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는 두 눈으로 나를 보자 금세 알아보고는나를 위해 슬퍼하며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소.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가련한 자여, 그대도 내가 햇빛 아래서 참고 견뎠던 것과 같은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구려. - P292
나는 사슴을 배 앞에 던져놓고 전우들에게다가서서 일일이 부드러운 말로 깨웠소. ‘친구들이여! 아무리 괴롭더라도 운명의 날이 오기 전에우리가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러니 자, 그대들은 날랜 배 안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는 한허기에 시달리지 않게 먹는 일을 생각하시오.‘ - P244
가련한 자들이여!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것이오? 키르케의 궁전으로 가려 하다니, 어째서 그대들은 그런 재앙을 열망하는 것이오? 그녀는 우리를 모조리 돼지나 늑대나 사자로 만들어자신의 큰 궁전을 지키도록 강요할 거요. 마치 퀴클롭스가 자신의 동굴에 들어간 우리 전우들을 가두어버렸듯이 말이오. 그때도 저 무모한 오뒷세우스가 동행했었지요. 그리고 그들은 그의 어리석음 탓에 죽고 말았소.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튼튼한 넓적다리에서 날이 긴 칼을 빼어 비록 나에게는 아주 가까운 친척이지만 그 칼로 그의 머리를 쳐서 땅바닥에 떨어뜨릴까 하고 마음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오. 그러나 전우들이 사방에서 부드러운 말로 나를 제지했소. - P255
나는 섬을 돌아다니다가 전우들에게서 벗어나게 되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손을 씻은 뒤 올림포스에 사시는 모든 신들께 기도했소. 그러나 그분들은 내 눈꺼풀 위에 달콤한 잠을 쏟아부으셨고 그동안 에우뢸로코스는 내 전우들에게 나쁜 조언을 하기 시작했소. - P309
그러니 지금은 어두운 밤의 명령에 복종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날랜 배 옆에 머물며 저녁 준비를 할 것이고 아침이 되면 넓은 바다로 나갈 것이오. 에우륄로코스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전우들도 이에 찬동했소.
그러자 나는 어떤 신이 재앙을 꾀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를 향해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소. ‘에우륄로코스여! 나는 혼자이니 그대들이 나를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자, 그대들은 모두 내게 엄숙히맹세해주시오. 혹시 소떼나 큰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아무도 사악하고 못된 짓을 저질러 소나 작은 가축을 죽이지 않겠다고 말이오. 대신 그대들은 불사의 키르케가 준 음식이나 얌전히 드시오. - P308
이윽고 먹고 마시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그들은 스퀼라가 속이 빈 배에서 낚아채어가 먹어치운 사랑하는 전우들을 생각하며 울었고, 울고 있는 그들에게 마침내 달콤한 잠이 찾아왔소.
밤의 삼분의 일만 남고 별들이 기울기 시작했을 때 구름을 모으시는 제우스께서 그들을 향해 무서운 폭풍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시더니 육지와 바다를 한꺼번에 구름으로 싸셨고, 하늘에서는 밤이 쏟아져 내렸소.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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