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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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우리는 더 멀리까지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통신 수단의 등장으로 우리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서로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가상 현실과 관련된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게임과 다르게, 고글 하나만 착용하면 플레이어가 직접 그 세계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VR 게임'의 발전이 눈이 부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직접' 수없이 많은 전쟁을 겪은 군인이 될 수도,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여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다.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여 벌어지는 사건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았는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다. 과연 '진짜'란 무엇인가?


『마지막 레벨 업』은 제25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영주 작가의 신작 장편 동화로, 학교에서는 외톨이 신세, 집에서는 부모님의 부담스러운 기대에 지칠 대로 지친 ‘선우’가 우연히 게임 속에서 만난 '원지'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오직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아' 속에서만 자유로움을 느끼는 선우는 원지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과정에서 선우를 향해 어두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선우로 하여금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도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가상 현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청소년들의 사랑을 통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은 꼭 생각해봐야 할 철학적 주제를 예리하게 건드린다. 선우와 원지의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 진짜와 가짜라는 견고한 이분법적 사고에 돌을 던지는가 하면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 사랑, 행복, 자유 등에 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어린이 독자를 위해 쓰인 이야기지만, 작가가 이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제법 묵직하게 다가온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자유란 무엇이고, 또 행복이란 무엇일까?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은 실제로 최근 학계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긴 이후에도, 독자 스스로 '선우'가 되어보고, '원지'가 되어보고, '판타지아' 속 또 다른 플레이어가 되어보기도 하며 이야기가 남긴 숙제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것이 이 책을 더 의미 있게 읽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해당 글은 창비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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