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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 안인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사생아, 동성애자, 채식주의자, 밀실 공포증, 편집증 환자, 강박적 피해망상증, 비밀주의자, 왼손잡이, 인간 혐오자 - 이 모든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규정짓는 특징들이다. 건축가이자 예술가이며 과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레오나르도에게 그의 성품과 삶에 깊이 각인된 이런 인간적인 약점들이 있었을 줄이야.
작가에 의하면, 레오나르도가 남긴 노트가 1만 3000쪽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서 그의 개인적 삶에 대한 흔적들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각종 추론과 상상력을 통해서 작가가 재구성한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풍경과 이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레오나르도의 삶의 여정은 오히려 한 편의 소설과도 같다. '르네상스'라고 하면 흔히들 유럽문화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16세기의 삶의 조건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벌어진 상처를 위한 그 당시의 표준적 처방을 위해 필요한 약재가 1파운드의 올리브 기름, 녹색 도마뱀 10마리, 마요라나, 쓴 쑥 한 되라니! (다른 처방도 있다: 지렁이 여러 마리, 포도주, 고약, 전나무나 낙엽송의 수지)
작가는 레오나르도가 남긴 과학적 성과와 유산을 토대로 그를 '최초의 과학자'로 등극시키려고 작심하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한 챕터인 <노트 I>, <노트 II>, <미술의 과학>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어설프고 억지스러운 '과학적' 설명이 오히려 레오나르도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레오나르도의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보다 철저하게 파헤쳐놓았기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실망을,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호기심이 있었던 독자에게는 지루함을 가져다 준 셈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