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5 감염병 X, 바이러스와 인류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5
오혜진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끄럽지만 중국에서 코로나가 처음 터졌을 때, 우리 나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냥 '안타깝다' 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코로나는 일상을 뒤흔들었다. 화성에 유인 우주선도 보내겠다는 시대이건만 인류는 아직도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하지만 감염성 질환은 여전히 전체 사망의 약 25%를 차지한다.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고 거짓 정보에 현혹되기 쉬운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발되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신의 노여움이라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정확한 팩트가 필요하다.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이번에는 감염병의 역사와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 그에 맞서는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팬데믹 이후 인류의 질병 X에 대한 대비책이다. 최신정보와 함께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고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전문적인 내용도 빼놓지 않아서 분량이 만만치 않았지만, 시각자료가 풍성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갔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을 뽑으라고 한다면 One Health 하나의 건강 개념이다. 자연환경의 건강과 동물의 건강까지도 챙겨야 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도 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인간의 욕심이 낳은 인재이다. 나 혼자 잘먹고 잘살자는 가능하지 않다. 코로나는 잘 사는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도와야하는 분명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에너지를 아껴쓰고, 야생동물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는 것은 당장은 좀 불편한 일이겠지만 이제 우리의 생존이 걸린 일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입만 열면 코로나 걱정이었지만 정작 나는 코로나를 알기 위해 무엇을 했나 싶다.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감염병과 싸워온 생각보다 치열했던 과학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Infection 01. 인류와 함께해 온 감염병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 세균은 생각보다 극소수로 100개 미만으로 추정된다.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감염병과 함께 전개되었고, 그래서 인간의 역사를 곧 감염병의 역사라고들 한다.

[근대 이전: 세균 감염병의 시대]

14세기 페스트는 유럽 사람들에게 재앙이었다. 페스트로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페스트 대유행 이후로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위생에 대한 개념이 발전했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공중보건이 향상되었다. 페스트 이외에도 콜레라, 매독, 결핵 등 수많은 세균 감염병이 인류를 괴롭혔다.


[20세기 이후: 감염병의 주범이 된 바이러스]

항생제 개발로 대부분의 세균성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 20세기 이후, 대유행을 일으키며 인류를 괴롭히는 감염병의 주범은 주로 바이러스였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총 네 차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에도 20세기 들어 대유행을 일으키며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에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있다.

​세균보다 바이러스 퇴치가 어려운 이유는 항생제와 다르게 바이러스 치료제, 즉 항 바이러스제를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하나를 개발하면 보통 여러 종류의 세균에 광범위하게 사용 가능하지만, 항 바이러스제는 몇몇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또 세균에 비해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고 속도도 빨라 내성이 생길 위험도 더 높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들어가 증식하기 때문에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죽이는 약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발된 항 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는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침입이나 증식단계를 억제하는 약이다.


Infection 02.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

​21세기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주인공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포유류와 조류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집단을 통칭한다.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바이러스에 불과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심한 독성과 빠른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로 진화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할 때 종종 오류가 발생해 염기서열이 다른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를 변이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모두 알파부터 오미크론까지 그리스의 알파벳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Infection 03. 코로나 19에 맞서는 무기, 백신과 치료제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 mRNA 백신]

화이자-바이온텍과 모더나는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해 상상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냈다.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시킨데에는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긴급한 상황과 막대한 자금 지원 등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그동안 백신은 죽은 병원균이나 병원균을 불활성화해, 항원이 될 수 있는 병원체를 넣었다. 그런데 그 대신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인 mRNA를 몸속에 넣은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설계도대로 스스로 항원을 생산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mRNA 백신은 앞으로 감염병 예방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카 바이러스, 광견병 바이러스, 말라리아 바이러스 등에 대한 mRNA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백신을 넘어 암 치료에도 연구되고 있다.


mRNA 백신 외에 한국에서 승인된 또 다른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의 얀센 백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생물학에서 백터란 유전 물질을 인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개체로 사용되는 DNA 분자를 말한다. 세균이 가진 원형 DNA인 플라스미드나 바이러스 등이 벡터로 많이 쓰인다.

