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갈 길에는 주유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기름이 거의 떨어져가는데다음 주유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_김승희,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중에서;
시곗바늘은 12시부터 6시까지는 우파로 돌다가6시부터 12시까지는 좌파로 돈다미친 사람 빼고시계가 좌파라고, 우파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아무리 바빠도 벽에 걸린 시계 한번 보고 나서 말해라._‘좌파/우파/허파‘ 중에서, 28쪽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라고 하면 뒷걸음쳐지는 상대도 있다. 그러나 제한된 장소에서 일시적인 관계만 맺을 ‘방문객‘이라면, 좋게 볼 자질을 하나둘쯤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깊숙이 들어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퓸에 배우나오기 때문이다. (27쪽)
그녀는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침묵이, 그 고독이 무서웠다. 어머니는 살아서 고독했고 죽은 뒤에도 고독했다. 어머니를 그런 무서운 고독 속에 살게 만든 건 시대였다. 하지만 단 한 점 혈육이었던 자신도 어머니에게 적대적이던 그 시대에 가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5쪽)
떠난 당신을 위해 세상의 모든 꽃들, 해와 달과 별과 나무들이 사계절을 다하여 늘 제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안다._시인의 말, 5쪽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괜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어 김지영씨는 그냥 눈을 감이버렸다. (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