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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산책 기행 -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절망을 이겨낸 다산의 길을 권하다
백제나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평점 :
어느 책이든 배경과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내용의 확장을 가져오기도 하고,
울타리 안에 가두어 제한하기도 합니다.
특히 동·서양 고전을 대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이기도, 유의해야 할 까닭이기도합니다.
또한 고전의 한 문장이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는 것은
저자의 배경과 의도보다 독자의 그것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다산 산책 기행》은 ‘안심할 수 있는(?) 책’이라 판단했습니다.
역사 전공자이자 유물·사적 관련 경력자가
독자이자 저자로 다산의 삶과 사상, 그리고 저서에 대한 해설을 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인문적 성찰로 안내하는 ‘등대’ 같은 책이라 여겼습니다.
그럼에도 ‘산책’과 ‘기행’이란 말은 고전과 옛 것에 대한 중압감(重壓感)을 덜어줍니다.
본문은 남양주 지역 다산과 직·간접적 관련 있고 의미를 지닌 장소를 산책합니다.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순서를 따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순서와 보폭(?)을 고려해야 할 이유입니다.
출발은 다산 유적 근처 ‘능내역’에서 합니다.
더 이상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폐역’, 즉 잊혀지고, 외면당하는 ‘끝’의 장소입니다.
긴 유배를 끝내고 강진에서 돌아온 다산과 그 가족을 닮았습니다.
‘끝에 이른 듯한’ 개인 다산만이 아닌 가문이 당한 ‘폐족(廢族)’이라는 차가운 낙인과 시선,
태어나 자란 곳이지만 마주하고 책임져야하는 무거운 현실을 다산은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질문하며 산책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도착지는 ‘여유당(與猶堂)’인데요.
저자는 ‘신중하고 조심하는 태도’를 뜻하는
‘여유(與猶)’를 실천하고 지속하겠다는 ‘선언’이 담긴 장소라 설명합니다.
이는 ‘험난한 세파를 겪고 난 후, 남은 생에 대한 성찰의 결과’인데요.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토대로 ‘실학(實學)’의 근거를 마련한 것을 말합니다.
그 완성을 보여 준 것이 바로 『목민심서』,인데,
이 책의 내용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그 자체라고 강조해 안내합니다.
즉 ‘여유의 결실이 『목민심서』였음을 알게 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수신’의 본질을 일깨우고,
생을 마치는 순간 ‘충분했다’ 말할 수 있는 성찰로 독자를 이끕니다.
두 번째 ‘여유당 사랑채(다산의 서재)’를 살핍니다.
이 작은 방에서 다산은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대업을 달성합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을 살피고, 글을 쓰며 생각을 벼렸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학문을 체계화한 곳입니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지식 경영’이란 말로 정리합니다.
더불어 공부의 진정한 목적은 ‘자기 경영’에 있음을 말하며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그 시작점이고,
“삶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실학:實學)”이 다산이 지향하는 바였음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서재’ 혹은 ‘배움’에 대해 반성하며
‘진짜 공부’에 대한 답을 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세 번째는 ‘묘역’을 둘러봅니다.
특히 다산이 자신의 죽음을 위해 미리 쓴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과 표지석을 해설합니다.
자찬묘지명은 자신의 삶을 회고, 반성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특히 억울했던 형벌의 진상을 기록해
자신의 삶이 왜곡됨을 막으려는 “진실의 목소리”가 담겼다고 합니다.
표지석에는 ‘스스로를 살피는 태도’를 강조한
『논어』의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이 새겨져있고,
그 결정체가 바로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라 연결 짓습니다.
이는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했던 꾸준한 성찰이 쌓이고 쌓여 응축된 결과물”이라 설명합니다.
저자는 우리 시대가 본받아야할 덕목이라 힘주어 말합니다.
네 번째 ‘다산 기념관’에 들립니다.
저자는 이곳이
“한 인간의 정치적 실패가 빚어낸 역설적인 성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라고 말을 시작합니다.
그의 방대한 저작들을 마치 “증거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제도 정비와 개혁을 위한 설계도, 『경세유표』,
어린 아이들에게 치명적이었던 홍역 치료법이 담긴 『마과회통』,
공정한 형벌 집행을 위한 형법서이자 법의학서 『흠흠신서』를 비중을 두고 설명하는데요.
저자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학문 분야를 두루 다룬 다산의 저작들이 지닌 ‘혜안’은
이 시대의 ‘통섭’을 앞서 보여줬다고 강조하면서,
그 출발점은 현실, 특히 백성이었음을 주지시킵니다.
다섯 번째는 ‘실학박물관’을 방문합니다.
다산은 ‘봉우리’였으며 실학파는 ‘산맥’이라 말하며,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견지한 그들의 ‘지적토대’를 설명합니다.
즉, 그들은 백성들이 처한 ‘불편함’ 혹은 ‘곤궁함’의 해결책을
출발점이자 목표로 삼았던 이들이라 말합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정확성과 휴대를 고려한 실용성,
실학의 원조(?)로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그들의 출발점은 바로 ‘애민(愛民)’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더불어 서구의 계몽주의와 비교하여 시대를 읽어내지 못한
당시 사대부와 기득권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려는 실천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여섯 번째, ‘다산 생태공원’에서 북한강을 바라봅니다.
저자는 이 시대 문제 중 ‘기후 위기’와 ‘내면의 삭막함’을 주목해야할 ‘경고음’이라 말하며,
이 시대가 ‘멈춤’의 상태에 있다고 정의합니다.
강물과 대비시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지혜,
물의 힘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치수(治水)를 ‘흐름’을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다산의 저서 『대동수경』은 이런 통찰이 담긴 저서라 덧붙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공존’과 ‘공생’해야 하며,
이는 다산이 평생 꿈이었던 ‘대동(大同)’ 세상을 위한 길이라 설명합니다.
이 시대 공동체가 가야할 길을 비춰줍니다.
마지막 장소는 다시 ‘능내역’입니다.
마지막이자 출발, 즉 새 세계를 위한 ‘문’앞에 섭니다.
부인의 헤진 치마(古)가 자녀를 위한 서신(新)으로,
폐역이 새로운 휴식과 소통의 장소로 변형된 모습을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설명합니다.
즉,
“옛 것을 본뜨거나 낡은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옛 것에 담긴 본질적인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깊이 헤아려,
새로운 쓰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창조적 행위”가 그것입니다.
저자의 ‘산책 기행 마무리’이자 저술 의도로 보였습니다.
마음속에서 감사와 감탄의 ‘박수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나아가 고전과 유적을 포함한 과거를 대하는 현재의 자세를 일깨웁니다.
《다산 산책 기행》은
혼자도 좋지만 가까운 이들과 함께 읽고,
나들이로, 산책으로 삼기에 “매우 적합하겠다.” 생각했습니다.
해설서, 프로그램 자체, 워크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이 책을 손에 들고 ‘산책 기행’을 하는 것은 어떨까합니다.
다산에 대한 진지한 공부 전, ‘첫 걸음’으로 손색이 없다는 추천도 함께 합니다.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이 글은 운 좋게 책을 제공받아
별이 되어 만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했던 다산 유적지 방문을 떠올리며,
아쉽고, 미안하지만 행복했던 마음도 담아 썼습니다.
글 때문에 야단맞았던 뜨끔했던 상처가 아닌 추억도 함께.
곁에 있었으면, “또?”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