 아이도 아니었고, 춤을 그렇다고 멋들어지게 추는 아이도 아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눈에 띄는 짓을 하는 대신 묘한 열정을 가지고 하나의 동작이 언어가 되게끔 하는 것, 그 점이 달랐다.

그래서 가끔 난 그 아이가 연필 깎는 것조차도 힘겨워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독이 어느 날 내게 춤을 보여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막춤이나 추겠지 싶었다.

그 아이는 무용과도 아니었고, 어떤 예술적 끼도 내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아이독의 하얀 팔이 교실 절반을 가로질러 내게 향했다. 실내화 대신 토슈즈를 신고 아이독은 하얀 공기를 갈랐다. 발끝이 빙글빙글 도는 동안 그 눈동장에는 안개 비슷한 것이 끼었다.

그 색소옅은 눈동자가 이채를 발했다 생각하는 순간, 아이독은 내 팔을 붙잡고 한발은 서고 한 발은 공중에 띄웠다. 마지막. 마지막이에요. 선생님. 좋아해요.

그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날의 일을 비밀에 붙였다.

 

 

그러다가 나는 그 학교를 떠났고 나이들어 같은 여교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내가 가끔 기타를 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던 순진한 여자였다.

하지만 아내는 아이독과는 달랐다. 아이독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 그것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야말로 안전, 평균에 상응하는 여인이랄까.

 

요즘 아이독의 기사를 자주 본다. 아이독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기보다는 한 시절의 아기처럼 달콤했다. 이 아이가 내가 그때 본 아이가 맞았을까?

토슈즈를 신고 마지막 피날레를 내 손을 잡고 하던 그 아이일까?

아이돌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다 혹은 그 시대의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뭔가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아이독의 눈동자에서도 과거의 그 점은 깨끗하게 씻겨나가고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젠 아이독도 대학생이 되어간다.

그녀가 아이돌이 되는데에는 가족들의 경제사정이 컸었다고 하는데 괜찮아지면 그만둘 생각이었을까? 그 눈빛이 되살아나는 건 언제쯤일까.

잠시나마 내 가슴을 떨리게 했던 아이독의 그 열정은...

아이돌이 물론 열정이 없어서 하는 길은 아닐 거다.

오히려 끼만큼이나 세상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야 하는 길일수도 있다.

아이독을 언젠가 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나는 만나면 늘 그래야겠다고 생각한 것처럼 반가워하면서 사인을 요청했고, 그 무덤덤한 아이는 선글라스를 낀채로 팔에 진부할 정도로 다양한 팔찌를 흔들며 사인했다.

그리고 위악스럽게도 거기에 입맞춤을 했다. 진한 루즈가 도화지 가득 묻었다.

기자들이 와 소리를 내면서 요란스럽게 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은 아이독과 내가 같이 서 있는 잡지를 사들고 와서 인증샷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돌 비슷한 무언가는 항상 되고 싶었다.

아이독의 모습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사랑한다. 나의 아이돌. 진정한 세계의 너로 언젠가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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