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n 04. 팬데믹 이후 인류는
미국은 코로나 19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이 10년 이내 재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국 대유행 예방전략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백신과 치료제 등 의약품을 개발하고, 감염병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보건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 고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미국의 대유행 예방 전략을 1960년대 후반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었단 아폴로 계획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유행의 가장 근복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2000년대 이후로 신종 감염병의 출현 주기가 짧아진 것은 사실 전적으로 인간 탓이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전염병 위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시화, 농지 확대로 인한 토지 개간 등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이 때문에 야생 동물에서 인간으로 질병이 옮겨질 확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유행의 환경을 인류가 스스로 만든 셈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팬데믹 시대 가장 필요한 키워드는 One Health 하나의 건강이다. 하나의 건강은 인간의 건강이 동물의 건강, 자연환경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인간과 동물, 환경이 모두 건강해야 인류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건강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에게 인수공통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산림 벌채 방지와 야생 동물 규제 등에 쓰이는 비용은 연간 22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데 드는 비용 10조~20조 달러에 비교하면 배우 적은 수치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도 많이 알려주었다.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인류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불평등한 백신 분배, 편견과 차별, 국가 간 경쟁과 자국 이기주의도 각자도생만으로는 대유행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