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 2001년 제2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신경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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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좋아한다. 두고두고 꼼꼼히 곱씹어 보기도 좋아한다. 이번 소설들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토종된장국 맛처럼 나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작품들이었다.

'부석사'는 익히 보아온 신경숙 소설이라 일단 편안했지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신경숙의 소설이 너무 모범적이라 그런 것 같다. 상처를 지고 상처를 극복하려는 남녀가 떠있는 돌(부석)처럼 결코 일치될 수 없는 인간관계를 아는 듯한데도 그들은 길을 잃은 결말 부분에서도 서로 맞닿은 돌이 되고자 한다. (진주에 '응석사'라는 조그만 절이 있는데, 이는 돌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뜻인가? 그 절은 지난 겨울에 가보니 공사가 한창이었다.) 모범적인 것을 탓하면 안되는데, 나는 지나치게 모범적인 것들은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은 이처럼 요지경 속인데도 모범적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세상에 발을 묻고 있으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의연히 나아가는 부류, 하나는 세상에 때묻지 않은 부류.

나는 특히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와 '비파나무 그늘 아래', '그 섬에 가기 싫다'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승우의 문장들은 그 무표정이 좋다. 짐짓 차가운 척해 보는, 사실은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자의 무표정이다. 그 무표정에 정이 간다. 관계 맺기에 익숙치 않은 날 닮은 듯한 문장이다. 이승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어쩌면 꽤나 건방진 척해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여린 사람일 거다. '비파나무 그늘 아래'는 어질어질한 게 마음에 들었다. '그 섬에 가기 싫다'는 섬뜻한 게 아주 날카로운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평이 너무 느낌 위주다.
아무튼 오랜만에 소설 읽으니 뻐근한 몸이 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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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삼국지 -상
나관중 지음, 이범기 그림 / 삼성출판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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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부끄럽지만, 난 서른이 다 되어가는 여자다. 그런데, 삼국지란 이름이 붙은 책은 처음 접했다. 그것도 우리학교 학생이 읽던 걸 빌려서 읽어본 것이다. 혼자 키득대기도 하면서,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름 때문에 몇 번이나 책장을 앞으로 도로 넘기기도 하면서 읽었다. 엄청 방대한 양의 역사이야기가 너무 분량이 적은 만화책에 줄여져 있으니, 좀 안타까운 면이 있어, 이문열이 엮었다는 열 권짜리 <삼국지>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방학 때나 읽어볼 수 있을까?

만화로 되어 있으니, 각 인물의 성격이 그림으로 잘 나타나 있어서 재미도 있고 이야기를 빨리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냥 글자로 된 것보다 그 많은 인물이 덜 헷갈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참 고생 많았겠다. 그리고 중간중간의 우스운 대사도 책읽는 재미에 한몫했다. 만화그리는 사람의 유머감각도 놀라웠지만, 그 유머가 전혀 허튼게 아니라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가 어른이라도 참 권할 만한 책이다.

<하권>

삼국지 하권에는 죽음이 많다. 세월이 흘러 늙어지고, 또 싸우다가 다치고 해서 그 대단한 장수들이 많이 죽는다. 난 무협소설도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한 마디로 이런 싸우는 이야기는 처음인 거다. 어떤 면으로는 참 싸우는 일이 쓸데없는 일인 것 같은데, 이 삼국지라는 이야기는 왜 싸우냐보다, 얼마나 어떻게 잘 싸우느냐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할 이야기이다. 그 당시엔 싸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결국은 싸우는 이유가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것인 여포나 조조 등의 장수보다는 황제나 백성을 위한다고 진정 생각하는 이들이 이기는 것 같다.

그리고 유비는 참 여리면서도 참 너그럽고 착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그런 난세에서도 결국은 승자가 되는 것 같다. 어떤 시대에서도 바르게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착한 교사가 되고 싶다. 좀 더 너그러운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물론 학생들을 위해서지만, 그동안 너무 엄격하려고만 애썼던 것 같다.(중용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드네) 하권에서는 많은 장수가 죽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죽는 것, 열심히 살았다면 그 죽음을 허무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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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가 된 청소부 - 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
바바 하리 다스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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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란 거 처음이다. 처음이니만큼 별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다만, 요즘은 펜으로 쓰는 것보다 자판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익숙하여 여기에다 좀 긁적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매달 독후감을 써라고 하여 검사도 하는데, 정작 나는 책 읽기도 힘들고 독후감은 더더욱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알라딘 서평쓰기를 계기로 자주 책도 읽고 독후감(?)도 쓰고 싶다.

너무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라, 거의 처음인 것처럼 느껴진다. 서평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뭣하다. 아이들이 쓰는 것처럼 쓰질 것 같다.

이 책은 이름만 많이 들어보고, 정작 읽어보지 못한 소설이다. '바바 하리 다스'란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다만 옮긴이 류시화는 이미 유명한 역자이며, 시인이다. 류시화 란 이름과 정신세계사란 출판사를 보고 이 책의 분위기를 감 잡을 수 있었다. 그렇고 그런 좀 따분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흥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책을 들여다 봐서 그런가?

처음과 중간 부분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단히 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끝부분이다. 즉, 자반(닥터 피터)이 시골로 들어가 모든 욕망을 끊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린 눈 때문에 죽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린 눈이라.. 마치 무슨 축복을 의미하는 듯하다. 크리스마스 날에 눈에 파묻혀 죽게 된다는 것은 자반의 성스러운 봉사에 값하는 성스러운 죽음이다. 마치 하늘로부터 부름을 받게 되는 듯...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상에 대한 욕망을 끊고 사는 것이, 그러다 생에 대한 욕망조차 없이 사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물론 종교의 종류를 초월하여 아무런 사심 없이 세상에 봉사하는 자반은 정말로 성자이다. 그러나 마지막 죽기 전의 자반은 과연 성자인가? 인도 사람들이 내생과 윤회를 믿기 때문인가? 나도 얼마쯤은 내생과 윤회를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이생에 충실을 다하지 않음은 또다른 과오라고 생각한다. 이생에 대해 아무런 욕망을 느끼지 않는 것, 삶은 고해라 하여 모든 혈연애와 욕망을 끊어버리는 것은 현재를 무시하고 미래에만 가치를 두는 이기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누군가 반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스러워지는 것, 초월을 단순한 도피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월과 도피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기심의 유무에 그 차이가 있다고 말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 또한 애매한 문제이다.

아무튼 이 책은 참 오랜만에 읽게 된 책이고, 또 쉽게 읽은 책이다. 이런 류의(인도풍의) 사상을 지닌 책을 내가 좀 쉽게 생각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요즘 난 별 의욕 없이 지낸다. 자반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지금 내 모습에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다. 정말이지 난 봉사의 사명감도, 내 생에 대한 강한 애착도 별로 가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그냥 숙제를 해 내듯 살아내고 있는 듯하다.

이런 내 생활에 좀 촉촉한 기운을 첨가하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된 것 같다. 이 책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는 않으나, 역시 책을 읽는 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더 열심히 책 읽고 서평도 써야 겠다. 처음 쓰는 서평이니, 혹시 읽는 이가 있다면 너그러이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참 오랜된 책, 참 오랜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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