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종자 - 개정판 ㅣ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나는 "성" 으로 처음 카프카를 접했으며, 그를 진정한 천재라고 생각했다. "소송" 은 "성" 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대단히 훌륭한 소설이다. 그러나 그의 단편집은 실망스러웠고, "실종자" 또한 두 걸작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카프카는 다루는 주제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성" 과 "소송" 의 내용이 상당 부분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실종자" 가 그나마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들 수 있다. 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은 주인공의 의도를 얼마든지 곡해할 수 있고, 역할만이 중요할 뿐 개개인의 개성은 점차 사라진다. 연고지와 보호자가 없는 주인공이 사회에서 얼마나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는지 또한 어느 정도 담아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대단히 세련되지 못하다는게 문제이다. 주인공은 소년이니까 순진멍청하고, 그러니 건달 들라크루쉬와 로빈슨에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정박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였으니 정상적인 지능을 지닌 독자가 어떻게 그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주인공을 받아들였던 외삼촌이 조금 비위에 안 맞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집에서 추방 당하는 것 또한 어처구니 없는 전개이다. 최악은 브루넬다라는 존재이다. 정녕 "성" 에서 열쇠구멍이라는 환상적인 알레고리를 고안해낸 작가가 맞는가...? 그녀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은 "성" 에서도 다루어지며, 브루넬다같은 폐급 돼지년이 아닌 클람과 바르나바스라는 걸출한 등장인물들로 멋지게 구현된다.
그럼에도 작품을 끝까지 읽을 수 있던건 그의 문체 덕분이다. 아직 다소 투박하고 직설적인 감이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건조한 대화 사이사이 그의 천재성이 묻어 나온다. 다른 문호들보다 따라하기 쉬운지 많은 현대 작가들이 그의 문체를 흉내 내는데,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쓰레기 같은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