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연습 - 화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오롯이 전하는 39가지 존중어 수업
윤지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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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싱글이었을때,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분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나는 속으로, '왜 본인이 기분 안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풀까? 나는 저렇게 성숙하지 못한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님이 하신 말씀을 빌리자면, '네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다면 누군가 나를 비난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알겠다. 아이들에게 예쁘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부스스한 머리, 푸석푸석한 얼굴로 하고서 바쁘게 돌아다녔는지. 왜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내가 꿈꾸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엄마와는 이미 거리가 멀어져 버렸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예쁜 말'이다. 말이 칼보다 아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두 같겠지만, 부모도 연약한 사람이다 보니 때때로 실수하고, 아픈 말을 쏟아낸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말보다는 지적하고 충고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오뚝이샘을 우연히 만났다. '어쩜~ 이거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들인데?!' 격하게 공감하면서 오뚝이샘이 가르쳐주는 말들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엄마의 말 연습>이라는 오뚝이샘의 책이 나와서 참 반가웠다.


지시, 지적, 명령, 경고, 넋두리, 채근, 추궁, 과잉일반화, 비교, 의미 축소, 비난, 왜곡, 면박, 위협, 비꼬기, 책망, 엄포, 마음에 없는 말, 책감을 유발하는 말... 내가 뱉은 이 많은 말들이 부끄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오뚝이샘의 말씀처럼 괜찮다. 나도 아직 존중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연습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다. 잘못을 하면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가 되면 된다.

존중어는 크게 '인정, 긍정, 다정의 말'로 정리될 수 있다.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는 말로 자존감을 키워주고,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인 말로 해석해주며, 다정한 말로 정신을 키워준다.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 회화책만 외우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유창하게 표현하려면 엄마의 말도 연습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공부하듯이, 책을 필사하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말들을 연습한다. Practice makes perfect. 내게서도 마법처럼 존중의 언어가, 예쁜 말이 쏟아지길 바란다.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영화 <사도>"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의 일이지만, 지금 당장 아이가 느끼는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부모의 일입니다. -p.035"

"아이를 늦지 않게 등교시키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p.111"

"아이에게 하루 한 장씩 공부시키면서 지식 책장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매일 한마디씩 존중의 말을 건네면서 아이의 존중 책장을 채워나가는 일입니다. -p.1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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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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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불편하다. 아, 찔린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럴까봐 읽을까 말까 그렇게 고민했었나보다.

(간접화법으로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어쨌든) 마트에서 돼지고기 햄을 사는 내가 사냥꾼보다 잔혹한 자일 수 있다고? 내 식탐을 짐승의 그것에 비유하는 것일까? 내가 필수적이지 않은 욕망에 휘둘린다는 뜻인가?

나 먹는거야 그렇다치고, 나는 가족의 식탁을 맡고 있는 총 책임자인데...! 죄책감이 몰려오면서 동시에 반발심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자꾸 저자의 말에 반박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의 말에 백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고들어가보면 틀린 말도 별로 없다는게 문제다. 먹고 사는 일이 보통 일이던가? 중요한만큼 그 스트레스가 더 컸다. 애써 외면하고 싶던 것에 마주했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쓰다. 이 책이 그러하다.

저자는 식탐을 다스리고 몸매를 관리하며 성격을 다독이는 일이 너무나 절박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 역시 비슷한 고뇌에 시달려왔기에, 듣기 좋은 위로를 바라고 책을 집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남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은 늘 버겁고 힘겹다. 사실, 내 식습관에 고쳐야 할 점이 많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식탁을 드러내고, 책을 통해서 비춰보기는 싫었던 것이다. 오랜 습관을 바꿔야 한다니... 아, 모르는 척 하고 싶다.

<항변>

다음은 나의 항변이다.

첫째, 내 입맛에는 기름진 단짠이 여전히 맛있다.

둘째,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혼밥이 즐겁다.

셋째, 간편식이 편하다.

넷째, 고기는 포기못한다.

