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습관을 만들고 싶었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났고, 기록을 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펜을 들면 부담부터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일 쓰면 달라진다고들 말하지만, ‘무엇을 얼마나 잘 써야 하는지’에 대한 압박이 먼저 앞섰다.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그런 부담을 정면으로 낮춰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습관을 의지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쓰는 행위 자체를 삶의 크기를 바꾸는 가장 작은 단위로 제안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었다. 하루 한 줄,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라도 괜찮다는 태도는 기록을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해도 되겠다’는 여유가 먼저 생겼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쓰기가 생각 정리의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관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정리가 된 다음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명확해져야 문장이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 써야 생각이 정리되고, 써야 감정이 가라앉고, 써야 다음 행동이 보인다는 설명은 기록을 미루던 이유를 정확히 짚어냈다. 쓰지 않아서 막혔던 것이지,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남았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습관을 성과로 연결시키려는 조급함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습관을 성공과 연결시키지만, 이 책은 습관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다룬다. 쓰는 습관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나의 하루를 인식하는 방법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그 덕분에 기록이 자기 점검이나 자기 관리의 수단이 아니라,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기록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특별한 날에만 쓰려고 했던 태도, 의미 있는 생각이 떠올라야 적어야 한다고 여겼던 기준, 꾸준히 하지 못하면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완벽주의까지. 이 책은 그런 태도들이 어떻게 습관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조용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아주 작고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오늘의 감정 한 줄, 지금 떠오른 생각 한 문장, 혹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메모 하나라도 충분하다는 제안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고 나서 삶이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는 있다. 쓰지 못한 날을 자책하지 않게 되었고, 써야 할 이유를 과장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와 연결되어 있기 위한 행위라는 감각이 생겼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습관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으로는 충분했다.


이 책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보다, 쓰는 일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기록을 시작하고 싶지만 부담 때문에 미뤄온 사람, 다이어리나 노트를 몇 번이나 포기해 본 사람, 혹은 자기계발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목표를 낮추고, 기대를 줄이고, 대신 오늘의 한 줄을 남기자는 제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작은 습관은 작아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쓰는 행위로 증명해 보라고 말한다. 거창한 변화보다, 오늘 적은 한 문장이 내일을 조금 덜 낯설게 만든다는 믿음.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그 믿음을 다시 손에 쥐게 해 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민주주의 다시 보기 - 민주주의를 마주하는 시선
김광민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K-민주주의’라는 말이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촛불, 시민의식, 빠른 정권 교체, 세계가 주목한 민주주의라는 수식어들은 익숙했지만, 그 말들이 정말 우리의 민주주의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처럼 반복되는 서사 뒤에 무엇이 가려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성급하게 긍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K-민주주의 다시 보기』는 한국 민주주의를 부정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잘해왔다’는 평가에 안주하기보다, 그 평가가 놓치고 있는 균열과 공백을 차분히 드러낸다. 읽으면서 느낀 인상은 비판이라기보다 점검에 가까웠다. 민주주의를 하나의 성취로 박제하는 순간,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게 된다는 경고처럼 읽혔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민주주의를 제도나 사건 중심으로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정권 교체, 헌법 질서 같은 익숙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곧바로 질문은 시민의 삶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정말 정치의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들은 정치 뉴스보다 일상의 감정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참여’라는 말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우리는 참여를 많이 할수록 민주주의가 건강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참여의 양보다 참여의 질을 묻는다. 형식적인 공청회,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의견 수렴, 책임 없는 참여의 확산이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은 꽤 날카롭게 다가왔다. 참여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경험이 쌓일수록, 시민은 점점 정치에서 멀어진다는 설명은 현실적인 설득력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올랐던 건 ‘대표’라는 개념이었다. 우리는 대표를 뽑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대표성과 책임성 사이의 간극을 반복해서 짚는다. 대표는 존재하지만, 그 대표가 시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응답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점,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민주주의는 이미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책 전반에 흐른다.


『K-민주주의 다시 보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도 분명히 인정한다. 시민의 조직화 경험, 위기 상황에서의 집단적 대응, 정치적 감수성의 빠른 확산은 분명 의미 있는 성취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성취를 ‘특별함’으로만 소비하지 말자고 말한다. 특별하다고 믿는 순간, 문제를 보지 않게 되고, 문제를 보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서서히 형식만 남게 된다는 경고는 꽤 묵직하게 남는다.


