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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땀 ㅣ 소설향 앤솔러지 1
김화진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8월
평점 :
빛과 색을 소재로 하는 여섯 작가의 여섯 이야기 엔솔로지.
작가 정신 출판사의 <초록 땀>
엔솔로지라는 용어가 익숙치 않아 찾아보니
꽃다발 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온,
시나 소설 등의 문학작품을 하나로 묶은 작품집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여섯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소설 6편이
왠지 '작가 정신'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에서 엿보이는 사명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사뭇 어울린다 생각된다.
<초록 땀>
나는 숨 문제를 겪고 있다. 숨을 들이쉬는 법을 의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아니라, 사탕을 삼키듯 꿀떡 삼키게 되고, 배 속은 공기방울이 뽀글거리며 불편해진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다른 이들에게 들킬까 신경쓰여 점점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고립해 들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 땀을 흘리는 보영을 만난다. 초록 땀을 흘리는 이유로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은 재택 근무를, 그 외의 세 계절에는 계약직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문제에도 세상으로부터 숨지 않았다. 보영은 자신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듯 무심히 다룰 줄 아는 가람이었다. 그녀를 통해 나는 숨 문제에서 조금은 초연해지길 기대해본다.
누구나 각자 가진 골칫거리 곤란거리 하나 있을 지 모른다. '나'는 자신의 숨 문제가 다른 이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내 문제인데도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가 신경쓰여 정작 나의 힘듬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나'란 존재의 마음과 태도가 공감이 되기에 보영을 만나 그가 품는 기대와 소원을 응원하게 된다
<나쁜 여행>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세요.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세요.
자신의 일에 무기력해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헤밤님의 말에 힘입어 일을 그만두고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난다. 그 사실을 SNS에 올리자 대학 때 잠시 알았던 핌의 연락이 온다. 브이로그를 핑계로 액션캠을 들고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나. 여행지로 날아온 핌. 나의 기억 속 핌과는 전혀 다른 핌의 모습과 기대와 상상 속 치앙마이와 현실 속 치앙마이. 나는 왜 여기에 온 것이지.
치앙마이에서 만난 소녀는 땀냄새, 비릿한 바람 냄새, 흙냄새, 핌은 비온 뒤 촉촉한 숲 냄새, 부담스럽지 않게 옅은 꽃향기로 표현되는 대상에 대한 인상들. 작중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녀가 기억하던 과거 속 패딩을 빌려 입은 태국에서 온 핌은 현재 내가 만난 핌과 전혀 다른 이미지다. 과거 삼겹살에 소주 냄새를 풍기면 길을 함께 걸었던 핌과 꽃향기나는 향수내음을 풍기며 외국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핌의 괴리감 만큼 나와 핌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끝내 씹다 뱉은 갈랑갈 뿌리나 썩은 내 나는 웅덩이나 까오의 까오 아님을 담을 수 없다면 내가 찍는 브이로그 속 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깨닫는다.
넌 향수 안 쓰는 것 같더라?
핌이 말했다.
응. 난 한 번도 뿌려본 적 없어.
왜?
향수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별로 관심 없어서.
그러자 핌이 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더는 말없이 조그만 핸드백에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어느 순간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축복받은 사람이네.
<빛과 빗금>
쉐어하우스로 들어서는 나(민정).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민정은 미처 듣지 못했지만 쉐어하우스의 구성원 혜지, 은희, 솔미 사이에는 정치적 갈등이 있었다. 남자친구 승주와 정치 문제를 대하는.태도때문에 갈등을 겪다 도망치다시피 집을 나온 민정은 다시 같은 문제 상황에 들어간 생각이 든다.
빨강이냐 파랑이냐 ㅡ 색을 매개로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하란 이들과 어느 노선도 표시하지 않고 그들을 메이트로 챙기는 이, 굳이 노선을 잡자면 한쪽을 지지하긴 하지만 깃발과 적극적 참여로 내 노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 어느 색을 지지하기 이전에 가족이고 연인이고 메이트였고 사람인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색으로 구분되고 색을 표하지 않으면 박쥐로 비난받는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에 저절로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색보다 빛을 먼저 보라고.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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