자연에는 단짠이 없다며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라고 말한다. 공장에서 찍어낸 맛은 대부분 가짜이며, 몸은 진짜이기에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라고 권한다. 즉석조리제품이나 완제품을 피하는 것은 주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다. 공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음식을 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다 해야하는데, 식구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가족이 단체로 '영양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양념을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다. '진짜 음식'을 향해.

좋아하는 음식들을 모아봤다. 오랜 친구인 소울푸드 떡볶이, 최근 폭풍흡입하며 입문한 칼국수, 냉면, 김말이 튀김, 크로와상, 크림치즈베이글... 여러가지 모양으로 변신해 있었으나, 주재료는 대부분 '밀가루와 지방, 설탕과 소금'이었다. 인스턴트 먹거리와 주재료가 겹친다. 저자는 이런 음식들을 풍족하게 먹을수록 되레 마음이 헛헛해진다고 한다. 글쎄... 나는 아직 헛헛한 마음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건 확실하니, 음식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지 말고 매의 눈으로 주성분을 스캔을 해봐야겠다. 골고루 다양하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주재료가 결국 다 비슷한건 아니었는지. 본질을 생각하면서 먹을 필요가 있겠다.

<고기>

부모님께서 시골에서 흑염소를 키우신 적이 있다. 그 흑염소는 흑염소 진액이 되었다. 흑염소를 잡던 날 식탁에는 흑염소 수육이 자리했는데, 특히 여자 몸에 좋다는 거듭된 권유에도 잘 먹지 못했다. 흑염소의 눈빛도 떠오르고 불쌍하고... 그래놓고, 배달로 시킨 치킨은 어찌나 냠냠쩝쩝 맛있게 잘 먹는지.... 내가 봐도 스스로가 참 이중적이며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생각났다. 그 영화를 본 후 한동안 햄이나 소시지에 손이 잘 안갔다. 그 이후로 고기를 볼 때, 의식적으로 그 고기의 탄생, 성장, 죽음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냥 마트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제품 이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저자는 고기를 먹으면서 마트 진열대에 놓인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이것이 살아있는 생명이었을 때를 생각하라고 한다.

"고기의 싼 가격에는 동물의 엄청난 고통이 담겨 있다. _p.075"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다른 생명들에게 신세 지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_p.077"

"달고 기름진 음식에 정신이 홀린다면, 이 음식이 생명이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_p.079"

"훌륭한 미식가는 눈앞의 요리에서 역사와 이야기를 읽는다. 이 요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을까? 좁은 우리에서 더럽게 살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가축의 고기로 만들어졌다고? 이런 생각이 든다면 고소한 육즙이 흥건한 피로 다가올 테다. _p.170"

마트에 가면 동물복지 인증 시설에서 키워진 계란이나 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비위생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한 폭력적인 사육환경에서 자라는 동물이 불쌍하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해봤자 소용없다. 당장 내 주머니를 열여서 가성비 떨어지는 동물복지 인증 고기를 사는 것이 그 동물들을 위하는 길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이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식 가축 사육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소비자들이 값비싼 복지인증 고기는 찾지 않는다는 것이 먼저 아닐까? 공장식 가축 사육 덕분에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기를, 상류층이 아닌 평범한 나도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귀족들이 먹고 남긴 고기 부산물이나 국물만 먹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저렴해진 고기값으로 절대 빈곤에서 벗어서 영양상태가 개선되기도 했다.

다시 돌아오자. 아무리 이런 저런 변명을 해 보아도, 인간의 욕심은, 탐심은 과했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생산하고, 버리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래도 이효리님처럼 채식주의자는 되지 못할 것 같다. 주머니가 가벼운 나는 복지인증 고기만 고집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인식은 하면서 살려고 한다. 절제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가끔은 고기 대신 대체육을 넣어 빚은 만두를 사먹어야 겠다.

