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탄생 - 돈의 기원부터 비트코인까지 5,000년 화폐의 역사
먀오옌보 지음, 홍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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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인간과 가장 오래 함께한 인공물. 있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행복하기 힘든 것.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사. 이 문장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대상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을 울고, 또 웃게 하는 '돈'이다.

'돈'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우리의 삶을 이렇게 쥐락펴락 하는 것일까? 돈의 노예가 되어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우리가 없어서 못사는 바로 이 '돈'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최초의 화폐인 조개 껍데기부터 요즘 최고의 이슈인 비트코인까지, 인류사 대부분을 인간과 함께 해 온 '돈'의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파헤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의 탄생』은 바로 그 승리를 위한 훌륭한 첫 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의 모든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거래'였다.'라는 문장으로 서두를 여는 이 책은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폐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하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저자의 안내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자 족쇄인 '돈'의 역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1장 '기원'에서는 화폐, 즉 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다룬다. 농업 혁명으로 인한 분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인류는 잉여 생산물을 서로 교환하게 되고, 곧 물물교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최초의 화폐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인류사의 무수히 많은 희비극을 함께하게 된다. 2장 '각성'에서는 현물 화폐 이후 등장한 동서양의 금속 화폐에 대해 다룬다. 금을 갖는 것이 곧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를 지나, 3장 '탐색'에서는 금속 화폐의 변화 과정과 더불어 지폐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렇게 인류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돈의 진화는 급류를 타게 된다.

4장 '군림'에서는 드디어 현금이 아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상호 간의 약속으로 그 가치가 증명되는 '증권'의 등장에 대해 다룬다. 돈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인 16세기의 네덜란드를 지나, 5장 '번영'에서는 미국의 화폐인 '달러'의 탄생과 번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6장 '재구성'에서는 세계의 경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었으며 유럽과 미국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짚는다. 이후 이어지는 7장과 8장에서는 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현대사의 사건들을 짚어가며 어떻게 오늘날의 상황에 도달했는지를 설명한다. 이 긴 여정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충실히 담겨 있는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한다.


방대한 분량에 한 번, 책장을 열었을 때 마주하는 생소한 단어들에 또 한 번. 이 책을 손에 쥐고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현대사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었다. 경제나 국제 정치에 문외한이었던 독자도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경제서이고, 역사서이며, 동시에 일종의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먀오옌보의 『돈의 탄생』은 평소 관련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에게는 첫 걸음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독자에게는 자신의 지적 기반을 더 단단히 다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 해당 글은 현대지성 서평단에 선정되어 단행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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