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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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쌍소는 프랑스인이며, 철학자, 수필가, 사회학자로 살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특히 그의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를 ‘느림의 철학자’라 부를 정도로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저자의 이런 배경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아를 포함해 다양한 ‘타자’들과 관계없이 살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심지어 죽어서도 살아있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밝은 모습으로

혹은 어둡고, 두려운 모습으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수단이 바로 ‘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이를 다룬 매체와 가르침은 인류 역사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현재도 대화의 원리, 기술, 기술, 방법 등에 관한 자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원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현실은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러나 “우리는 대화를 자연스러운 행위라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법을 배워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권태와 무의미한 말들이 섞인 대화는 금세 활기를 잃고, 대화의 질은 빠르게 악화된다.


그래서 대화를 유지하는 기술,

다시 말해서 대화에 생명력과 관대함을 불어넣는 고도의 기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회화 등 다른 모든 예술처럼 대화에도 집중력이 필요하다.

대화를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하찮은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제대로 스키를 타고 싶어서 코치를 구하고 

그에게 돈을, 그것도 큰 금액을 내면서

우리의 인식을 빨리 점검해서 사소하지 않는 실수를 수습하고 예의를 지키며

능숙하게 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62쪽)고 저자는 꼬집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면서도 배움이나 교육의 기회가 없는,

물론 “예쁘게 말해야지”라며 ‘잔소리’ 정도의 어릴 적 배움이 전부인

우리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저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두렵기도 합니다.


저자가 만나고 경험했던 사람들과 사건들, 매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나봅니다.

본문 내용이 수다쟁이, 진지함과 현학적 대화자, 협상, 토론, 정치적 발언,

칼럼들, 문학과 예술작품 등을 다룬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말’을 통한 ‘대화’에 그치지 않고,

 ‘말’과 같은 성격의 매체를 통한 ‘소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스 상황이라 조금은 이해와 적용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보편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럼에도 여타 관련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라”, “~하지 마라”와 같은 경고 섞인 꾸짖음이나 기법 전수의 표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상황과 모습에 대한 묘사, 심리와 철학적 분석이 대부분입니다.


저자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 벌어질 일들에 대해,

즉 ‘눈살을 찌푸리게’, ‘하품 나게’, ‘자리를 떠나거나 피하게’ 등의 표현에 그칩니다.

직설적 혹은 개념적이기 보다 은유적 표현으로 ‘진정한’, ‘성숙한’ 대화가 무엇이며,

그것이 주는 ‘행복’과 ‘기쁨’에 대해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독자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저자의 주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독자는 자신 만의 ‘대화 철학’을 갖게 됩니다.


내용을 읽는 동안 때론 실소하게 되고, 소름이 돋기도 하며,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단숨에’ 읽어버리기보다 담긴 의미가 소중하고 아까워 ‘잠시 멈춰’ 사색하게 됩니다.

‘빠르지’ 않고, ‘느려서’ 좋습니다.


독서를 마치고, 내용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간은 저자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다시 이어가고 싶은 대화였습니다.

이 책을 제 곁에 가까이 두려는 이유입니다.

마치 작고하신 피에를 쌍소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있잖아, 지난 번에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내 기분이000였지. 결국 000생각이 들더라고.’

‘넌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 

‘성숙하고, 진정한 대화가 되려면 이래야 되지 않을까?’

‘네 생각은 어때?’


대화 관련 실용적 혹은 사례 중심의 책들에 식상함, 실망, 죄책감마저 느끼셨던 분,

‘즉각적’, ‘서둘러’ 해결책을 찾고 실천하기보다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처럼

‘산책하듯’, ‘잠시 멈춰 생각하며’, 

‘진정성’ 있고 ‘충만한’ 대화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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