<벌레 먹은 사과 주세요>

부모님께서 작은 농사를 지으시는데, 마트에서 보던 야채와 과일의 모양과는 큰 차이가 난다. 정말이다. 모양도 제각각이고, 크기가 작다. 과일을 깍다 보면 벌레가 기어나온다. 이런 제품을 마트 매대에 올려놨다가는 환불감이다. 그런데, 저자는 벌레먹은 과일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벌레먹은 사과'를 요구한다면 농민들은 더이상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먹거리를 살 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환경이 지금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깨끗하고 흠집 없는 예쁜 과일을 인위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시각 또한 장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자연 그대로라면 과연 저렇게 깨끗하고 흠집 없는 과실들이 넘쳐 날 수 있을까? 대부분은 벌레 먹고 쉽게 썩어서 곳곳이 문드러져 있을 테다. 완벽한 과일의 모습은 많은 농약과 비닐하우스 같은 인공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 얻은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깨끗하고 큼지막한 과일을 좋아할수록 농약 사용량도 점점 늘어난다. 아울러 과실의 맛을 끌어올리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느라 에너지 소비도 덩달아 많아진다. _p.071"

<배려를 담은 입맛>

이 책에서 가장 달가웠던 파트는 '생각이 담긴 식탁 - 명성황후가 사랑한 약고추장' 에피소드이다. 명성왕후는 입맛이 없을 때면 친정에서 약고추장을 가져다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약고추장을 만드는 과정이 고약하다. 약한 화롯불에 고추장, 꿀, 다진 쇠고기를 올려놓고 '하루 종일' 매달려 천천지 잘 저어야 한다고 한다. "때로는 먹고 싶어도 요리하는 이의 고생이 너무 크다면 욕구를 내려놓을 줄도 알아햐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주부로서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신분제를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에는 품이 많이 드는 전통음식 속에 차별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먹는 자들이 만드는 사람의 수고를 헤어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그래서는 안된다. 먹는 자들은 언제나 만드는 사람의 고생과 노력을 떠올리며 감사해야 한다. 훌륭한 미식가는 입맛에도 배려를 담을 줄 안다. _p.051"

다짐한다. 입맛이 사회에 세상에 대한 태도를 담길. 끼니마다 내 삶과 세상을 더 아름다고 바람직하게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철학하듯 음식을 먹길. 습관따라 먹던 대로 먹지 말고 내 식습관이 올바른지 따지면서 묻으면서 먹길. 지금의 다짐이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한번씩 내 식탐에 브레이크가 필요할때, 에피쿠로스의 식탁을 떠올리며 다시 이 책을 펼쳐볼 것 같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 -장 브리야사바랭"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숱한 아프리카 사람의 노예노동이 담겨 있다면? 향긋한 커피 잔을 옆으로 밀쳐 낼지도 모른다. _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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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갑으로 삽니다 - 사회생활이 만만해지는 갑력 충전 처방전
염혜진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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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듯이 야근을 하던 시절. 회사 옥상에 올라가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울었다. 신세 한탄하며 혼자서 울던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조금 마음이 단단해졌으려나? 저자는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은 없으나, 글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갑력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갑은 못 되더라도, 내가 내 인생의 갑이라는 마음, 그 마음부터 시작해보자고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갑이 되는 방법'이다.

"실습생들아! 현재에 좀 충실하자. 실습뿐 아니라 어딜 가든 그 위치에서 충실하자. 그것이 지금을 사는 법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갑이 되는 방법니다."

"회사에서 갑이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 회사의 임원이 되거나 실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로써 갑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


힘들게 회사에 들어갔더니 등장하는 악당들이 있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억울하게 만드는 그런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 가히 인격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들에게 '황금률'을 기억하라고 한다. 지금 당장은 갑질한 특혜로 잘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우주와 자연에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가 되면 결과를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시간의 나를 되돌아본다. 막말을 퍼붓는 상대에게 꼼짝 못하고 속절없이 당했던 이유는, 자존감이 낮았기 때문이다. 만만이가 되었던 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내 몫이 컸다. 당당히 내 주장을 펼칠 수 없었던 건, '너 주제에~'라는 말에 '내 주제가 그렇지'라고 수긍하던 내가 있었던 거다"


