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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쉿 잡 - 왜 무의미한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는가?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김병화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평점 :
제목 말마따나 빌어먹을 일자리에 관한 서적이다. 주제는, 인류의 생산성은 이렇게 향상되었는데 왜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이상한 일자리들이 계속 생겨나는가? 이다. 책에는 본인들이 세상에 쓸모없는 일을 한다고 자각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거나, 다소 정치적인 이유(민간, 공공분야를 가리지 않고)로 생긴 괴상한 일자리에 재직하며 정신적으로 고통 받거나 딴 짓을 하는 노동자들의 사례가 담겨 있다.
저자가 품는 의문 자체는 대단히 근원적인 것이다. 괴테는 생업에 종사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서민이 고차원적인 예술과 철학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보들레르는 일하는 서민들을 굴욕적인 하등생물로 여겼으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 한스 카스트로프의 할아버지는 그의 유산이 5배만 더 많았어도 그가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이자수익만으로 정신적인 삶과 여가에만 전념할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오늘날 부잣집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노동을 요구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형제자매 대비 유산을 적게 물려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것일까? 어쩌면 이러한 인식의 끔찍한 부산물일 수도 있는 빌어먹을 일자리들은 왜 사라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것일까?
의문 제기는 좋았으나 저자의 근거 및 결론들은 인터넷 블로거 수준에 불과하다. 지배층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함이며, 노동의 가치를 높게 보는 청교도적 이데올로기의 변주 라는게 내가 책의 2/3을 읽고 집어던진지 3주가 지난 현재 기억하는 내용인데 그 근거 들을 저자는 충실히 나열하지 못한다. 않 이 아니라 못이다. 저자는 관련된 내용의 서적들과 역사적 사료들을 읽거나 조사하지 않고 대강 자기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 내가 쓰는 블로그 똥글마냥 지껄이고 있다. 뜬금없이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마켓팅, 금융 등에 대한 혐오는 비록 그의 저서를 내가 읽어보진 않았으나, "세속의 철학자들" 에 나오는 갤브레이스가 훨씬 깊이 있게 다뤘을 것을 100% 확신한다.
또 도대체 전 세계에 군대가 없었으면 다른 나라도 군인이 필요없을 것이라는 멍청한 말은 왜 하는 것인지? 어떻게 역사에 정통할 인류학자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뜬금없이 여성이 차별당한다는 말이나 해대고, 이런 대가리가 꽃밭인 학자들 때문에 현대 인문학이 망했다는 소리가 전 세계에 만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