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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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감하고 깜짝 놀란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이 동물은 매우 영리하고, 따뜻하며, 보들보들한 털을 가지고 있는데 심지어 인간을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주인을 향한 개의 사랑과 충성심을 보며 나는 매번 생각한다. 인간은 과연 나 아닌 다른 생물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군가를 저렇게 열렬히 사랑한 적이 있던가?

우리는, 그야말로 갈팡질팡.

흔들림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개에 대한 말인 것 같아.

그건 우리가 그토록 개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 「우리는 어떻고, 그들은 어떤가」 中

이 책은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메리 올리버가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반려견들을 위한 '사랑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천 개의 아침』 이후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작가의 이번 시집은 개 안에 살아 있는 '야생성'으로부터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고, 야생성을 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곁을 지키며 가장 그 다운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해주는 개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에 보조를 맞추어 시집을 읽다보면, 독자는 마치 시의 주인공들이 발치에서 몸을 말아 자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개는 15년을 살아, 당신이 운이 좋다면

─ 「개의 무덤」 中

베어, 루크, 벤저민, 바주기, 리키 등 시에 등장하는 개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시인에게로 온다. 그들은 하얗게 쌓인 눈밭에 발자국을 잔뜩 남기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구멍을 파기도 하며, 처음 만나는 다른 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그런 개들의 모습에서 자연을, 사랑을, 배려를, 관계를 배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서른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은 작가가 자신의 곁에 잠시 머무르다 간 개들을 추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다.

아니 넌 알아. 네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너의 삶과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면, 얘야, 너는

기도하는 거란다. 확실해.

─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 몰라」 中


* 해당 글은 미디어창비 서평단에 선정되어 단행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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