내 자존감을 뒤돌아본다. 왜 그렇게 목소리를 죽이고 살았는지. 내가 착하고 포용력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닌데. 갑이 나에게 들려주었던 폭력적인 소리들을 스스로에게 일정부분 되새김질 하며 나를 갉아먹었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갑질을 당하고만 살았나? 나 자신은 을이니까 갑질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자신했지만, 나는 꽤 윤리적이고 괜찮은 사람인 척 허세를 부렸지만, 티나지 않게 갑질을 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나보다 어리다고, 나보다 배움이 짧다고, 나와는 다르다고 속으로 티나지 않게 무시한 적은 없는지. 정말로 모든 사람을 나보다 낫다고 여기고 대접했는지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황금률은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라는 것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잘 대접하라."

"내가 사랑받고 싶은가? 내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전해라."

"다른 이에게 원망을 듣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암 환자의 고통을 겪고 난 후 허지웅 씨가 쓴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혼자서 살아남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버틴다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동지가 필요하다. 출처: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나는 나중이라도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 살 수 없고,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강제로 겸손해지도록 만든다. 지금 좀 건강하다고, 지금 좀 할줄 아는 일이 있다고 건방떨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 옆에 있어주는 동료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 것', '나와 다르다고 깔끔하게 손절하지 말 것', '다른 사람의 마음의 소리에 공감하며 공명할 것'을 새겨본다.


저자는 지나가는 유치원생이 코 판다고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한다. 

"나와 가장 나이 차이가 있는 약사는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 유치원생이었다."

나중에 같이 일하다가 내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신입사원이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치원생이 자라서 미래의 동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일 것 같다.



워킹맘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틈틈이 글을 쓰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작가가 되고, 강연을 하고, 적극적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서 책을 출간하기까지, 그녀의 큰 에너지는 갑력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내 인생의 갑임을 선포한 이상, 나만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좌절시킬 수 없다. 그러니 당신, 그 직장 그곳에서 힘들더라도 결코 지치지 마라."

책을 읽고 있자니, 친근한 옆집 언니 혹은 본받고 싶은 직장 상사와 솔직하고 유쾌한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생약사'의 '올바른 약정보'도 꽤 쏠쏠하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산패되기 쉬운 오메가3와 같은 제품은 아무리 싸게 팔더라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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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 내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49가지 호르몬 법칙
마쓰무라 게이코 지음, 이은혜 옮김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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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도 아닌데 때가 되면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갑자기 세상이 무너진듯 우울했다가 눈물이 흘렀다. 내 몸에 주기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다리가 저리는 등의 통증은 아프기는 했지만, 차라리 괜찮았다. '몸'의 증상은 힘들어도 이해가 되었고, 당연한 일이니까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난 신체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그나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생리통으로 떼굴떼굴 구르면서 애써서 준비한 시험도 못 보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친구도 있었다.)


내 경우, 문제는 '마음'이었다. 세상이 깜깜해지고, 다 놓고 그만두고 싶고, 어디로 도망치고 싶은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내가 이상한가?' 자책하며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하고, 가족들을 그 원망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 모습에, 혹시 "그날이 다가오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어렴풋이 추측했던 일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명확해졌다.


​'에스트로겐은 사춘기부터 완경까지 약 40년 동안의 분비량이 티스푼 하나 정도'라고 하는데, 극소량의 호르몬이 그동안 나를 좌지우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인데, 내가 나를 너무 몰랐다. 이해가 되니까 ‘그럴 수 있다’라고 나를 용납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호르몬탓으로 돌려놓고 객관화시킨 다음 대책을 세운다.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호르몬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 마쓰무라 게이코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호르몬 관리 최고 권위자'라고 한다. 그녀가 월경 주기에 맞춰 곡선을 그리는 호르몬의 분비량과 그에 따르는 변화들을 포인트를 콕 집어 간결하게 알려준다. 주기를 잘 파악해두면 내 몸을 예측할 수 있고 '컨디션 난조'에 대비할 수 있다. 앞으로 플래너에 나의 주기를 표시해두고, 그 주기에 맞춰서 to do 리스트를 계획할 것이다.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자주 가기가 힘들다. 이 책에도 믿을만 하고 도움이 될 만한 '마인드셋, 식사요법, 운동법' 등이 가득하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책을 들춰서 그 원인을 알고 대처법을 익힌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은 약 한 달을 주기로 크게 변하는데, 그 주기가 '월경 중(우울기)-월경 후(활동기)-배란 후(평온기)-월경 전(짜증기)' 이렇게 4단계로 나눠져 설명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가장 유심히 봤던 구간은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 '여성호르몬 급변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 균형'이 크게 흔들려서 '심리적 균형'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용]

