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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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 책의 저자가 쓴 88만원 세대를 보고 20대로써 어찌나 큰 쇼크를 먹었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쓰고 알라딘에서 적립금도 두둑히 받고 청년 실업 시대에 글로 먹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쓴 이후로 여전히 20대, 지잡대(지방대보다 이게 더 현실적인 명명인 듯 하다) 출신 여성인 나의 상황은 그닥 변한게 없는 듯 하다. 우석훈 선생님 말대로 이렇게 인터넷이나 블로그 상에서 단편적인 글을 쓰느니 김현진 님처럼 책 한권씩 척척 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지잡대 출신 20대에게 출판사의 문은 바늘구멍 같다고 한다면 끝장 세대의 넉두리일까?  

 88만원 세대가 나온 이후로  한국사회에서 세대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큰 쟁점으로 타올랐다. 한편으로는 20대에 대한 동정론이 경향신문 등의 연재기사를 통해 확산되었고, 보수진영에서도 386세대를 비판하는 강력한 무기로 이러한 세대불평등론을 역이용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논쟁이 계급문제나 세대 내 불평등 문제를 간과한다는 비판이 사회학 연구들에서 등장했다(학술지 {경제와 사회}를 참조하길).  

또한 그 사이에 촛불세대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 촛불소녀를 화두로 한 10대를 변혁 세대로,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 20대를 끝장 세대(이 책의 저자의 명명이기도 하다)로 분류하며 88만원 세대 안에서 또 다른 분리를 발견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러한 길고 긴 논쟁의 지점을 거쳐 등장한 책이 이 책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고 해야 맞을 듯 하다. 이 책은 오히려 보수진영에 의해 자신의 논리가 역 이용당하는 측면에 대해서 해명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대불평등에 대한 '단순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은 학술적인 글이 아니지만, 그동안의 학계의 논의의 중심에 있는 저자가 쓴 책으로서, 이 책은 미완성된 느낌을 준다.

책의 뒷편에 실린 20대의 글들은 20대들이 단지 말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며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체제와 협상하는 존재들이며 더 나아가 삶의 '기회'를 엿보는 존재들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가 20대들을 관찰하고 느낀 결론과 모순된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세대로 20대를 꼽으면서 이들을 체제에 더욱 옴짝달싹 못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20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당사자 운동을 제기한다. 20대 스스로 들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 제기하는 것은 편의점 알바 노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일본의 프리터처럼 하나의 직업으로 편의점 알바가 굳어졌을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알바는 알바일 뿐인데, 이걸 평생 직업인양 목숨걸고 싸우라고 했을때 20대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대불평등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그 해법 역시 전 세대의 도움과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저자의 당사자운동은 고립된 20대를 더욱 세대 내 경쟁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너무나 급하게 쓰여진 느낌이다. 88만원 세대가 나왔을 때보다 현재의 논의는 더 다층적이다. 이러한 논의를 수렴하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해서 이 책이 나왔다면 본편에서 조장한 '공포'는 줄어들고 조용한 '혁명'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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