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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나인
카릴 처칠 지음, 이지훈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5년 2월
평점 :
1부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 클라이브는 가족들 및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여 단란한 한 때를 보인다. 그런데 그 가족들과 친구, 하인이 어딘가 이상하다. 그의 아내는 이상하게 남성이며, 흑인이어야 할 하인은 이상하게 백인이고, 그의 아들은 이상하게 여성이며 그의 딸은 아들이 끌고 다니는 인형이다. 남성 탐험가가 등장하고 독신 여성도 한명 등장한다.
아들(여성이 연기)은 인형을 갖고 놀지만 당대 시대에 이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져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는다. 흑인(백인남성이 연기) 하인은 마님이 집안에서 무시당하기에 클라이브가 주변에 없으면 그녀를 주인으로 모시지 않는다. 딸은 인형으로 주체성이 거세되었다. 탐험가는 아내(남성이 연기)와 섹스하고, 아들(여성이 연기)과 섹스하고 클라이브에게도 애정을 표시한다. 숀더스 부인은 아내(남성이 연기)와 섹스한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클라이브는 가정의 질서를 운운하며 영국의 전성기, 풍요롭고 평화로운 빅토리아 시대를 찬양하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있는 것이다.
2부 들어서 내용은 더욱 더 개판이 된다.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100년이 흐른 뒤지만 등장인물들은 왜인지 25살밖에 더 나이를 먹지 않았다. 인형이었던 딸은 성인이 되어 애까지 낳지만 이혼녀 린과 성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여성이 연기했던 아들은 이제 남성이 연기하며 그는 게이인 한편 여성과도 관계를 맺는다. 손녀(남성이 연기)는 총을 쏘고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빅토리아 시대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작가는 그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연기하는 아내는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얻지 못했던 쾌락을 자위할때 느낀다는 것을 고백한다. 1부의 아내(남성)과 2부의 아내는 포옹을 하는 것으로 극의 막은 내린다.
감상은, 1부는 대단히 참신하고 뛰어나다고 생각되었지만 2부는 끔찍한 불쾌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평화롭고 이상적인 가정의 민낯을 고발하는 대사들의 수준은 대가들의 솜씨에 비할바가 못되나, 배역들을 기괴하게 비틀어버리는 아주 참신한 방식으로 어느정도 보완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 무대에서 성별과 인종이 뒤섞인 인간들이 벌이는 촌극을 상상하고 읽었더니 대단히 우습게 읽을 수 있었다.
2부는 PC주의에 경도된 자들이 꿈꾸는 세상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설문조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게이와 레즈비언이 판치며, 가정은 해체되고, 이혼녀들과 별거하는 커플이 넘쳐나며, 이혼녀들끼리 섹스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쳐들으며 할머니가 자위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를... 이런 혼란스러운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가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페미니즘과 PC는 가부장과 식민주의라는 대항마가 존재할 때는 나름의 이의를 지녔으나(1부), 상대방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그 시의성을 잃었다(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