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란 얼마나 큰 축복이란 말이냐. 그는 그렇게 흥얼거리면서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남자가 임신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만은, 그는 가끔 톰 크루즈처럼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그에게는 그의 이런 사소한 결점에 대해서 지적해주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오늘같은 때에는 그 친구조차도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동의해 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처럼, 그가 자신의 아내와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는 것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경찰같은 직업이 어디 짬을 잘 낼 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런 친구 하나 있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었다.

그는 경찰이지만 동시에 로맨티스트였다. 짭새니 뭐니 불려도 그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남들이 뭐라고 부르건 뭔 상관인가, 그 사람들은 아마 사랑하는 가족이 없거나, 불평쟁이들일 것이다. 그는 철두철미한 복고주의자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연필을 잘 깎아놔야 하고, 그 연필이나 혹은 만년필이 미끄러지듯이 종이위를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좋은 종이도 있어야 했다.

거기다가 한 점 더 ! 타자기.

요즘은 타자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원의 말에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구한 구형 타자기.

어차피 오래 가지 않을 건 알고 있지만.

톡 톡 톡 톡 토독.

 

타자기를 두들기면서 그는 앞일에 대한 자신의 희망사항을 소설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세에 살고 있고, 집필실도 좁아터진 방 한간 뿐이지만, 곧 아이가 태어나면...태어나면...

월급도 더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세에서 자가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대필소설도 대박을 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는 예쁜 여자아이일 것이고, 땡땡이 옷을 입은 그 아이는 무당벌레처럼 귀여울 것이다.

화단에는 커다란 접시꽃과 무궁화가 피고, 가을에는 수줍은 듯이 수수한 들국화가 피어날 것이다. 아름답고 예쁜 꽃들. 내 팔안의 아내와 아이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한껏 망상에 빠져 입가가 실룩거리고 있던 그가 알아차린건 처음에는 작은 소리였던 그 소리가 온 집을 떠내려가게 할 듯이 크게 되고 나서였다.

 

무슨 일이야?”

 

집필실 문을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테까지 올릴 수 있는 습관을 가진 건 친구 뿐이었다. 그는 문을 급하게 열었다.

 

자네 부인이...”

 

친구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 얼굴만으로도 일어난 일을 알아차렸다. 아내는 이 시간에는 늘 장을 본다. 그렇다면...

친구가 내민 휴대폰을 받으면서 그는 모든 꿈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타자기도, 아이도, 아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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