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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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진지한데 어른들은 그런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아 억울했던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기만 할 뿐, 어른들은 어린이의 고민을 제대로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매사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한다. 어린이에게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고, 어려움이 있고,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줄도 안다. 어린이라고 해서 절대로 '아무 것도 안 하는 녀석들'인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김려령 작가의 신작 동화로,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주인공 나현성과 조장우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이다. 나현성은 삼촌의 사기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양지 화원'에서 지내는 신세가 되고, 조장우는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관계가 몹시 복잡해지고 만다. 하지만 둘은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편견도 그들의 우정을 방해하지 않는다. 나현성과 조장우는 거창한 위로의 말 없이도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비어 있는 화원에서 심심풀이로 찍어 올렸던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보호자, 또는 선생님 등 주변의 어른들을 통해 세계를 배울 수밖에 없다. 나현성과 조장우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누군가 특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그가 무조건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 나현성과 조장우가 처한 상황이 순도 100%의 행복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두 아이는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이 각자 처한 상황을 극복해낸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은 가제본은 책의 일부만 담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두 주인공이 이야기의 끝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마저 읽지 못한 뒷내용에서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동네의 외곽에는 화훼단지가 있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지나치지만 자세히 살펴볼 기회는 없었다. 아니, 기회는 언제나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읽고난 뒤, 언젠가 그 앞을 지날 일이 있어 줄지어 서있는 화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영업 중인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책 안에서처럼 전혀 관련 없는 현수막을 걸쳐놓은 곳도 있었다. 저 안에 또다른 나현성과 조장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해당 글은 문학과지성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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