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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이경훈 지음 / 푸른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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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아름다움이란 녹지나 공원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러니 걷기 힘든 거리로 이루어진 도시는 애초부터 도시가 아닌 것이다. -32쪽

한국의 도시, 특히 서울이 도시성을 갖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까닭은 상업적 건축을 배격하는 근엄하고 엉뚱한 체면과 현실적이지 않은 청렴 의식 때문이다. -55쪽

쇼핑몰은 도시를 모방하고 있다. 거리와 상점을 흉내 내서 만든 작은 가상 도시이지만, 사실은 가장 반도시적인 건축이다. 주차장을 완비한 쇼핑몰은 주변의 거리를 죽게 하고, 결국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아파트와 쇼핑몰만 살아남게 되고 그 사이를 자동차로 움직이는 동안 거리와 상점들은 걷는 문화와 함께 사라진다-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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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 오늘날 일본가족의 재구조화 아이아 총서 101
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장화경 옮김 / 그린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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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서는 일본사회 가족구조의 재구조화에 대한 원인과 대응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담고 있다. 일본사회는 한국사회보다 10년 빠르게 변화한다는 속설을 반영하는 듯이 1999년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2010년 한국에서 번역되어 한국사회를 그대로 투영하는 듯하다.

 

저자는 현재 일본 가족구조가 경제와 감정이 결합하는 근대적 사회에서 경제와 감정이 재분리하여 부부의 애정만으로 성립되는 포스트모던한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한다. 가족 영역에 자유주의가 도입되고 개인 감정 표현이 자유화되면서 부부관계는 더 이상 안정적이고 견고한 것이 아니라 가장 불확실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이유로 애정이 없음에도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가정 내 이혼과 같은 형태는 점차 줄게 되고 애정에 의한 파트너의 선택 및 교체 가능성은 증가하고 있다.

거시적인 맥락에서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고도경제성장형인 남성 종신고용-여성 전업주부모델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한 불황은 미혼화와 만혼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데, 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유를 추구하고 현재의 경제 상태를 유지하려는 미혼자녀를 지칭하는 기생적 싱글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유형은 확대되면서 저출산 추세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맞벌이 가구 증가, 전업주부의 감소 등 가족 역할의 변화는 고령자 개호, 가사, 자녀양육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을 언급하면서 그 하나하나가 가족의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질서를 중시하는 일본가족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는 끊임없는 마찰과 갈등을 예고할 것으로 생각된다. 비단 일본사회를 닮은 한국사회도 이제 가족의 구조조정과 이에 대한 대응책들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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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블링 - 신빈곤 시대의 정치경제학 생태경제학 시리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2월
절판


reproduction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단순재생산’, ‘확대재생산’ ‘재생산 정식’과 같이 ‘재생산’과 연관된 단어가 떠오르는 독자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여러모로 좀 차별과 애로점을 느끼실 것이다. ‘재생산’으로 이해된 reproduction이라는 개념은 ‘시스템의 재생산’이라는 시각에서 시스템 공학 혹은 시스템 다이내믹스에서 여전히 유용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이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뱃심이 좀 있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객관적 현상을 ‘묘사’하는 단어지만, 자신의 직장 상사나 지도교수 중에 조갑제급의 인사가 있다면 어느 날 문득 인사상의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받거나 학위논문 통과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속 연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7-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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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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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매개한다. 우리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돈이 없다면 삶이 고립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불편함 이상이다. 그것은 자유의 박탈이고, 존재의 박탈이다. 돈은 행복이 아니라 자유다.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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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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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 책의 저자가 쓴 88만원 세대를 보고 20대로써 어찌나 큰 쇼크를 먹었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쓰고 알라딘에서 적립금도 두둑히 받고 청년 실업 시대에 글로 먹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쓴 이후로 여전히 20대, 지잡대(지방대보다 이게 더 현실적인 명명인 듯 하다) 출신 여성인 나의 상황은 그닥 변한게 없는 듯 하다. 우석훈 선생님 말대로 이렇게 인터넷이나 블로그 상에서 단편적인 글을 쓰느니 김현진 님처럼 책 한권씩 척척 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지잡대 출신 20대에게 출판사의 문은 바늘구멍 같다고 한다면 끝장 세대의 넉두리일까?  

 88만원 세대가 나온 이후로  한국사회에서 세대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큰 쟁점으로 타올랐다. 한편으로는 20대에 대한 동정론이 경향신문 등의 연재기사를 통해 확산되었고, 보수진영에서도 386세대를 비판하는 강력한 무기로 이러한 세대불평등론을 역이용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논쟁이 계급문제나 세대 내 불평등 문제를 간과한다는 비판이 사회학 연구들에서 등장했다(학술지 {경제와 사회}를 참조하길).  

또한 그 사이에 촛불세대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 촛불소녀를 화두로 한 10대를 변혁 세대로,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 20대를 끝장 세대(이 책의 저자의 명명이기도 하다)로 분류하며 88만원 세대 안에서 또 다른 분리를 발견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러한 길고 긴 논쟁의 지점을 거쳐 등장한 책이 이 책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고 해야 맞을 듯 하다. 이 책은 오히려 보수진영에 의해 자신의 논리가 역 이용당하는 측면에 대해서 해명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대불평등에 대한 '단순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은 학술적인 글이 아니지만, 그동안의 학계의 논의의 중심에 있는 저자가 쓴 책으로서, 이 책은 미완성된 느낌을 준다.

책의 뒷편에 실린 20대의 글들은 20대들이 단지 말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며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체제와 협상하는 존재들이며 더 나아가 삶의 '기회'를 엿보는 존재들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가 20대들을 관찰하고 느낀 결론과 모순된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세대로 20대를 꼽으면서 이들을 체제에 더욱 옴짝달싹 못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20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당사자 운동을 제기한다. 20대 스스로 들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 제기하는 것은 편의점 알바 노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일본의 프리터처럼 하나의 직업으로 편의점 알바가 굳어졌을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알바는 알바일 뿐인데, 이걸 평생 직업인양 목숨걸고 싸우라고 했을때 20대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대불평등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그 해법 역시 전 세대의 도움과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저자의 당사자운동은 고립된 20대를 더욱 세대 내 경쟁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너무나 급하게 쓰여진 느낌이다. 88만원 세대가 나왔을 때보다 현재의 논의는 더 다층적이다. 이러한 논의를 수렴하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해서 이 책이 나왔다면 본편에서 조장한 '공포'는 줄어들고 조용한 '혁명'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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