[후발주자, 합성 항원 백신]

앞선 백신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합성 항원 방식의 백신도 출시되었다. 항원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껍질이나 단백질 등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백신을 말한다. B형 간염 백신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등이 이 방법으로 개발되어 수십 년간 사용되어 왔다.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스터 샷과 백신 불평등]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부터 백신 공급의 불평등을 예측하고 이를 우려했지만, 격차는 계속 벌어질 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부스터 샷을 비유하자면 '이미 구명조끼가 있는 사람에게 구명조끼를 또 나눠 주자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은 구명조끼가 없어서 익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백신 불평등 간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으며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이 높았다면 오미크론 변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것은 백신의 공평한 보급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전 세계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아야 새로운 변이 출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격차는 단순한 불평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감염병의 대유행을 더 길게 만들고, 경제적 피해까지 가중시킨다. 코로나 19 대유행은 모두가 안전해야 끝날 수 있다. 부스터 샷 접종도 중요하지만, 대유행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백신 불평등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Infection 04. 팬데믹 이후 인류는

미국은 코로나 19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이 10년 이내 재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국 대유행 예방전략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백신과 치료제 등 의약품을 개발하고, 감염병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보건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 고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미국의 대유행 예방 전략을 1960년대 후반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었단 아폴로 계획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유행의 가장 근복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2000년대 이후로 신종 감염병의 출현 주기가 짧아진 것은 사실 전적으로 인간 탓이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전염병 위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시화, 농지 확대로 인한 토지 개간 등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이 때문에 야생 동물에서 인간으로 질병이 옮겨질 확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유행의 환경을 인류가 스스로 만든 셈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팬데믹 시대 가장 필요한 키워드는 One Health 하나의 건강이다. 하나의 건강은 인간의 건강이 동물의 건강, 자연환경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인간과 동물, 환경이 모두 건강해야 인류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건강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에게 인수공통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산림 벌채 방지와 야생 동물 규제 등에 쓰이는 비용은 연간 22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데 드는 비용 10조~20조 달러에 비교하면 배우 적은 수치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도 많이 알려주었다.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인류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불평등한 백신 분배, 편견과 차별, 국가 간 경쟁과 자국 이기주의도 각자도생만으로는 대유행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 -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수학의 원리
아드리안 파엔사 지음, 최유정 옮김 / 해나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중년이니까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 쯤 쉬울 줄 알았다. 역시 수학은 나이순이 아니다. 무슨 객기였을까? 즐겁고 편안하게 읽으려던 호기로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생각보다 책이 잘 안넘어갔다.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SOS를 청했다. 의외로 책을 재미있게 읽은 아이는 투박한 그림을 곁들이며 설명을 해주었다. 듣고 다시 읽어보니 이제야 글자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볍게 휘리릭 읽으며 은근슬쩍 넘어가보려 했던 성급한 마음이 내 눈을 가렸나보다. 마구 재밌는건 아니었지만 이해가 되면서 약간의 즐거움이 더해졌다.



책 속에는 일상의 다양한 풍경을 가진 수많은 예시들이 등장하는데, 문제의 난이도가 각각 천차만별이다. 이어령 선생님 말씀처럼 소 풀 뜯어먹듯 여기저기 옮겨가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제 위주로 풀면서 읽었다. 지금은 난이도 하 문제 위주로 눈이 가지만, 반복하다보면 난이도 상 문제로도 시선이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들어가며 : 공주가 내민 손


여기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구애를 받는 한 공주가 있다. 그녀는 그 어떤 대단한 청혼에도 무감했다. 공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 만 같았다. 이야기의 끝에 반전이 있다. 안경을 건넨 마지막 청혼자가 공주의 마음을 얻게 되는데, 알고보니 공주는 근시였다. 마지막 청혼자가 한 일은 문제를 보는 초점을 바꾼 것이다.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 것이다.


