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배상문 지음 / 북포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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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의 유혹은 집요하다. 서점에 진열된 이런 종류의 책들 앞에서 눈을 질끈 감으려고 해도 늘 한 권 정도는 나에게 끈질긴 추파의 눈길을 보낸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냉큼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 동의한다. 저자의 단순명쾌한 이 일갈(一喝)은 그냥 쓰면 될 것을 가지고 무슨 고민이 그리 많냐고 나를 질책하는 것 같다. 잡문을 쓰든 논문을 쓰든 '글쓰기' 자체는 노동이다. 직업적 작가라 하더라도 하얀 백지를 일정 분량 채우기 위해서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책상 앞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사유의 언저리에서 산만하게 부유하는 언어들을 손가락으로 잡아챈 다음 "글이 생각을 명료하게 만들어가는 경지"(김원우)까지 써내려간 후에는 "내 문장에 구토가 나오는 순간까지"(정여울) 고쳐야 비로소 어느 정도 괜찮다싶은 글 하나가 탄생한다. 저자도 인용하고 있는 김원우의 중편소설 <벙어리의 말>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다고 한다. "자꾸 써 보면 알아져, 글이 생각을 불러들인다는 걸." - 그걸 알면서도 노동하려 하지 않기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누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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