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머니스트입니다
그렉 앱스타인 지음, 김진건.제임스 김 옮김 / 책과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09년 미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영어원서의 제목은 

『Good Without God: What a Billion Nonreligious People Do Believe』입니다.

‘신(神)없이 선(善)할 수 있다:10억 명의 비종교인이 믿는 삶의 가치’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말 제목 『나는 휴머니스트입니다: 하버드 교목의 선언』은 

책 내용과 한국 상황을 반영하여 조금은 ‘도발적인’ 느낌의 원 제목을 

요약·완화해 출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추정입니다.


저자는 하버드 대학 유대교 담당 종교 지도자(Chaplain)입니다.

본문에 자주 등장하고, 

저자가 칭송하는 ‘유대교 인본주의’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본문 전체에서 다루는 내용은 ‘유대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철학, 문학, 예술, 종교, 진화생물학, 유·불교외에도 

심리학, 사회학 등의 학문 분야를 넘나듭니다.

주된 내용은 ‘기성 종교의 한계를 넘어선’ 

‘인본주의’에 대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굳이 분류해보자면,

종교 사회학과 윤리학의 문제를 심도 있고 진지하게 

그리고 열정적인 문체로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엡스타인은 자신의 책을 인간이 신없이도 선(善)할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 ‘진정한’, ‘올바른’, ‘참된’ 삶을 살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고 소개합니다.

그런 질문은 ‘답할 필요조차 없고’,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책이 인간은 왜 신없이 선하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가?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미국을 축복하신다’라는 ‘믿음으로 충만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출간 당시 큰 주목과 혹독한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가진 목표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과 ‘논쟁’에 치우치거나 멈추는데 있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설득력있게’ 그리스도교로 대표되는 

기성 종교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줍니다.


즉, 자신들의 교리와 가르침을 고수하기 위해 비판이나 도전에 답해야 했던

‘머리 중심’의 과거 모습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난’, ‘발이 아름다운’ 

실천 중심,무엇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데아I(dea)’, ‘절대 선’, ‘가능태와 현실태’, ‘행복’ 등의 목표를 추구하는 삶.

타 민족과 전쟁하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우리 민족을 우선적으로 사랑하고 돌보는 ‘유일하고 우월한 신’


위 개념과 사상들은 서양 철학과 그리스도교로 대표되는 서양 문명이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근본 혹은 원천으로 삼은 것들인데요.


저자는 이로 인해

서구 사회가 역사적·학문적으로 갈등과 분열, 전쟁 등 

아픔과 피해를 겪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스피노자와 같은 여타의 철학자들과 동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근거로

‘삶 자체’, ‘생존(살아있음)자체’가 의미 있고 가치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나아가 ‘의미와 가치의 발견’ 만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말이지요.


그래서 저자는 ‘천국’, ‘신 존재 증명’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 

‘인간’에게 집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인간’에 대한 논의가 곧 ‘신’에 관한 논의라는 암시를 합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각 꼭지에서 주제와 관련하여 

휴머니즘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사실, 그 내용은 정의를 넘어 인간으로서 진정한 삶을 살기위한 방법론,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 말미에 포함된 선언문은 이 내용을 단문 형식으로 요약 정리합니다.


‘해야 한다거나’, ‘우리는 그렇다’는 식의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본주의적 삶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실천 원리 혹은 지침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구약의 십계명을 새롭게 이해하는 것을 통해 답을 합니다.

이는 목회자들의 강해 혹은 설교가 아닌

‘인간으로서 마땅히 인정하고 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윤리적 황금률’을 보편 원리로 제시합니다.

거부감 없이 수긍하게 되고, 

구약의 십계명에 대한 더 나은 이해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이어 종교가 아닌 인본주의에 따른 삶에 있어 기도와 예식은 필요한가? 

의문을 제기하며 ‘대화’, ‘자기 확신 혹은 암시’와 같은 

내용의 기도를 제안하고,

마술적 요소가 생략된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형태의 예식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제시하며 질문에 답합니다. 


특히 장례 시 유족들과 대화, 예식의 본질에 대한 설명은 

죽음과 이별, 슬픔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끕니다.


저자는 위와 같은 인본주의적 사고와 실천은 

공동체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모델을 위해 인본주의 공동체의 역사를 돌아보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랑스럽고, 포장된 결실만이 아닌 

어둡고 부끄러운 결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실에서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한국 상황을 성찰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겠다고 여겼습니다.


이 책이 한자문화권과 달리

‘속함’, ‘울타리’, ‘범위’ 등의 서양 언어의 어원적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실행하고 있는 기성 종교(宗敎, Religion)에 큰 울림이 되길 바랍니다.

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저자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열정과 확신에 찬 초대’에 

응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족(蛇足):

번역과 관련해서 완전한 번역은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만,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깜냥 문제와 공간의 제약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려 합니다.


챗GPT와 중고 원서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저자의 주장과 설명,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책이 다룬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 

쉽지 않은 번역이라는 개인적인 이해와 공감은 합니다.

애쓰신 역자들의 노고에 ‘현란한 칼질(?)’로 ‘기스(?)’를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묻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왜 번역하고, 출판한 것일까?’, ‘대상으로 삼은 독자는 누구일까?’,

또한 ‘신없이 선하게 살고 싶은 한국 사람들이’ 

‘챗GPT와 원서없이 이 책을 읽을 수 없나?’입니다.


짧은 기간 번역과 교정교열을 했던 이의 건방진(?) 말이라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다소 솔직하지 않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