"뉴턴의 이항 정리는 밀로의 비너스 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깨닫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가 가장 흥미로운 이유는 나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상은 허준이 교수가 받은 '필즈상' 밖에 몰랐는데, 수학 대중화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릴라바티상'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2014년 '릴라바티상'을 수상했고, 세계적인 수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자유로운 생각과 대담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가장 아름다운 수학 문제를 보여주고 싶은 저자는 마치 공주의 마지막 청혼자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1장. 흥미로운 수


[호텔]


힐베르트 호텔문제는 무한한 수의 사람이 방이 무한개 있는 호텔에 투숙할 수 있는 해결책을 묻는다. 직관을 거스르는 무한집합의 매력이 드러나는 문제이다. 아이가 한참 '무한소'나 '무한대'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는데, 속으로 '그냥 외우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군'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아이에게는 이런 스토리가 필요했다. 스토리가 가진 힘이 대단하다. 





[0으로는 나눌 수 없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1000달러인 상점에 들어간다 -> 가격이 내려갈수록 더 많은 수량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 그런데 물건 값이 0원이라면?"


분모에 0이 올 수 없다는 것은 고등수학을 풀면서까지 두고두고 중요하다. '그냥 외워! 약속이야!' 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며 체득할 수 있다.



[1=2의 모순]


예전에 아이가 유튜브 채널 'Logical 로지컬'을 보고 와서는 나에게 '2=1'이라는 말도 안되는 증명을 그럴듯하게 해보인 적이 있다. 눈뜨고 코베이는 기분이었다. 이 책에 등장한 추론과 과정은 달랐지만 원리는 비슷한 것 같다. 역시 입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군' 했는데, 왜 잘못된 증명인지 오류 찾기도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0으로는 나눌 수 없다' 뒤에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배치한 것 같은데, 이런 흐름이 좋다. 



[종이는 몇 번이나 접을 수 있을까]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자주 해주던 말인데, 실제로 종이접기를 해보면 8번 이상 접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성경책 종이처럼 얇디얇은 종이(0.001cm)라도 27번만 접으면 두께가 1km 반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2의 27승을 직접 계산해보지 못했지만, 계산기를 이용해 두들겨 계산해보니 진짜로 약1,342m가 나왔다. 지수함수적 증가의 놀라움을 확인할 수 있는 유명한 문제인 것 같다.



[자연상수 e = 2.718281828 ...]


문과에서는 배우지 않고 이과에서는 배우는 자연상수 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는 '오일러 항등식'​에 파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e는 일상에서 자주 발견되는 매우 중요한 수라고 한다. e가 흥미로운 것은 지수가 증가함에 따라 계속 증가할 것만 같지만, 증가하더라도 무분별하게 계속 증가하지 않고 한계, 상한선이 있다는 점이다. 자연의 이치와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은행의 복리 이자의 개념으로 풀어보니 e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e의 중요성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e가 연 100%의 이자율이 적용되며 기간이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1달러 자본 성장의 상한성을 의미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하자."며 이야기를 급하게 마친다. e에 대해 지면을 좀 더 할애하여 자연 속 일상생활 속 e의 발견을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2장. 수학자의 고민



2장은 수학과 과학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며 읽었다.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의 대화]


다음은 수학을 공부하다 물리학에 전념한 '아인슈타인'과 원래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수학으로 바꿨던 '푸앵카레'의 대화이다.


아인슈타인: 수학으로는 어떤 말이 참이고 어떤 말이 거짓인지는 알아낼 수 있지만, 어떤 말이 중요한지는 결정할 수 없더군요.


푸앵카레: 중요한 말과 사소한 말은 구분할 수 있어서 어떤 말이 중요한지 결정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 그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몰랐기 때문이죠.


[우리 수학자들은 추론을 하지, 숫자를 세는 게 아니라고!]


위스키와 얼음조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하는 것은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할 때의 충격이나 폭발적 인구 증가 및 기후 예측과 관련이 있다. 


연구자는 시스템의 수학 모델을 구축하고, 그것이 실재를 반영한다고 가정하며,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시험하여 계산이 옳은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미래에는 과학이 한층 더 수학적으로 변할 것이다. 수학은 이질적인 것들을 종합하려 노력한다. 즉, 이것은 하나의 현상이며 같은 공식의 한 변형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려 한다.


