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 귄트 밀레니엄 북스 66
헨릭 입센 지음, 곽복록 옮김 / 신원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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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는 인형의 집 작가로나 알려져 있으나 그의 진정한 걸작들은 다른 작품들이다. 이 선집에는 그의 후기 상징주의 작품 두편과 블록버스터 스케일 초기작이 수록되어 있다.


 페르 귄트


 페르 귄트라는 인간은 희대의 망나니이자 폐륜아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남의 결혼식에서 깽판을 치고 신부를 유혹해 달아나며 그걸 말리는 부모를 지붕위로 던져버리는 인간 말종이다. 신부를 사랑한 적이 없던 귄트는 그녀를 버리고 도주하다 트롤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고, 부귀를 누리고자 왕국의 공주를 유혹한다. 자기 자신이 되겠다는 핑계를 대며 귄트는 가지각색의 모험을 하지만 망나니의 끝이 좋을 리가 없다. 종장에서 단추 제조공은 이도 저도 아니기에 천국도 지옥도 가는 귄트를 녹여 용탕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하는데….


  작품은 북유럽의 파우스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작품 간에 유사성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진실과 책임을 외면하고 항상 다른 길을 찾으며 편력하는 비겁한 귄트는 파우스트 박사 못지 않게 충격적인 인물이다. 귄트는 대륙해양을 횡단하며 파우스트 박사 못지 않은 거대한 스케일의 모험을 한다. 파우스트 2부의 내용은 원작(혹은 말로의 희곡)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다소 억지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페르 귄트는 입센의 순수 창작으로서 내용전개가 훨씬 자연스럽다. 인물들 한명 한명이 살아있는 파우스트 1부와 달리 주변 인물들이 다소 인형 같다는 것은 단점이나, 에피소드마다 담겨있는 저자의 사회 비판 의식은 괴테보다 훨씬 날카롭고 예리하다. 국내에선 그의 졸작 인형의 이나 조금 읽히지만 노르웨이 인들은 페르 귄트 입센의 최고 걸작이라며 칭송한다고 한다.


아기 에욜프


 학자 주인공은 쓰던 책의 집필을 그만두고 장애를 가진 본인의 아이 에욜프를 돌보러 고향으로 귀국한다. 그녀의 아내에게 있어 에욜프는 사랑하는 자식이기도 하지만 남편의 애정을 앗아가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한편 에욜프라는 이름의 유래는 주인공의 여동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아기 에욜프의 줄거리는 일종의 근친이 포함된 막장 드라마다.  쥐잡는 할머니, 에욜프라는 이름의 유래, 눈을 뜨고 지켜보는 아이, 깃발 등의 상징이 대단히 정밀하게 직조되어 있으나 결말이 다소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헤다 가블레르


 중산층에서 별다른 재능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으나 낭만주의에 심취한 여자가 벌이는 광란극이다. 그녀는 이를 실천할 용기와 재주가 없고, 로브보르크라는 실존 인물에 자신의 이상을 투영하여 그를 통해 숭고하고 비극적인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한다. 시도는 당연히 처절한 실패로 귀결된다.

 

 그녀는 일상의 권태를 극복하고자 투쟁하는 소영웅일까, 아니면 정신나간 악녀일까? 작가가 그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정도로 다층적이고 복잡한 인간상을 구현한 입센의 실력에는 그저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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