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울면 사람들은 나를 지게에 지고 산봉우리에 올려놓았다. 나는 붓에 바늘을 꿰어 하늘을 향해 던져 올렸다. 용의 그 커단 몸에 붓이 휙 하고 지나갈 때마다 비늘에 실이 꿰였다.
붓이 지나갈 때마다 몸에 붓자국이 생기고 그 붓자국마다 조그마한 실들과 바늘구멍이 생겼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흰 종이를 꺼내어 용을 그리기 시작했다.
용의 몸을 그릴 때마다 몸에 묻힌 실자국들이 그대로 찍혀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신필, 혹은 용사냥꾼이라 불렀다.
그렇게 실자국이 다 묻혀 나오면 그림에 손을 갖다대고 슬슬 문지르면 실이술술 뽑혀나오면서 용의 비늘이 하나하나 떨어져나왔다.
용의 비늘이 다 떨어지면 그 다음은 뿔이 떨어져 나온다. 비늘과 뿔이 다 떨어져나온 용이야, 이무기에 불과하니 그 다음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나는 그렇게 다시 지게에 짊어져져서 내려와 마을을 내려온다.
이번 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긴 신필이 그려서 올리고, 신필이 잡는 용이니 오죽 만족스럽겠냐만은. 언젠가 한번은 화룡점정해서 잡히지 않을 용을 그리고 싶은 것이 화가의 마음이니까.
그게 밥벌이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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