​3장. 확률과 추정


[연못 안 물고기 수는 어떻게 추정할까]


연못의 물고기 수를 모두 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추측할 수 있다. 추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달랐지만 유튜브 채널 '깨봉수학'에서 확률을 공부할 때 연못의 면적대비 그물이 차지하는 면적을 통해 확률을 계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 원리가 쉽게 이해되었다.



[동전 던지기]


아이가 '동전 던지기는 과연 공정한가?'라는 주제로 나름 혼자만의 연구를 한 적이 있기에 관심이 가는 주제이다. 이 또한 티내지 않았지만, 사소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로 주제를 잘못잡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확률과 추정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주제였던 것 같다. 책에서는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확률이 1/2로 같다고 가정하고 공정한 내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다룬다. 



4장. 수수께기 같은 문제



[몬티 홀 문제]


몬티 홀 문제는 아이가 유튜브나 책에서 보고서 가족들에게 문제를 내서 가족오락관처럼 함께 풀어봤었던 문제이다. '깨봉수학'에서는 '염소냐 스포츠카냐, 그것이 문제로다! 몬티홀 딜레마' 제목으로 영상이 있고, '창의수학퍼즐'이라는 책에서도 '게임 쇼' 문제로 소개되어 있다.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니 유명한 문제인가보다. 이전에 선택한 문을 유지해야 할까, 다른 문으로 바꿔야 할까? 확률을 계산하면 승리할 확률이 올라간다.​




 



[맨홀 뚜껑 상식]


'맨홀 뚜껑'이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이 아니라 둥근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홀뚜껑이지만 주의를 기울인 적이 없었는데, 이제 맨홀뚜껑이 '도형'으로 혹은 '안전성'으로 새롭게 보인다. 





5장. 궁리와 호기심​



[4색 문제]


색칠만 하면 직접 해볼 수 있으니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단순한 문제이지만 수학의 오랜 난제 중 하나였다. 4가지 색만 있으면 어떤 지도든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모양이 단순해질수록 필요한 색의 가지수도 줄어든다고 한다. 색칠공부 하듯이 놀면서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인 것 같다. 영재원 시험에에서도 등장하는 문제이다.




[직각을 만드는 방법]


12cm의 줄만 있으면 직각삼각형을 만들 수 있다. 줄이 3cm, 4cm, 5cm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지막 줄의 끝이 첫 번째 끝과 맞닿도록 줄을 잇기만 하면 된다. 직각이니까 (3, 4, 5)다는 알았는데 그 역도 성립한다는 점이 놀랍다. 필요한 건 줄 뿐이다. 직접 해보면서 피타고라스의 수들 (3,4,5) (5,12,13) (6,8,10) ... 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나누기 좋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수에 대한 연구'처럼 단순하게 대답하는 것은 정보의 심각한 결핍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17세기 비슷한 시기에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발명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여전히 '한줄이면 끝나. 이게 바로 라이프니츠의 위엄이죠!'라는 수학 일타강사 현우진 선생님의 말을 들을 수 있다. ​


미적분은 운동과 변화에 관한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극한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수학은 미적분의 출현과 함께 그 사슬에서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수학으로 과학자들은 행성의 움직임, 기체의 팽창, 액체의 흐름, 물체의 낙하, 전자기력, 동물과 식물의 성정, 전염병의 확산 등을 훨씬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


수학의 새로운 정의가 제안되었다. 수학은 패턴의 과학이라는 것이다. 수학자가 하는 일은 추상적인 패턴을 조사하는 것이다. 즉, 특이성, 반복되는 것, 숫자패턴, 형태 패턴, 움직임 패턴, 행동 패턴 등을 찾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그동안 빠져있던 '행렬'이 11년만에 부활한다고 한다. 고로 2025년부터 행렬이 고등수학에 추가된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필수인 행렬도 일종의 배열이니 수학이 패턴의 과학이라는 새로운 정의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교과과정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내신이나 입시를 위한 중고등 수학문제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은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창의 융합과 오히려 그 맥락이 일치한다. 영재교육원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수학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문제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군데군데 컬러풀한 삽화를 그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어려운 문제의 경우 혼자서 복잡한 미로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는데, 독자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된 불친절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책의 말미 해법에 있다. 아이에게는 충분히 생각해보고 정답은 시차를 두고 보라고 했지만, 정작 나는 문제를 읽고 쪼로록 해답으로 달려가고 있다.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에 도달하면 그 순간을 멈추는 것. 읽고 멈추고 산책하며 되새김질 해봐야 진가가 드러나는 책인 것 같다. 처음에는 어지럽게 보이던 활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보이는 몇 번의 경험은 꽤 근사했다. 투박하지만 뒤돌아서면 더 생각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 속 죽음의 공포에 끊임없이 고통 받는 어린 영혼들의 간절함에 관하여...


