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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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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슬로 리딩'이라는 개념 말고도 이 책에서 발견한 '읽기(讀)'의 방법:  

오독(誤讀), 숙독(孰讀), 정독(精讀), 속독(速讀), 지독(遲讀), 묵독(默讀), 통독(通讀), 지독(知讀), 음독(音讀), 재독(再讀), 낭독(朗讀), 다독(多讀), 탐독(耽讀), 애독(愛讀), 구독(購讀)(?)  

뭐가 더 있을까..  암튼 평소의 읽기속도에 약간의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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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브람스 음악의 선율이 자주 들리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오나보다. 주말에 내린다던 비 소식을 기다리며 하루종일 서성이고 있었는데 밤이 깊어서야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어보니 땅내음이 축축한 대기에 묻어 방 안으로 훅 밀려든다. 주변이 온통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덮인 곳인데도. 

'그 여름의 끝'에 서 있는 나..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김훈)고 하더라도 이젠 가을로, 겨울로 절실하게 발을 내딛뎌야 할 때이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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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 / 다섯수레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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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되어 버린 이징(李徵)의 고백  - <산월기 山月記>에서

   
 

나는 시(詩)로 명성을 얻으려 하면서도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려고도, 친구들과 어울려 절차탁마(切嗟琢磨)에 힘쓰려고도 하지 않았다네. 그렇다고 속인들과 어울려 잘 지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네. 이 또한 나의 겁 많은 자존심과 존대한 수치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해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약간의 재능을 허비해 버린 셈이지.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도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이라고 입으로는 경구를 읊조리면서, 사실은 자신의 부족한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고심(苦心)을 싫어하는 게으름이 나의 모든 것이었던 게지. 나보다도 훨씬 모자라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것을 갈고 닦는 데 전념한 결과 당당히 시인이 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야. 호랑이가 되어 버린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회환을 느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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