"호르몬 분비량 증감이 심해서 감정기복도 커진다. 여성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자율 신경도 무너지기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다. 널뛰는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기분이 미칠 듯이 좋아졌다가 그런 자신이 싫어지면서 급격히 우울해졌다가를 반복한다. 사소한 일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른다.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자기 자신이 싫어질 때는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별일 아닌데 상처를 받고 동요하기도 한다. 고지식한 사람일수록 여성 호르몬 변화에 취약해 월경 전에 정서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여성 호르몬의 파도가 눈물샘을 고장 낸 것이다. 참지 말고 실컷 운다. 울면 부교감 신경이 움직이기 시작해 마음이 차분해진다. 운다는 행위는 부교감 신경을 움직이게 만든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는 형태로 심적 변화를 겪는 사람도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와 함께 의욕을 높여 주는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래라면 임신 성공을 위해 몸이 쉬어야 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해서 일하거나 과하게 놀아서 몸이 상하지 않도록 여성 호르몬이 제동을 건다. 이럴 때는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말고 마음이 보내는 휴식 신호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자. 평소에 척척 해내던 일들이 잘 안 되고 게으름 피우는 것처럼 보이거나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시기지만, 기력이 회복된 뒤에 만회해도 늦지 않는다. 레몬, 페퍼민트, 로즈메리 등의 향을 빌려 교감 신경을 활성화한다."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월경 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세로토닌 분비도 감소하고 이 때문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난다.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던 정말 사소한 일에도 버럭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정도다."


"대두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매우 비슷한 분자 구조로 되어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는 월경 전이나 기간 중에는 두부, 두유, 된장에 기대어 보자.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나 비타민 B6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해 분비량을 늘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바나나는 트립토판, 비타민 B6이 있으니 챙겨먹자."

배란 후 ~ 월경 전 시기의 인용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앞으로 주기적으로 카페에 가서 치즈케이크와 두유라떼를 주문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호르몬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이 책이 장담했듯이 '더 이상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p.s. ​이 밖에도 PMS, 월경통, 부정 출혈, 빈뇨, 요실금, 산후 문제, 갱년기 장애, 완경, 자궁경부암, 유방암,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과 예방법, 대처법이 나와 있으니 증상별로 찾아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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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수학책 - 재미와 교양이 펑펑 쏟아지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서현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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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아이의 반항(?)이 시작되었다. 동글동글 순둥순둥했던 아이가 이제는 좀 컸다고 스스로 이해되지 않으면 엄마의 말을 곧이 듣지 않는다. 엄마의 지위를 이용해서, "그냥 시키면 좀 시키는대로 해!" 꽥 하고 소리를 지르면 간단하겠지만, 교육의 목표는 순종이 아니라 자립이다. 더이상 두루뭉술한 말은 통하지 않는다. 납득이 가도록 아이를 설득해야 한다. 나에게는 '수학적 사고법'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었다. 현재의 상황들을 그래프, 좌표, 공식 등을 통해 그려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합리적인 대화가 되는 것 같다. 수학적 사고법을 이용하니 판단, 비난, 지시, 명령이 튀어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결론 한줄로 끝날 명제를 목아프게 열심히 증명하고 있다. 엄마 말이 틀리면 하나라도 반례를 찾아보시오!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설명을 열심히 했는데도 대화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때가 있다. 난제다.