안네의 일기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문학작품이다. 일단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로 한두 번은 접해 보았을 것이고 그 원문내용 또한 부분적이나마 최소한 국어책을 통해 학창시절 접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942년부터 1944년 체포되기 전까지 독일군에 의해 침공당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군을 피해 은신해있던 기간 동안 안네 M 프랑크라는 10대 유태인 소녀에 의해 기록된 일기가 바로 ‘안네의 일기’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자행된 잔학한 유태인 탄압과 전쟁 속 은신처에 숨죽여 지내야만 했던 2년간의 공포와 고통이 10대 사춘기 소녀의 예민한 시선으로 매우 섬세하게 잘 표현된 작품이다. 이런 훌륭한 작품이 이제 그래픽 노블이라는 만화와 소설이 혼재된 형식으로 재편집되어 나왔다니, 당시의 상황을 보다 시각적,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안네의 심리변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된 것 같아 무엇보다 기뻤다.



학창 시절 읽어보았던 안네의 일기는 전쟁의 참상과 은신해 있는 자들의 공포가 단지 활자를 통해 피상적으로 전달되는 것에 그친 반면 그래픽 노블 형식을 빌린 ‘안네의 일기’는 배경설명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표정변화와 행동들을 모두 직관적으로 볼 수 있기에 당시의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에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소설과 만화라는 장르의 경계선에 위치한 그래픽 노블은 독자의 이해와 감동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안네의 당시 상황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큰 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우리는 단 몇 달간의 코로나 격리기간도 너무 힘들어 하고 지겨워했었는데 무려 2년여의 기간 동안 그것도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결코 한걸음도 나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숨죽이며 은신했던 그 긴 기간은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며 수다를 떨며 행복했어야할 10대 사춘기 소녀에게는 극심한 고통이자 무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아픔들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고 그 울림은 극명하게 전달되었다.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사무실 후면에 위치한 가정집을 은신처로 개조한 곳에서 무려 8명의 유태인들은 기약 없는 은신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원치 않는 동거 속에 수많은 갈등들은 예민한 안네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는 일반가정에서도 많은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타인가족을 포함한 8명의 인원이 외출이 절대 허락되지 않은 감금된 상황 속에 2년여를 함께 지낸다니 갈등 없이 살아가기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족함 없는 가정의 철없는 10대 소녀였던 안네는 감금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야단과 꾸지람 혹은 놀림을 듣기도 하며 처음에는 울고 분노하며 괴로워하였다. 하지만 피할 곳 없는 2년의 은신생활은 차츰 그녀를 아이에서 어른으로 빠르게 성장시켜나갔다. 이러한 빠른 내적성장이 여느 10대 소녀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감금된 상황 속에 반 강제적으로 급격하게 이루어진 포기와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슬픈 안네의 표정에서 읽혀져 무척 가슴 아프게 하였다.



