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을 좋아한다.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집에서 혼자서 수학 진도를 나갔다. 반복하지 않고 도장깨기처럼 진행하다보니 선행을 하게 되었다. 요즘 초등학교는 거의 시험을 보지 않으니 객관적인 평가를 알 수 없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고 있기는 한데, 진행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역시 학원으로 방향을 틀어아하나 싶어서, 여러 곳의 수학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수학공부에 대한 강연도 듣고 책도 읽었다. 대부분 선행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지나친 선행은 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안호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중학수학 개념사전'이어서 수학 개념만 나열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처음과 끝에 위치한 '머릿말'과 '후기'가 인상 깊었다. 막연하게 떠돌던 수학방법론에 대한 생각들이 속시원하게 정리되었다. 단계단계 다지면서 여러번 반복하지 않더라도 개념만 튼튼하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광속》
왜 수포자가 늘었을까? 나는 그것이 고등수학의 분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렬, 공간벡터, 복소평면 등이 빠지면서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범위가 줄어든만큼 문제의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최근의 경향은 소수만 풀 수 있었던 킬러문항이 사라지고 준킬러 문제가 강화되었다. 이랬든 저랬든 고등수학은 공부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다.
"수학 개념의 습득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는 수업의 진도나 과정이 광속에 가깝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특히 시간이 없는 상황일수록 잘못된 공부 방법을 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중학교까지 교과과정에 맞게 착착 잘 따라갈 수 있던 수학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갑지기 광속으로 흘러간다. (나는 항상 이점이 불만이다. 왜 고등학교에 가면 극악 난이도로 변하는 것일까? 정 난이도를 높여야겠다면 중학교때부터 완만하게 올라가면 안되는 것일까? '뭔가 내가 모르는 교육 전문가분들의 깊은 뜻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광속으로 흘러가는 속도에서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기 힘들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념 체득이 잘 될 리 만무하다.
《개념》
Why를 생각하며 수학개념을 때려잡기는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개념이다. 저자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개념에서 끝장을 내는 연역적 학습법이라고 말한다. "연역법이 수학을 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식이 아니라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버스를 타지 않고 집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귀찮음을 동반합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수학의 개념.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교과서에 있지 않을까?
저자는 놀라운 말을 한다. 교과서에는 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 수학 교과서의 개념이 거의 없다."
저자는 교과서에 개념이 없는 이유로 집필진들이 착각 ("아직은 아이들이 연역적인 사고를 받아들일 나이가 되지 않았으니 경험적인 사고의 기회를 늘리고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을 아이들일 발견하거나 선생님이 발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뽑는다. 교과서에는 문제 푸는 기술이 있을 뿐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수학은 'EBS 수능특강'의 체감 연계율이 가장 낮은 과목이기도 하다. '교과서'도 아니고 'EBS 수능 연계교재'도 아니라면, 개념은 어떻게 체득할 수 있을까?
다음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과목은 모르겠지만, 수학만큼은 개념을 제대로 설명해줄 선생님의 강의가 필요한 것 같다. 아니면 '중학수학 개념사전 93'처럼 수학개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필요한 것 같다. 공식을 암기하지 말고, 이해한다. 개념을 줄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백지 테스트도 좋을 것 같다.
"개념은 계속 사용해야 하니 한 줄이나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되어야 하고 입으로 줄줄 나오도록 해야 하며, 결국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체화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조안호의 해석이다. 교과서의 정의는 추가로 해석이 필요한데, 조안호의 해석은 읽으면서 즉시 개념이 이해된다. 조안호쌤과 학생의 문답형식을 따라가다보면 되고 '아하' 무릎을 치게 된다. 수학의 최종 도착지라는 함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수 f가 변환 과정으로 새롭게 보인다.
꼭 직접 해봐야한다는 근의 공식. 책을 보며 유도해보았다. 수열의 합도 자연수 / 짝수 / 홀수의 경우로 나누어 정리해보았다. 나이 들어 부담없이 하는 공부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개념설명이 놀랍다.
그동안 분모에 0이 올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등분제가 아니라 포함제(같은 수의 빼기)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0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0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정과 불능의 용어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0÷7=0
7÷0= (없다) -> 불능
0÷0= (무수히 많다) -> 부정

지수의 법칙도 여러개로 나누어 공식으로 암기하지 말고, 책에서 정리된 한 줄 개념 (밑 또는 지수가 같아야 정리된다.)으로 이해하면 공부하기에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응용력은 개념에서 온다.
개념이 잡히지 않을 때 국어사전처럼 옆에 두고 중학수학 93 개념사전을 찾아아겠다. 이 책은 중학수학을 주로 다루고, 초등부터 고등학교를 위해 필요한 개념까지 총 93개의 개념이 꼼꼼하게 채워져있다.
"개념 씹어먹고 수학문제 풀어봤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