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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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내에서 노자 사상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장자(莊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자 전문가입니다.

책은 독자들이 장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바로 잡고, 올바른 이해를 통해 

‘두터운 실력’으로 ‘율동감’있게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대중을 상대로 행한 19개 강의를 정리한 것이어서 

지나치게 학술적이지 않고, 장자 본문 형식과 유사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도전’해 볼만한 이유입니다.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플라톤, 헤르만헤세, 푸코 등), 

유교, 노자 철학과 비교한 설명이 간혹 등장합니다. 

이는 장자 철학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보편성, 나아가 저자의 지적 연구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더불어 대중에게 익숙한 현실문제(정치, 리더십, 자녀교육 등)를 연결한 설명도 이어지는데요. 

이는 철학 이론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넘어 ‘철학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전반부는 장자 사상의 배경, 철학사적 의미 그리고 인간 장자에 대한 소개와 서술 방식을 소개합니다. 

이어 후반부는 전반부 내용을 토대로 장자 본문 중 <우언>, <추수>, <소요유>, <제물론>을 해설합니다. 

전반부 내용의 복습이자 활용, 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책 전체 내용 이해에 있어 전반부 내용 이해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여기서는 전반부 주요 내용만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저자는 장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신랄하게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책을 시작합니다. 

책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는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고, 본문 내용에 대한 집중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반적으로 장자는 현실을 초탈하여, 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경지를 누리려 한 사상가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장자는 기술 문명도 부정하고, 더 잘 살아보려고 열심을 내는 적극적인 의지를 

인생 하수들이나 가는 하찮은 태도로 여기며, 문명의 진보를 추구하기 보다는 

원시적 자연성을 더 지키려 한 사상가로 다뤄지곤 한다...


이런 이해는 세계와 삶에 대한 인식의 넓이와 깊이가 충분하지 않고, 

지적으로 게으른데다가 삶의 투지까지 약해져서, 

어쩔 수 없이 삐딱해진 사람들이 갖게 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해다. 


삐딱한 태도로 자신의 비루함을 마치 정의나 순수를 지키는 수난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당화하며 살 것인지,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 

율동감으로 충만한 실력있는 삶을 밝고 환하게 살 것인지 정해야 한다. 

장자는 실력없는 삶을 정당화하는 사상가가 아니었다. 

내내 실력있는 삶을 살다 가라고 독려한다.(5-6쪽)


장자 철학의 배경과 철학사적 의의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중국에서 철학은 춘추시대 말부터 전국시대 초 사이에 생기는데요. 

철기가 산업에 투입된 기원전 5~6세기경입니다. 시초는 공자와 노자, 묵자입니다. 

그들 이후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곳, 즉 ‘지하학궁’이 등장하는데요. 

관자(管子), 순자, 맹자, 법가 등을 거쳐 발전을 거듭한 후 동진시기에 이르러 최고봉에 이르게 되고, 

점차 쇠퇴하여 불교를 수용하게 됩니다. 


이후 도교와 불교는 치열한 이론 투쟁을 거치는데요. 

그 결과로 <장자>, <장자주>, <장자소>로 구성된 장학(莊學)이 등장합니다. 

이는 각 시대의 사상이 ‘종합 통일되어 이루어진 저수지’와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장자 철학의 심오함과 난해함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 장자는 오해와 달리 학문적으로 매우 깊은 경지였고, 식견이 넓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임금의 관직 제의를 여러 차례 거부했는데요. 

이는 자신의 처지에서 느끼는 ‘만족’으로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세상과 무관한 삶이 아닌 세상을 깊이 알고(眞), 

그에 따라 살아가고 있기에(善), 가능한 만족(美-자쾌:自快)이었던 겁니다. 

이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그가 기울였던 치열한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고 저자는 말하는데요.


산을 예로 들며, 낮은 평지에 흙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 ‘두터움(厚)’, ‘함량’, 

‘큰 꿈을 이룬 산’이 되고자 기울이는 ‘노력’의 중요함을 일깨웁니다. 

삶을 대하는 실력이 ‘두터워져야’ 함을 이야기 합니다. ‘높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피해야 할 것은 바로 ‘정해진 마음(成心)’인데요. 

세상이 ‘변화’와 ‘운동’을 겪는 ‘기(氣)’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장자철학 이해를 위한 근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장자는 위와 같은 사상을 개념화하거나 논증 등의 사변이 아닌 이야기(우언:寓言))로 서술합니다. 

이는 배타적 성격의 관념 구조, 평가, 변화보다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에서 ‘근원이나 본바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찰기시:察基始)’하기 위함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개념화하고 분석, 평가, 판단으로는 장자를 이해하기 어렵고 오해할 수 있다고 주의시킵니다.


중국 철학과 장자 철학에 대해 요약과 정리를 필요로 하는 분,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인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랜만에

개인적으로 곁에 두고 가끔 뒤적이며 참고하거나,

곱씹기가 필요한 조건과 성찰들이 충만한 책을 만나 반갑고, 고맙고, 기뻤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지면과 개인적인 능력의 부족으로 ‘보배’ 같은 저자의 성찰과 노력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어설픈 실력으로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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