독일의 연이은 전투에서의 패배와 연합군의 승리와 빠른 진격으로 전쟁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가던 은신처에서의 삶은 누군가의 제보로 (같은 유대인의 밀고였다는 말이 있다.) 은신처가 들통 나게 되고 1944년 8월 4일 체포됨으로서 2년여의 기나긴 은신처의 삶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8명은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고 안네의 아버지 오토프랑크만이 유일하게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1년 후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안네의 일기는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기에 안네가 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이미 이 작품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 형식의 작품인 만큼 안네의 표정과 행동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나와 함께 호흡하는 일부가 되어있었기에 그녀의 죽음은 새삼 충격과 깊은 안타까움이 되어 나를 세차게 흔들었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안네의 가족이 네덜란드가 아닌 스위스나 영국으로 피신을 했었더라면, 누군가의 밀고 없이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전쟁이 끝났더라면.... 수많은 의미 없는 가정문들이 안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써 부정이라도 하듯 수없이 뇌리에 떠올랐다.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이렇듯 섬세하고 훌륭한 일기를 남겼던 소녀인데 살았더라면 분명 안네의 꿈처럼 훌륭한 여류소설가가 되어 멋진 작품을 세상에 여럿 선물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수많은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세력의 잔혹함에 안네의 일기의 독자로서 새삼 분노가 일고 전쟁 없는 세계평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하니 안네의 일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 싶다. 이런 위안이나마 책마무리에 남아있는 깊은 공허함을 살짝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리고 지구상 수많은 분쟁지역에서 수많은 어린 영혼들이 죽음의 공포와 굶주림 등의 고통 속에 지옥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안네의 그것처럼 한없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더 이상의 전쟁과 분쟁이 없는 세상이 오길 그리고 모든 이들이 특히 어린생명들이 자신들의 천성대로 웃고 떠들고 배불리 먹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안네의 일기 서평을 마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학수학 개념사전 93 - 개념 씹어먹고 수학문제 풀어 봤니?
조안호 지음 / 폴리버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을 좋아한다.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집에서 혼자서 수학 진도를 나갔다. 반복하지 않고 도장깨기처럼 진행하다보니 선행을 하게 되었다. 요즘 초등학교는 거의 시험을 보지 않으니 객관적인 평가를 알 수 없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고 있기는 한데, 진행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역시 학원으로 방향을 틀어아하나 싶어서, 여러 곳의 수학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수학공부에 대한 강연도 듣고 책도 읽었다. 대부분 선행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지나친 선행은 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안호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중학수학 개념사전'이어서 수학 개념만 나열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처음과 끝에 위치한 '머릿말'과 '후기'가 인상 깊었다. 막연하게 떠돌던 수학방법론에 대한 생각들이 속시원하게 정리되었다. 단계단계 다지면서 여러번 반복하지 않더라도 개념만 튼튼하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광속》


왜 수포자가 늘었을까? 나는 그것이 고등수학의 분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렬, 공간벡터, 복소평면 등이 빠지면서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범위가 줄어든만큼 문제의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최근의 경향은 소수만 풀 수 있었던 킬러문항이 사라지고 준킬러 문제가 강화되었다. 이랬든 저랬든 고등수학은 공부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다.

"수학 개념의 습득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는 수업의 진도나 과정이 광속에 가깝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특히 시간이 없는 상황일수록 잘못된 공부 방법을 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중학교까지 교과과정에 맞게 착착 잘 따라갈 수 있던 수학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갑지기 광속으로 흘러간다. (나는 항상 이점이 불만이다. 왜 고등학교에 가면 극악 난이도로 변하는 것일까? 정 난이도를 높여야겠다면 중학교때부터 완만하게 올라가면 안되는 것일까? '뭔가 내가 모르는 교육 전문가분들의 깊은 뜻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광속으로 흘러가는 속도에서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기 힘들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념 체득이 잘 될 리 만무하다.


《개념》


Why를 생각하며 수학개념을 때려잡기는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개념이다. 저자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개념에서 끝장을 내는 연역적 학습법이라고 말한다. "연역법이 수학을 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식이 아니라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버스를 타지 않고 집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귀찮음을 동반합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수학의 개념.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교과서에 있지 않을까?

저자는 놀라운 말을 한다. 교과서에는 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 수학 교과서의 개념이 거의 없다."


저자는 교과서에 개념이 없는 이유로 집필진들이 착각 ("아직은 아이들이 연역적인 사고를 받아들일 나이가 되지 않았으니 경험적인 사고의 기회를 늘리고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을 아이들일 발견하거나 선생님이 발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뽑는다. 교과서에는 문제 푸는 기술이 있을 뿐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수학은 'EBS 수능특강'의 체감 연계율이 가장 낮은 과목이기도 하다. '교과서'도 아니고 'EBS 수능 연계교재'도 아니라면, 개념은 어떻게 체득할 수 있을까?