"막연하고 코 집어 정의하기 어려운 세상사가 수학적 사고를 활용하면 손에 잡힐 듯이 명쾌하게 이해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_p.008"

<미분>


초등 저학년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체크리스트도 만들어보고 보상물도 이용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를 보며 내 계획대로 된 것 같아서 흐뭇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하는 시간과 분량이 늘어났다. 공부시간의 '평균 변화율'을 보며 이제 공부습관은 잡혔노라고 입방정을 떨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다며 '정비례 환상'에 빠져 콧노래를 불렀다. 45도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갈 것 같던 공부는 정체기가 왔다. 모든 일은 '변화'를 거듭한다는 미분적 사고가 부족했다. 기울기의 변화를 알아챘어야 했다.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면서 수평에 가까워 질 무렵, 그 '순간 변화율'을 알았다면, 앞으로의 일에 대한 올바른 예측과 대비가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흔히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한다'라고 평한다. 바로 순간적인 기울기의 변화를 알아채는 감각이 예민하다는 뜻이다. _p.041"

내 삶의 대략적인 그래프를 그려보니 '증가구간, 감소구간'이 보이고, '극점, 변곡점'이 느껴진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미분적 사고'는 앞으로 좋은 일만 계속 생길 거라는 환상에 빠져 교만해지지 않도록 해주고, 혹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우울, 비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미경 학장님 말을 빌리자면 '지적인(수학적인) 힘이 부족하면 스스로의 불행을 크게 해석하게 된다. 공부하라.'

sns 사진들을 보면 나만 뒤쳐진 것 같은 못난 기분이 든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은 꽃이 활짝 피는 찰나이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빛나는 순간, 셔터를 누르는 찰칵의 순간이다. 순간의 변화량, '미분계수'를 마냥 부러워하지 않고, 뽐내지도 않는다.


"정비례한다면 700년 걸렸을 인간 게놈 해독 프로젝트가 미래학자 커즈와일의 예언대로 7년 만에 완료되었다. 이것은 인류의 기술 발전이 '지수함수'를 그리기 때문이다. 1, 2, 4, 8, 32 ... 이렇게 곱절로 늘어나며 기울기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커즈와일은 '기술이 무한대의 속도로 발전한다'는 싱귤래리티가 2045년에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_p.048 ~ p.049 요약"

기술이 제곱이라더니 진짜 거대한 '가속의 시대'이다. 구석기인들의 필수품 주먹도끼가 스마트폰이 되기까지는 몇천년이 걸렸지만, 20세기 이후 현대 과학 기술의 속도는 눈이 부시다. 코로나 이후 더욱 앞당겨진 변화 속을 살고 있어 어지럽다. 기술의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워진다는 커즈와일의 2045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같은 상상을 함께 해보았다. 아이는 코로나같은 전염병, 환경오염 같은 문제들이 기술의 가속을 강제적으로 늦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진다.

뉴턴과 라이프니츠. 둘 중에 누가 먼저 미분을 발명했는가 하는 분쟁이 있었지만, 미분적 사고가 동시대를 살았던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수학적 사고의 꽃, 미분을 활용한다.

<함수>

y=f(x) 함수는 function 변환이다. f는 스타일, 일관된 변형 작용을 말한다.

<K팝 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때가 있다. 내 귀에는 출연자들이 모두 다 노래를 잘했다. 그 중에서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귀에 꽂혔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노래의 기술이 아니라, 악뮤의 f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수현양, 순수하고 건강한 찬혁군의 f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금까지도 설거지를 할 때 그들의 f를 노동요로 들으며 즐기고 있다.

나는 그들만의 음악적 감성 f가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뛰어다니고 놀면서 생겼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보니 악뮤의 부모님은 여건이 안되서 그렇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다고 하셨다. 다만 아이들의 f 본래부터 지닌 가치를 존중하고 지지해주었으며, 아이들을 '흠 하나 없이 완전무결한 걸작품'으로 바라봐주었다고 했다. 남의 집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만의 f를 대접해준다. 남의 것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f를 찾을 때 빛이 나고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우리는 각자의 f로 그래프를 그리며 살고 있다.

