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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 - 외로움과 우정, 사이의 철학
엄성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설명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으면 괜찮은 척하지만 어느 순간 깊은 외로움이 밀려오고,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보다 먼저 피로가 앞서는 상태. 그 감정이 너무 정확해서, 이 책은 선택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손에 잡힌 책에 가까웠다. 관계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기에, 이 책이 그 질문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 같았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기술이나 처세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가 왜 관계 앞에서 늘 흔들리는지, 왜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나간다. 읽는 내내 “맞다”라는 말보다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그동안 관계에서 느껴왔던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이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외로움에 대한 시선이었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스스로를 약한 사람으로 규정하거나, 더 강해져야 한다고 다그친다. 하지만 이 책은 외로움을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인간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신호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원하고, 연결을 갈망하는 마음은 결핍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외로움을 참고 버텨온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있는데도 괴로운 이유에 대한 설명 역시 마음에 깊이 남았다. 관계가 힘들 때 우리는 흔히 상대를 떠올린다. 상대의 말투, 성격, 태도, 혹은 상황을 탓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관계 안에서 얼마나 나를 지우고 있었는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었는가. 그 질문 앞에서 관계의 피로가 단순히 ‘사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계속해서 뒤로 미뤄왔기 때문에 생긴 감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은 관계를 더 잘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든다.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고, 더 이해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가 나의 선인지,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좋은 관계란 더 애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문장은 관계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읽고 나서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관계를 끊거나 버티는 선택지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어떻게 두고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지나치게 괴롭지 않은 상태는 어쩌면 완벽한 관계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간관계로 지쳐 있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나는 지금 외로운가, 아니면 지친 것인가. 혹은 외로움과 피로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질문을 마주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상태에서,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