다음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과목은 모르겠지만, 수학만큼은 개념을 제대로 설명해줄 선생님의 강의가 필요한 것 같다. 아니면 '중학수학 개념사전 93'처럼 수학개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필요한 것 같다. 공식을 암기하지 말고, 이해한다. 개념을 줄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백지 테스트도 좋을 것 같다.


"개념은 계속 사용해야 하니 한 줄이나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되어야 하고 입으로 줄줄 나오도록 해야 하며, 결국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체화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조안호의 해석이다. 교과서의 정의는 추가로 해석이 필요한데, 조안호의 해석은 읽으면서 즉시 개념이 이해된다. 조안호쌤과 학생의 문답형식을 따라가다보면 되고 '아하' 무릎을 치게 된다. 수학의 최종 도착지라는 함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수 f가 변환 과정으로 새롭게 보인다.



꼭 직접 해봐야한다는 근의 공식. 책을 보며 유도해보았다. 수열의 합도 자연수 / 짝수 / 홀수의 경우로 나누어 정리해보았다. 나이 들어 부담없이 하는 공부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개념설명이 놀랍다.

그동안 분모에 0이 올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등분제가 아니라 포함제(같은 수의 빼기)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0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0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정과 불능의 용어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0÷7=0

7÷0= (없다) -> 불능

0÷0= (무수히 많다) -> 부정



지수의 법칙도 여러개로 나누어 공식으로 암기하지 말고, 책에서 정리된 한 줄 개념 (밑 또는 지수가 같아야 정리된다.)으로 이해하면 공부하기에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응용력은 개념에서 온다.


개념이 잡히지 않을 때 국어사전처럼 옆에 두고 중학수학 93 개념사전을 찾아아겠다. 이 책은 중학수학을 주로 다루고, 초등부터 고등학교를 위해 필요한 개념까지 총 93개의 개념이 꼼꼼하게 채워져있다.


"개념 씹어먹고 수학문제 풀어봤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 숲 정원사 컬러링북
레지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어둡고 까만 밤. 비추는 은은한 노란 '달빛' 아래 깊은 '숲 정원' 에서 귀여운 '토끼'가 미소짓는 그림을 보자마자 <달 숲 정원사 컬러링북>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책을 보자마자 "우와, 정말 예쁘다!" 감탄하더니, 바로 색칠하고 싶다고 색연필을 가져와 책을 펼쳤다.




"여기는 무슨 색이 좋을까?"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운가보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좋아해주는 아이가 참 고맙다.

단순한 그림부터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섬세한 그림으로 난이도가 높아진다. 뒷 페이지도 아이를 위해 남겨놓아야 하는데... 자꾸 엄마의 색연필이 간다.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색칠을 하다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어렵지 않은 반복에서 오는 리듬감과 몰입감을 느낀다. 아이 뿐 아니라 엄마도 힐링이 된다.

그동안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보석을 착용한 프린세스 그림 색칠을 많이 했었는데, 담박한 토끼 그림 컬러링을 하니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 같다. 부드럽고 착해보이는 선들에 따뜻함을 느끼며 컬러링을 했다.

아이에게 허락을 구한 뒤 엄마도 한 페이지를 온전히 색칠해보았다.​ 도톰한 종이를 넘기고 사각사각 색연필 쓱쓱 싸인펜 소리를 들으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아날로그 감성이 올라왔다.


색칠 뿐 아니라 엽서, 카드, 책갈피, 종이옷 입히기 등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색칠을 하고 오려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종이옷 입히기를 하며 놀았다. '나도 어렸을 때 이 놀이가 그렇게 재미있었지' 추억에 잠긴다.

오로지 이 책 만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다섯 곡의 음악이 있는데 큐알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연결이 된다.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놓고 하는 색칠에도 묘미가 있다.

내 마음대로 색을 입힌 그림들이 엮여 우리만의 책 한 권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