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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
비탈리 카스넬슨 지음, 함희영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3월
평점 :
저자, 비탈리 카스넬슨(Vitaliy N. Katsenelson)은 현재 미국 투자 전문회사 IMA의 CEO인데요.
가치투자를 다룬 내용인 『적극적 가치투자』, 『횡보하는 증시에 관한 작은 책』을 통해
‘새로운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이전과 다른 형식과 내용입니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저자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솔직하게 담겨있습니다.
즉 유대인이자 구 소련체제를 살았던 러시아인, 미국 이주자,
원가정의 아들이면서 새 가족의 가장·남편·아빠, 투자자이자 투자회사 CEO,
금융시장 및 주식 분석가, 작가, 스토아 철학 추종자·실천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Soul in the Game’이란 원 제목은
책 내용이 ‘단순 수기 혹은 에세이’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게임으로 상징화된 삶을 ‘영혼을 담아 혹은 진심을 다해’ 대하는
‘진솔한’ 마음과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창조적’, ‘의미로 채워진(meanigful)’ 삶을 위한 성찰과 제안이 담겨있습니다.
스토아철학을 성찰과 해결의 기준으로 삼아 풀어나가는 내용이 흥미와 깊이를 더해줍니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탁월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감동과 깨달음이 담긴,
하지만 아름다운 시적 표현은 적고, 분량이 적지 않은 ‘에세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책은 ‘해결책’과 ‘금기’로 가득한 여타의 자기 계발서
혹은 ‘대박’과 ‘수익’에 집중된 투자 관련 서적과 구분됩니다.
저자는 책을 ‘곁에 두고 천천히 조금씩 읽으며 곱씹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스토리’에 이끌려 금세 읽어버리게 하는
‘재미’와 더불어 ‘지적 자극’까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이 인용한 철학자들과 유명 인사들의 명언과 사례들은
저자의 부탁이 억지가 아님을 인정하게 합니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장은 논리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거나 흐름상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전체 내용을 ‘이야기’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8살에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유대인으로서 구소련 체제에서 살았던 삶,
이주 후 미국에서 보낸 학창시절과 결혼 전 생활,
결혼 후 아내·3명의 자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직장이라는 조직생활과 동료들, 투자 사례들.
저자의 글쓰기 방법론,
저자가 선호하기에 부록처럼 포함된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들.
이상을 보면,
내용이 특별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각 이야기들을 바라보고, 성찰하며, 실천 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은
‘평범(平凡)’에 깃든 ‘비범(非凡)’이 무엇이고,
이를 발견하는 법과 실천하고 싶은 마음과 생각(Soul)을 자극합니다.
이는 책의 흐름 근저에 깔린 저자의 스토아 철학적 이해와 실천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통제 가능한 것은 ‘내적 요소’뿐이기에 통제 불가능한 ‘외적 요소’를 구분 짓고,
내적 요소에 집중하는 ‘통제이분법’,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고 ‘시각화’ 해봄으로써
미래에 닥칠 불행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래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부정적 시각화’,
죽음을 통해 언젠가 우리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을 소중하게 사는 것 등입니다.
이외에도 스토아철학의 주요 가르침들을 주제별로 구분하여 쉽게,
간결하면서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론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철학자들의 사상을 설명하거나 말을 인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있었던 일, 특히 투자 사례에 적용하여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는 모습은
철학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넘어 ’철학을 하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는 저자가 스토아 철학을 ‘학문적인 활동이 아니라 실천적인 삶’,
‘실제 삶을 위한 운영 시스템이며 실천이 요구되는 생활 방식’으로
그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본문의 한 꼭지는 친절하게도 스토아 철학 입문자를 위한 도서를 소개합니다.
확인해보니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자의 짧지만 명확한 소개는 이어지는 독서와 공부, 책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몇 개의 꼭지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설명하는데요.
‘영감(inspiration)이 생기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영감을 얻는다’는 말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구체적 실천 지침도 제시되어 있어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도
글쓰기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본문의 마지막 꼭지는 책의 결론으로 보입니다.
즉, 창조적이고 의미로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실천을 습관화하는 것을 통해
‘예술’을 ‘기술’이 되도록 해야 하며,
그런 기술을 실천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위한 Soul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정리한 생각들을 모아 놓은 것 뿐’인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불꽃’이 필요한지 깨닫길 바라고,
삶을 만끽하며 풍요롭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초대에 선택과 동참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기법이나 기존의 투자 철학서에 식상함을 느끼시고
새롭게 혹은 조금 더 깊이 있는 투자자 철학과 삶의 태도를 추구하시는 분,
스토아 철학을 실제 생활 속에 실천하는 구체적 사례에 관심이 있는 분,
전문 작가는 아닐지라도 글쓰기를 하고 계시고,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정리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