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 내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49가지 호르몬 법칙
마쓰무라 게이코 지음, 이은혜 옮김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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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도 아닌데 때가 되면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갑자기 세상이 무너진듯 우울했다가 눈물이 흘렀다. 내 몸에 주기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다리가 저리는 등의 통증은 아프기는 했지만, 차라리 괜찮았다. '몸'의 증상은 힘들어도 이해가 되었고, 당연한 일이니까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난 신체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그나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생리통으로 떼굴떼굴 구르면서 애써서 준비한 시험도 못 보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친구도 있었다.)


내 경우, 문제는 '마음'이었다. 세상이 깜깜해지고, 다 놓고 그만두고 싶고, 어디로 도망치고 싶은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내가 이상한가?' 자책하며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하고, 가족들을 그 원망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 모습에, 혹시 "그날이 다가오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어렴풋이 추측했던 일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명확해졌다.


​'에스트로겐은 사춘기부터 완경까지 약 40년 동안의 분비량이 티스푼 하나 정도'라고 하는데, 극소량의 호르몬이 그동안 나를 좌지우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인데, 내가 나를 너무 몰랐다. 이해가 되니까 ‘그럴 수 있다’라고 나를 용납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호르몬탓으로 돌려놓고 객관화시킨 다음 대책을 세운다.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호르몬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 마쓰무라 게이코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호르몬 관리 최고 권위자'라고 한다. 그녀가 월경 주기에 맞춰 곡선을 그리는 호르몬의 분비량과 그에 따르는 변화들을 포인트를 콕 집어 간결하게 알려준다. 주기를 잘 파악해두면 내 몸을 예측할 수 있고 '컨디션 난조'에 대비할 수 있다. 앞으로 플래너에 나의 주기를 표시해두고, 그 주기에 맞춰서 to do 리스트를 계획할 것이다.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자주 가기가 힘들다. 이 책에도 믿을만 하고 도움이 될 만한 '마인드셋, 식사요법, 운동법' 등이 가득하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책을 들춰서 그 원인을 알고 대처법을 익힌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은 약 한 달을 주기로 크게 변하는데, 그 주기가 '월경 중(우울기)-월경 후(활동기)-배란 후(평온기)-월경 전(짜증기)' 이렇게 4단계로 나눠져 설명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가장 유심히 봤던 구간은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 '여성호르몬 급변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 균형'이 크게 흔들려서 '심리적 균형'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용]

"호르몬 분비량 증감이 심해서 감정기복도 커진다. 여성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자율 신경도 무너지기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다. 널뛰는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기분이 미칠 듯이 좋아졌다가 그런 자신이 싫어지면서 급격히 우울해졌다가를 반복한다. 사소한 일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른다.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자기 자신이 싫어질 때는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별일 아닌데 상처를 받고 동요하기도 한다. 고지식한 사람일수록 여성 호르몬 변화에 취약해 월경 전에 정서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여성 호르몬의 파도가 눈물샘을 고장 낸 것이다. 참지 말고 실컷 운다. 울면 부교감 신경이 움직이기 시작해 마음이 차분해진다. 운다는 행위는 부교감 신경을 움직이게 만든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는 형태로 심적 변화를 겪는 사람도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와 함께 의욕을 높여 주는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래라면 임신 성공을 위해 몸이 쉬어야 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해서 일하거나 과하게 놀아서 몸이 상하지 않도록 여성 호르몬이 제동을 건다. 이럴 때는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말고 마음이 보내는 휴식 신호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자. 평소에 척척 해내던 일들이 잘 안 되고 게으름 피우는 것처럼 보이거나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시기지만, 기력이 회복된 뒤에 만회해도 늦지 않는다. 레몬, 페퍼민트, 로즈메리 등의 향을 빌려 교감 신경을 활성화한다."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월경 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세로토닌 분비도 감소하고 이 때문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난다.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던 정말 사소한 일에도 버럭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정도다."


"대두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매우 비슷한 분자 구조로 되어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는 월경 전이나 기간 중에는 두부, 두유, 된장에 기대어 보자.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나 비타민 B6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해 분비량을 늘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바나나는 트립토판, 비타민 B6이 있으니 챙겨먹자."

배란 후 ~ 월경 전 시기의 인용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앞으로 주기적으로 카페에 가서 치즈케이크와 두유라떼를 주문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호르몬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이 책이 장담했듯이 '더 이상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p.s. ​이 밖에도 PMS, 월경통, 부정 출혈, 빈뇨, 요실금, 산후 문제, 갱년기 장애, 완경, 자궁경부암, 유방암,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과 예방법, 대처법이 나와 있으니 증상별로 찾아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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