<좌표>

"좌표축은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기도 했던 데카르트가 고안했다. 직교좌표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원점이 결정되면 다른 하나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_p.146 요약"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y축 을 '자신감'으로 삼아 평가축으로 설정하면 나의 가치는 형편 없겠지만, '신중함'을 평가축으로 설정하면 큰 가치가 생긴다. 저자는 좌표축을 사용하여 매사를 판단하려면 자신이 준비한 평가축만으로 과연 충분할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애당초 평가축이 다르므로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해봐야 의미가 없다_p.041"

제 3사분면 위에 있는 나와 제1사분면 위해 있는 그 사람은 다른 유형의 사람이다. 역시 비교는 금물이다. 게다가 출발점이 다를 수 있고 좌표축도 다르다. 나만의 좌표축을 설정하고 가치를 만들어간다.

<확률>

뉴스를 보니 법원은 로또당첨번호를 알려준다는 업체를 사기죄로 판단했다. 공통수학에 나오는 '확률'과 그에 따른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사기에 현혹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기대값은 무모한 선택을 막아준다. 내 차선만 유독 다른 차선보다 늦은 것 같은 머피의 법칙, 그 억울함도 '확률'을 통해 풀 수 있다.

<f=ma>

밥을 먹고 나서 치워야 하는데, 설거지가 그렇게 하기 싫다. 관성의 법칙. 그냥 앉아있고 싶다. 엉덩이 떼기가 그렇게 힘들다. 근데 시작이 어렵지 막상 설거지를 하다보면 또 끊고 싶지가 않다. 엄마의 욕심으로 현행보다 어려운 선행 문제집을 골랐다. '질량'이 높으면 '가속도'가 줄어든다. 줄어든 속도에 흥미를 잃어간다. 질량을 줄여서 좀 더 쉽고 가벼운 문제집으로 갈아탔다. 다시 속도가 붙었고 재밌어한다.

TV 앞이든 책상 앞이든 한번 앉은 자리는 일어서기 힘들다. 지금 신고있는 신발이 아무리 낡고 닳았어도, 새로 산 신발보다 편해서 갈아신기 싫다.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라서 한번 익숙해진 것들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관성의 법칙이 유용할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관성을 끊어낼 가속도가 필요한 것 같다.

<인수분해>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다. 영어독해 지문이 길어져셔 지문의 구조를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의 주어에 여러개의 동사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이해시키기 위해 '인수분해' 공식을 이용했다. 주어와 동사의 수일치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다. 영문법을 수학공식을 활용해 가르친다.

"인수분해적인 사고란 말하자면 '정리.정돈사고'다. 일단 눈앞에 있는 업무를 인수분해해 본다. 인수분해란 공통항으로 묶는 에너지 절약 사고법이다."

<집합>

수능국어 일타강사의 강의에서 벤 다이아그램을 이용해 지문을 분석하는 경우를 봤다. 수학적 사고법이 국어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영어 지문 분석법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또는이라고 쓰여 있으면 조건 설정이 느슨하고, 또한은 조건이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평화>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면서 답답합을 느꼈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논의를 바랐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인식 때문인지 고성, 욕설, 비방이 난무했다.

"위대한 철학자인 데카르트조차 꾸준히 연습하고서야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_p.278"


이 시대의 전쟁을 보면서 이성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았다. 저자는 사회를 '전근대'로 역행시키지 않기 위해, 다각적이고 또한 냉정하며 또한 합리적으로 매사를 판단하기 위한 '수학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선 나부터, 우리 가정에서부터 수학적 훈련을 하려고 한다. 집안의 작은 독재자가 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아이와 함께 이성적인 토론을 하려고 한다. 가정에 평화가. 세상에 평화가.

뼛속까지 문과생이라는 교수님이 쓰신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읽으면서, 주식, 경제, 미술, 철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학적 사고'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요즘의 영재교육원이 원하는 '창의융합사고력'이 아니실까 싶다.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내게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일본의 예시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번역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일본의 국민MC라는 예능인 '다모리'의 에피소드를 '유재석'의 에피소드로 대체해서 '관성과 가속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의 시도를 했더라면 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경계를 허물고 아우르는 문.이과의 융합적 사고는 이 책의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자 대체불능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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