읽고 나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민주주의를 제도가 잘 굴러가는지의 문제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가 시민으로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민주주의는 뉴스 속에서 평가받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체감되는 경험이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말할 수 있는지, 요구할 수 있는지, 바뀔 가능성을 믿을 수 있는지, 그 모든 감각이 민주주의의 일부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이 책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책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왜 참여해도 허무함이 남는지, 그 이유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K-민주주의 다시 보기』는 한국 민주주의를 낮춰보는 책이 아니라, 쉽게 자랑하지 않기 위해 더 진지하게 바라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민주주의를 이미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보다,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이 책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더 많은 생각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고만 있는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은 책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 - 40년 의사소통 전문가의 실전 질문법
나카타 도요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건, 대화가 자주 막히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분명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서,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던진 질문인데 대화의 공기가 갑자기 딱딱해지거나 상대가 방어적으로 변하는 경험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질문했을 뿐인데, 왜 대화는 자꾸 어긋나는 걸까.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그 오랜 의문에 가장 구체적인 언어로 답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왜?”라는 질문을 다시 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왜?”를 가장 합리적인 질문이라고 믿는다. 이유를 묻는 질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 문제 해결의 출발점 같은 질문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질문이 실제 대화에서는 얼마나 쉽게 비난과 평가로 들릴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읽다 보니 “왜 그랬어?”라는 말이 사실은 “그건 잘못됐어” 혹은 “설명해 봐”라는 압박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왜?’라는 질문을 금지해야 할 대상으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 책은 질문을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꾸자고 말한다. 상대의 내면을 추궁하는 질문이 아니라, 지금 드러난 사실과 상황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관계를 훨씬 안전하게 만든다는 설명은 읽을수록 설득력이 있었다. 질문 하나가 상대를 열게도 하고 닫히게도 한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대화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질문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종종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는 말로 질문의 상처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 책은 소통에서 중요한 건 의도가 아니라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관계를 형성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상대에게는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질문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던진 질문들이 사실은 내 기준과 기대를 먼저 깔아 둔 질문이 아니었는지,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을 듣기보다는 설명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그 과정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질문을 바꿀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대화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서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이 책은 화술을 늘려주기보다 태도를 바꾸는 책에 가깝다.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드는 질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렇게 말하면 된다”라는 정답보다 “이렇게 묻고 있었구나”라는 자각이 더 많이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 대화가 갑자기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기 전, 아주 짧은 멈춤이 생겼다. 이 질문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질문인가, 아니면 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인가. 그 한 번의 점검만으로도 대화의 결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이 책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오해를 경험하는 사람, 특히 ‘나는 소통하려고 하는데 왜 자꾸 갈등이 생길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왜?라고 묻지 않는 소통의 질문력』은 대화를 더 잘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질문을 덜 상처 주게 하기 위한 책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관계에서는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읽고 나서 오래도록 곱씹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버블이 온다 -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가?
아르빈드 나라야난.사야시 카푸르 지음, 강미경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AI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고, 그 대부분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막연한 불안만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생산성 혁명, 일자리 대체, 인간의 종말 같은 극단적인 표현들 속에서 정작 내가 알고 싶었던 건 하나였다. 지금 이 흐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가. 『AI 버블이 온다』는 그 질문에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책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 기대에 가까웠다.


이 책은 AI를 부정하지 않는다. 동시에 과도하게 찬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투기적이고 감정적인지, 그리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과장과 오해가 섞여 있는지를 차분하게 해부한다. 읽는 내내 느꼈던 인상은 “AI가 위험하다”가 아니라,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AI 버블’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기술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버블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기대와 투자, 담론이 현실을 앞질러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과거의 IT 버블, 닷컴 버블처럼 기술은 분명 유효했지만, 그것을 둘러싼 상상과 욕망이 먼저 폭주했다는 역사적 맥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덕분에 AI를 완전히 새로운 괴물처럼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은 현실적인 좌표로 돌아오게 됐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AI의 한계를 숨기지 않는 태도였다. 우리는 종종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하지만, 저자는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과 자동화에는 강하지만, 맥락을 이해하고 책임을 지는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짚는다. 이 부분을 읽으며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 또렷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질문은 “나는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였다. 단순히 편리함을 소비하는 입장인지, 아니면 이 변화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입장인지. 이 책은 독자에게 기술을 따라잡으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을 둘러싼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추라고 말한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책을 덮고 나서야 실감하게 됐다.


또한 이 책은 AI 시대의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감정임을 짚어준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기술서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읽는 책에 가깝다. AI를 둘러싼 담론이 왜 특정 집단에게는 기회로, 또 다른 집단에게는 위협으로 작동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AI 버블이 온다』를 읽고 나서 AI가 덜 무서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해진 건 있다. 막연히 기대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 건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선택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점이다. 이 책은 AI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직접 알려주기보다,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AI 이야기가 넘쳐나는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은 어쩌면 이런 책일지도 모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과장을 걷어내고, 질문을 되돌려주는 책. 기술의 미래를 예언하기보다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 AI를 공부해야겠다고 느끼는 사람뿐 아니라, AI 담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 - 외로움과 우정, 사이의 철학
엄성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설명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으면 괜찮은 척하지만 어느 순간 깊은 외로움이 밀려오고,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보다 먼저 피로가 앞서는 상태. 그 감정이 너무 정확해서, 이 책은 선택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손에 잡힌 책에 가까웠다. 관계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기에, 이 책이 그 질문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 같았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기술이나 처세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가 왜 관계 앞에서 늘 흔들리는지, 왜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나간다. 읽는 내내 “맞다”라는 말보다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그동안 관계에서 느껴왔던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이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외로움에 대한 시선이었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스스로를 약한 사람으로 규정하거나, 더 강해져야 한다고 다그친다. 하지만 이 책은 외로움을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인간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신호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원하고, 연결을 갈망하는 마음은 결핍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외로움을 참고 버텨온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있는데도 괴로운 이유에 대한 설명 역시 마음에 깊이 남았다. 관계가 힘들 때 우리는 흔히 상대를 떠올린다. 상대의 말투, 성격, 태도, 혹은 상황을 탓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관계 안에서 얼마나 나를 지우고 있었는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었는가. 그 질문 앞에서 관계의 피로가 단순히 ‘사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계속해서 뒤로 미뤄왔기 때문에 생긴 감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은 관계를 더 잘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든다.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고, 더 이해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가 나의 선인지,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좋은 관계란 더 애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문장은 관계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읽고 나서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관계를 끊거나 버티는 선택지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어떻게 두고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지나치게 괴롭지 않은 상태는 어쩌면 완벽한 관계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간관계로 지쳐 있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나는 지금 외로운가, 아니면 지친 것인가. 혹은 외로움과 피로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질문을 마주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상태에서,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