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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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아픔을 최소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아픔에 매몰되면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이 눈에 보이지 않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알다시피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고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나처럼 마음 한구석에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매우 많은 것이 변화한다.

『안녕, 알래스카』는 강도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행복한 일상이 무너진 파커와, 파커의 반려견이었던 알래스카를 도우미견으로 맞이하게 된 뇌전증을 앓고 있는 소년 스벤이 각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 파커와 스벤은 같은 반 교실에서 처음 만난다. 파커는 짓궂은 농담을 하는 스벤이 영 못마땅하고, 스벤을 마중 나온 알래스카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서 알래스카를 되찾아와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파커의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스벤과 파커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세상이 삐딱하게만 보인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유명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안나 볼츠의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각자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쳐나가는지를 다정한 시선으로 그린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둘은 파커의 '전' 반려견이자 현재는 스벤의 도우미견인 '알래스카'를 매개로 거의 매일 밤 스벤의 방에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스벤은 갑작스레 앓게 된 뇌전증 때문에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신이 무엇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털어놓고 파커 역시 지난 강도 사건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둘이 처음부터 바로 서로에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려 하지 않던 시간과 그로 인해 쌓인 오해 때문에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파커와 스벤은 가장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도우며 진정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각자의 기울기로 기울어진 막대 같던 둘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하나의 사다리가 된다.


마음이 힘들면 주변을 돌아보기가 힘들어진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해 골몰하는 것만 해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쉰 뒤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모양으로 구부러지고, 찌그러지고, 울퉁불퉁해져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칠 때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 넘어진 다른 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이다.


* 해당 글은 문학과지성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단행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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